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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Feb 19. 2019

잠시만 안녕

2013.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이른 아침에 열리는 시장을 둘러보며, 누구에게 줄지도 생각을 안 한 현지 특산품들(라벤더 관련 제품들)을 샀다. 떠나는 날이 주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그렇게 발길이 닿는 데로 일단 무작정 걸었다. 눈길을 이끄는 성당부터, 한참 뒤에 알았던 유명한 거리까지. 아침을 안 먹었기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곳에서 햄버거를 주문해서 먹었다. 국내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고퀄리티의 재료를 보고 귀국 후에 햄버거를 안 사 먹었다.


2013.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잠시 앉아 국내에서 겪어보지 못한 퀄리티의 햄버거에 감동을 받으며, 배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 전까지 많이 걸었다. 목적지가 정해진 것이 아닌, 떠나기 전에 다가오는 미련과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걸으면서 생각했다. 조금 더 열심히 놀걸. 조금 더 열심히 먹어볼 걸. 눈 앞에 지나가는 트램을 타는 법도 모르고 떠나는 것도 아쉬웠다. 


사실, 전 날에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숙소에 가기 위해 트램을 타긴 했었다. 티켓을 어떻게 사는지 몰라서, 일단 타면서 요금을 내던지 티켓을 사기로 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다르게 트램은 출발했고, 기사님과 나는 벽으로 가로막혀 있어서 전혀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의도와 다르게 무임승차를 해버린 것이었다. 바로 앞에 있던 현지인은 알아들을 수 었는 말로 나에게 화를 내며 따졌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왜 돈을 안 내고 타냐고.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당황하고 있으니, 이내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할머니가 그냥 나를 토닥여주며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워 적당히 가다가 내리고, 지도를 보면서 숙소까지 찾아갔었다. 내일 일어나면 트램 타는 법을 꼭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하고 귀국해버렸다. 귀국 후에 알아내긴 했지만, 이미 어쩌겠는가. 그 날의 창피함은 지금까지 계속되는 것을.


2013.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남은 시간을 꽉 채우고 공항으로 출발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크로아티아는 꼭 다시 한번 더 오겠다고. 카메라와 렌즈도 제대로 챙겨서 원하는 풍경도 담고, 이번 여행에 못해본 것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자그레브는 이번 한 번으로 충분했다고. 크로아티아는 영원히 안녕이 아닌, 잠시만 안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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