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띄우는 행복 한조각
단독 주택으로 이사한 그 이듬해 봄, 꽃을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마당에 백일홍 꽃씨를 뿌렸다. 매일 물을 주고 땅을 바라보며 언제 싹을 틔울까 혼자서 노심초사했다. 행여 날씨가 차가워지면 새싹이 나오다가 얼어 죽는 건 아닐까 싶어 비닐을 덮었고, 햇볕이 강하다 싶은 날엔 싹이 올라오다 말라죽을 듯하여 물주는 호스를 더욱 오래도록 붙들고 있었다.
나의 이런 노력에도 백일홍 씨앗은 새싹을 틔우지 않았다. 아무래도 씨앗이 땅속에서 얼어붙었거나 말라 죽었을 거라고 모든 걸 체념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무심코 마당을 거닐다가 키 작은 새싹들이 소복이 돋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꽃을 보고 싶은 성급한 마음에 씨를 아무리 빨리 뿌려도 싹은 때가 되어야 세상에 얼굴을 내민다는 것을, 그때가 찾아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게 진정한 어른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