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스라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Snap Feb 20. 2019

드디어 렌즈 구매하고 떠난 하노이

2014. 베트남 하노이


크로아티아 여행을 마치고 한 동안 여행 계획도 없어서 귀국하면 렌즈를 사야겠다는 다짐도 새해의 다이어트 결심처럼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러다가 그 해 겨울에 떠난 인도는 혹시나 모를 상황을 위해 폰과 작은 똑딱이만 가지고 갔다가 엄청 후회했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떠나는 하노이 여행은 지난 여행들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서 광각 렌즈(SEL1018F4)를 한 개 샀다. 


새 렌즈도 구매했으니 이제 나는 여행 사진의 마스터가 된 듯한 기분으로 당차게 하노이에 도착했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며 펼쳐지는 광활한 세상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동안 좁은 화각에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난 이때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넓게 보이는 만큼 많은 것들이 담긴다는 것을. 그리고, 왜곡으로 인해 오는 불편함도 말이다. 그 당시에 새로운 렌즈가 주는 즐거움에 신나게 사진을 찍었지만, 돌아와서 보는 수천 장의 사진은 넓게 찍힌 쓸모없는 사진들만 남아있었다. 


물론, 여행의 기록으로는 의미가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비싼 렌즈를 사들고 가서 찍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민망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래서 렌즈 여러 개를 들고 여행 가는구나. 그리고 유일하게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나와의 약속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시만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