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면서 누구나 한 번쯤 최고의 일몰을 만나게 된다. 난 스르지스산에서 만났던 아드리아해의 일몰이 내 인생 최고의 일몰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처음 해외에서 제대로 즐긴 일몰이었으니깐. 아침부터 나를 괴롭히던 뜨거운 태양이 아드리아해의 수평선 저 뒤로 사라져 갈 때쯤 시작되는 매직 아워 시간대가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색감이었다. 파랗다고 생각만 했던 하늘이 경계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나뉘는 색채 속에서 그저 한없이 바라만 봤다.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그 시간에 대한 기록일 뿐. 그 아름다움은 결국 담지 못했다. 두 눈과 기억 속에 담긴 그 일몰은 그 어느 도시에서 만났던 일몰보다 나의 가슴 깊이 남겨졌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수평선 뒤로 사라졌을 때, 올드타운에 밝혀진 조명들로 빛났던 요새의 모습은 화룡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