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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Jan 07. 2019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공연

2013. 마카오(Macau)


너무 적잖은 충격을 받으면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도 몇 가지 기억들이 있는데, 4살 때 옥상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던 순간이나, 스페인에 도착하자마자 소매치기를 당해 카메라 가방을 분실한 일 같은 것들이 있다. 꼭 이렇게 상처를 받았던 일들 뿐만 아니라, 기대 이상의 것들을 봤을 때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바로 내가 마카오에서 봤던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공연처럼 말이다. 


공연 시작 전에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공연장 크기에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서 좋은 좌석에 앉은 이유는 해외에 나와서 보는 첫 공연이기 때문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정해진 공간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무대 장치들 때문이었고, 공연장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등장하는 거대한 무대 소품들 때문이었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내용 구성도 한 몫했다. 


공연 제목처럼 물을 최대한 활용한 퍼포먼스들이 많았는데, 공연이 끝을 향해 달려갈 때는 가득 찬 물을 다 빼고 오토바이를 투입시켜 색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장면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엔딩 부분에서 공연을 한 배우들이 상당히 높은 곳에서 물속으로 다이빙하는 순간에는 모든 관람객들이 숨죽이면서 지켜봤다. 아마도, 처음 입장하면서 봤던 공연장 모습 때문에 물속이 깊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안전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고 깔끔하게 다이빙에 성공할 때는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2013. 마카오(Macau)

공연이 끝났을 때 강한 여운이 남았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5)'나 '독전(2018)'처럼 열린 결말을 통해 관객이 생각하는 대로 엔딩을 만드는 그런 여운이 아니었다. 공연 내내 느꼈던 전율이 아직 몸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공연이 가끔 생각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직도 눈 앞에 몇몇 장면들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누군가 나에게 마카오 여행이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홍콩에 비해 볼 것은 없었지만 이 공연을 보기 위해 꼭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카오의 공연에 큰 감동을 느낀 나는 4년 뒤에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태양의 서커스(르 레브, Le REVE) 공연도 관람한다. 


2017. 라스베이거스(Las Veg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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