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거리에 있는 수많은 전봇대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얽혀 있는 전깃줄이 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서 하루에도 몇 번의 정전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꼬여있는데도 금방 원인을 찾아서 복구를 한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옷방 속에 널브러진 옷더미 속에서 원하는 옷을 찾는 것과 같은 것일까. 불규칙 속에 있는 나만의 규칙으로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기공학을 전공으로 한 나에게 처음에는 하나의 큰 관심거리였지만, 몇 시간 내내 이런 그물처럼 퍼져있는 전깃줄 밑을 걷다 보니 마치 원래 내가 살았던 환경처럼 그냥 익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