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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Feb 03. 2019

나를 위했던 누군가의 소원

2013.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스플리트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그레고리우스 닌' 동상이 있다. 엄지발가락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준다고 한다. 그래서 소원을 빈 수많은 흔적들이 엄지발가락에서 빛나는 황금빛 광택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여행을 같이 갔던 지인이 나를 위한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옷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2013.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무슨 말인가 했더니, 여행을 떠나기 전에 렌터카를 정하는 것부터 약간의 고민이 있었다. 첫 해외 렌터카 여행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크기를 해야 할지 몰랐고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작은 차를 예약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서로 약속했다. 작은 캐리어를 가지고 오기로. 난 이 약속을 찰떡같이 믿고 10일간 떠나는 유럽 여행을 기내용 20인치 작은 캐리어만 가지고 떠났던 것이다. 그래서 옷도 최대한 줄였다. 가서 빨아 입겠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막상 공항에서 일행들을 만났을 때는 모두 수화물용 캐리어를 가지고 왔고, 심지어 다양한 색깔의 옷들도 챙겨 온 것이다.


크로아티아에 도착해서 받았던 렌터카도 예약했던 것보다 한 등급 위의 차종을 줬다. 국산차와 비교한다면 현대자동차에서 나오는 i40 웨건과 동급이었다. 생각보다 여유로운 차 덕분에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매일 새로운 옷을 갈아입으며 지냈지만 나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내가 옷을 바꿔 입었으면 좋겠다는 것을 소원으로 말했다고 한다. 씁쓸했다. 조금만 욕심을 부리고 이기적인 마음 좀 가져볼 걸 하고 말이다. 지금은 그땐 그랬지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사진들을 보면 단벌신사라서 많이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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