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스라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Snap Jan 11. 2019

소 님 지나가신다.


2013. 인도(India)


차를 타고 한참 달리는데, 수풀 속에서 소가 나왔다. 그러더니 줄줄이 이어서 나온다. 그리고 유유히 찻길을 따라서 걸어간다. 달리던 차들은 모두 멈추고, 소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소 길에 왠지 차가 다니는 기분이 들 정도로 소들이 많았는데, 시내에서는 귀가 아플 정도로 클락션을 울리던 사람들이 소 앞에서는 한없이 조용해진다. 과연 소를 숭배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긴 시간 동안 소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2013. 인도(India)


소가 아니라 소 님이었다. 한국이었다면 시골에서 밭을 갈아야 할 소들인데, 인도에선 현지인들보다 더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하루는 길가에 서있는데 어느새 소가 다가와 놀래서 피한 적도 있었다. 들어가야 할 가게 앞에는 소가 자리 잡고 있어서 들어가질 못했고, 쓰레기 더미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는 소들을 보니 마치 시골에서 자란 강아지들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인도에 온 지 1주일이 지나자, 소들에 대해서 나도 익숙해졌는지 인도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소가 뛰어가는 것을 보기 전까진 말이다.


2013. 인도(India)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보다 맛있는 인도 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