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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Jan 03. 2019

가장 쉬운 것도 담지 못했다.

2013. 홍콩(Hongkong)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 많은 것들이 신기해 보였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버스들, 어떤 음식을 파는지 모르는 식당들. 편의점에 들어가도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음식들. 그리고 한국에서는 생각 없이 지나쳤던 보세 샵들인데 해외의 보세 샵들은 왜 그렇게 좋아 보이는 것인지. 


홍콩 거리를 목적 없이 걷다 보니, 눈에 너무 익숙한 패밀리 레스토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것을 기억하고자 셔터를 눌렀다. 언제 어떤 환경에서 세팅한 지 기억조차 못하는 M 모드의 세팅값을 바꾸지 않은 채로 말이다. 카메라의 작은 액정으로 보면 흔들린 사진도 선명하게 보이는데, 여기에 속은 나는 추억을 남겼다고 좋아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의미 없는 사진이었기에 그래도 다행이었지. 만약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이었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한국에 돌아와서 여행을 추억하기 위해 찍어온 사진들을 다시 봤을 때 크게 좌절했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찍었는지 알 수 없는 흔들린 사진들만 찍혀있었다. 그래서 첫 해외여행 이후에는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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