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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Oct 08. 2018

여행, 가볍게 깊어지다.

SONY RX100M5A와 떠난 여행

여행이 좋아 사진을 찍고 사진이 좋아 여행을 떠난 지 벌써 7년째다. 사진에 대한 욕심이 커질수록 나의 어깨는 무거워져만 갔다. 그래서인지 매번 여행지에서 카메라 가방이 너무 무거워 항상 후회를 했다. 다음에는 무조건 가볍게.. 가볍게.. 지키지도 못할 말을 항상 되뇌었다. 


여행을 떠난 지 3일 차 정도만 되면 어깨가 뭉치기 시작했고, 허리에 무리가 와서 매번 내가 여행을 떠난 것인지 사진 노동을 하러 온 것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었다. 내가 사진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면 이런 불만은 아주 배부른 소리였겠지만, 난 직장인이기 때문에 여행에서만큼은 여유를 느껴야 맞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여러 나라들을 무겁게 떠났으니 한 번만 가볍게 떠나서 여행에만 집중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카메라가 소니의 하이엔드 똑딱이 RX100M5A였다. 



정말 이 작은 카메라가 잘 찍힐까?


이번에 떠난 여행지는 방콕과 호주의 퍼스였다. 방콕은 이미 올해 초에 한번 다녀왔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폰카로 촬영해도 별 문제는 없었기에 신경이 안 쓰였지만, 호주 퍼스는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여행 떠나기 2주 전부터 한참 고민을 했다. 제대로 장비를 챙겨서 떠날 것인가 아니면 정말 가볍게 한번 떠나볼 것인가 수많은 갈등 속에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행 떠나기 하루 전날 큰 마음을 먹고 RX100M5A만 달랑 챙기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소니에서 말하는 '여행, 가볍게 깊어지다'라는 문구를 믿은 체 말이다.


뜨거운 방콕의 날씨에도 무거운 카메라 가방이 아닌 작은 슬링백에 카메라와 핸드폰 여권만 넣고 다녔더니 너무 홀가분했다. 사진을 찍는 것에 집중을 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감동이 덜했던 것과 다르게 오히려 여행지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으니 이제야 내가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구도와 여러 환경적인 조건을 따지지 않고 그냥 보고 기록한다의 의미로만 찍었더니 마음도 가볍고 여행은 깊어졌다.


RX100 시리즈의 카메라는 그립감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엉성하게 잡아야 하고, 혹시나 떨어뜨릴 것 같아서 불안해야 했다. 더군다나 버튼도 작아서 손이 큰 남자들에게는 사실 불편한 카메라였다. 이것을 해결해주고 여행의 사진과 영상 머신으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브이 로그 그립(VCT-SGR1) 덕분이었다.


버튼은 단순하다 PHOTO, ZOOM, MOVIE 버튼이 끝이다. 그리고 위아래로 고개를 조절할 수 있고 작지만 그래도 삼각대 역할도 하기 때문에 작은 구성중에서도 있을 건 다 있었다.


브이로그 그립(VCT-SGR1)


브이 로그 그립 덕분에 정말 여행에서 사진과 영상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특히 영상은 지금까지 여행을 떠나면서 찍었던 것보다 몇 배나 많은 약 480개 가까이 촬영을 했다. 이 그립은 확실히 RX100 시리즈로 여행을 떠날 때 불편한 점을 100% 보완해주는 완벽한 녀석이었다. 


그러면 이 1인치 똑딱이 카메라는 정말 사진이 잘 나올까? 여행 내내 사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귀국해서 사진을 봤을 때 화질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아무래도 1인치 카메라인데 야간 노이즈는 심할 텐데 어떡하지란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귀국해서 사진을 열어본 순간 이런 걱정은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풀프레임과 비교를 하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여행을 추억하기 위한 기록용으로는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이 되기에, 그에 대한 사진을 올려보고자 한다.


퍼스 얀챕 국립공원
퍼스 란셀린 사막
아유타야 수상시장
카오산 로드
피나클스 사막의 일몰

이 카메라를 쓰면서 여행지에서 가장 감탄을 했던 순간은, 은하수 촬영이었다. 왜냐면 기대를 안 했기 때문이다. 은하수 촬영은 감도도 올려야 하고, 광각에다가 밝은 렌즈가 있어야 촬영하기 좋다. 그런데 이 RX100M5A는 센서가 작아서 감도가 3200만 넘어가면 노이즈가 심하게 끼고, 풀프레임으로 따지면 24mm~70mm를 커버하는 화각이기 때문에 은하수를 촬영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실제 피나클스 사막에서 머리 위에 은하수가 떠있는 것을 보고 손이 너무 근질근질해서 급하게 세팅하고 촬영을 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와서 놀랬다. 카메라 LCD로 봤을 때는 좋아 보였는데, 그래도 PC로 보면 못쓸 정도면 어찌하나 고민을 했지만, PC로 확인해도 꽤 좋은 퀄리티로 은하수를 담을 수 있었다.


피나클스 사막에서 촬영한 은하수


확실히 노이즈가 많이 있고, 이미지 자체의 퀄리티는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많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다시 말하지만 여행을 위한 추억용 사진으로 남기기엔 아주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무게와 기동성 등을 다 얻고 화질 하나만 손해를 보는 것인데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조건 아닌가?


그리고 물론, 여행지의 야경도 이쁘게 담고 싶은 것이 우리의 욕심이다. 그런데 난 삼각대도 없어요 하지만, 이 그립에 있는 미니 삼각대로 급하게 세팅해서 야경 사진도 담을 수 있다. 물론 높이나 올릴 수 있는 공간 등에 대한 제약이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난간이나 높은 바위 등에도 어떻게든 올릴 수 있는 크기이기 때문에 포인트만 잘 찾는 노력만 하면 된다.


퍼스 킹스파크에서 촬영한 시티 야경


24연사로 촬영한 점프샷


그리고,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점프샷 촬영. RX100M5A에게는 가장 쉬운 촬영이 되었다. 초당 24 연사로 촬영하며 AF가 플래그쉽 못지않게 좋기 때문에 그냥 구도 잡고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난 고르기만 하면 된다. 이 정도면 여행지에서 남길 수 있는 웬만한 추억사진은 다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여행, 정말 가볍게 깊어진다.


1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확실히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는 말이다. 사진을 찍느라 실제 눈으로 보고 느낀 것이 많이 부족해서 매번 돌아와서 사진으로 봐야 기억이 났는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동안 내가 떠났던 여행 방식이 사진을 얻는 대신 많은 것을 놓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확실히 이 작은 카메라에 붙여진 하이엔드란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성능이었다. 일상생활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나고 여행지에서도 수많은 소중한 추억을 남기기엔 좋은 카메라임은 확실하다.


정말 여행이 가볍게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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