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맥주가 식도를 따라 흘러들어 가면서 여기 도착하기까지 쌓였던 커다란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심각한 표정, 행복한 표정 등 다채로웠다. 나는 저기 눈 앞에 보이는 류블랴나 성을 올라갈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대화를 했다. 날이 밝아 오후 5시 정도로 보이지만 밤 9시가 넘어가는 시점이었기에 체력도 부족해지기 시작해서내일을 기약했다. 이 결정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2013.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성
좋은 경치를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들로 즐거운 식사를 마치니 해가 저물고, 거리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해지는 조명덕에 화려함을 뽐내는 류블랴나의 거리를 더 걷고 싶었지만, 남은 여행을 위한 컨디션 조절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하고 숙소로 향했다. 이때 난 숙소가 아닌 류블랴나 성을 갔어야 했고 내일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회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