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는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성벽 안에 있다. 그래서 몇 개의 대표적인 게이트를 통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이때 마치 내가 중세 시대의 기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그 당시의 모습을 최대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데, 진입하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플라차 대로를 바라보니, 수많은 인파들이 대낮부터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동안에 본 도시들은 낮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조용한 느낌이었다면, 두브로브니크는 반대로 아주 활기가 넘쳤다.
그리고 이 곳에 머물면서 나의 취미 생활에 변화를 줄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귀국하면 무조건 넓게 찍을 수 있는 렌즈로 바꾸던지, 카메라를 바꾸겠다고 말이다. 너무 답답한 화각(풀프레임 기준 50mm) 때문에 이 모든 풍경들을 한 장으로 담지 못한 것이 정말 한이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많은 렌즈를 챙겨서 무거워진 가방만큼 나의 어깨에 부담을 주는 결정을 하게 된 계기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