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한 지도를 보고 도시들을 찾아가다가 결국 시베니크를 지나쳐버렸다. 돌아가는 길도 모르기 때문에 (불법 U턴을 안 한다면) 눈 앞에서 이정표를 그냥 떠나보내야 했다. 그러다가, 얼마 더 가서 다시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나갈 곳을 놓쳐서 아쉬워하는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시베니크가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았다. 스플리트로 가는 길에 있는 잠깐의 경유지 같은 존재였다. 그냥 포기하고 지나칠까 하다가, 일단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시베니크 어디로 알려주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해안길을 따라 걸었다. 길 따라 정박해있는 작은 보트들을 바라보며 도달한 곳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나타났다. 바로 포기하려고 했던 시베니크였다.
사실, 여기가 시베니크가 맞는지도 몰랐었다. 왜냐면, 지도를 확인할 수 없었고 이정표대로 따라만 왔기 때문에 맞고 틀리고를 확인하지 못했다. 심지어 잠시 머무르는 동안 사람을 1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 곳이 나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생각했다. 내가 크로아티아에 다시 온다면, 꼭 여기에 와서 다시 사진을 찍겠다고. 30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만 머물렀지만, 크로아티아 여행을 마친 이후에도 계속 가슴속에 남아있는 도시가 되었다. 아마 그리움보다는 미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