詩
봄살
마구 취하고 싶은 봄날이었습니다
길은 한 길,
처음부터 이 길을 가려던 건 아니었지요
난 똑바른 사람이었습니다
초침처럼 빳빳한 무릎들이
뚝뚝, 분절음을 내며 길 위에 접힙니다
시절時節의 켜마다 두껍게 접힌 꽃잎들도
온 힘을 다해 매달리려 하는 건지
죽을 힘을 다해 떨어지려 하는 건지
알 수 없고요
아아, 저 흐드러진 침묵들
뚝뚝, 꽃들이 혀를 깨무네요
난 똑바른 사내였지만 몹시 취했습니다
잠시 나만큼 한심한 사람이 없어
내 궁색한 변명이 주어를 잃었습니다
봄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