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빨간 지붕을 보며 여행을 했던 탓에, 자그레브의 현대식 건물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여태 내가 봤던 크로아티아의 도시들과 전혀 다른 느낌이 들어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다. 서울이나 홍콩처럼 현대식의 빌딩 숲은 아니었지만, 시내를 가로지르는 트램부터 수많은 브랜드 상표들이 나를 반겨주었기에 꽤 근사한 도심의 느낌이 났다. 수도는 수도인가 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감흥이 1도 안 생겼다. 자그레브에 일정을 안 넣은 것에 대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어떤 기분이었냐면, 수많은 오래된 클래식 카들을 보다가 갑자기 나타난 요즘의 중형 세단을 본 기분이랄까. 분명히 더 좋지만, 끌리지 않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런 모습도 내가 여행하는 크로아티아의 일부분이었기에 공항에 가기 전까지 최대한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래야 다음에 크로아티아에 온다면 과감하게 뺄 수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