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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Jan 04. 2019

몇 년 뒤의 후회

2013. 홍콩(Hongkong)


비 오는 홍콩 거리를 구경하며 걷다 보니, 수많은 인파들이 한 가게에 줄 서있었다. 맛집인 것은 분명했다. 일단 나도 인파들 뒤로 줄을 섰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어마하게 맛있는 것을 팔겠지라고 생각했다. 10분이 지나도 줄이 줄어들 생각을 안 했다. 그래서 뒤늦게 무슨 집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가게 앞으로 가서 어떤 음식을 파는지 구경했다. 읽을 수 없는 한자들이었지만 사진으로 보니 어떤 아저씨와 같이 찍은 사진들이 있었고, 밀크티와 토스트 같은 것을 파는 집이었다. 허탈했다. 겨우 이거 먹으려고 이렇게 줄을 서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고민 없이 나는 그 자리를 떠났고, 홍콩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이 가게의 존재는 잊혀졌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홍콩 편이 나온다. 그리고 유명한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곳에 어디선가 많이 봤던 가게가 나왔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몇 년 전에 내가 떠났던 홍콩 여행에서 사람들 따라 줄 섰다가 메뉴 보고 그냥 나왔던 집이었다. 그리고 이 가게는 주윤발이 단골로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그 당시에 가게 문에 붙어있던 어떤 아저씨와 찍은 사진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 아저씨가 주윤발이었다. 


TV에서는 주윤발을 얘기하면서 토스트와 밀크티를 음미한다. 맛있다고 칭찬한다. 속이 너무 쓰려왔다. 가슴 한 구석이 꽉 막힐 정도로 말이다. 주윤발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미안하게도(?) 주윤발 대표작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아마 영화 제목을 들으면 알긴 하겠지. 


내가 속이 쓰린 이유는, 국내에 소개되기 훨씬 전에 이미 내가 먼저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놓쳤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수많은 인파에서 한국인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주윤발 얼굴을 알았더라면, 아마 난 줄을 서서 먹고 사진도 남겼겠지.


사진이란 참 대단하다. 흔들렸던 사진이라도, 또는 아무 생각 없이 찍었던 사진이라도 과거에 내가 남긴 그 순간이 미래의 나에게는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가서 찍었던 사진을 1장이라도 쉽게 지우지 못하는 것 같다.


몇 년이 지나면 또 다른 추억으로 나에게 다가올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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