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CF에서 로마 황제 길로 소개한 곳이며,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도시, 스플리트(Split). 트로기르(Trogir)에서 차로 해안 도로를 따라서 50분 정도 드라이브를 하면 도착하는데, 시베니크(Sibenik)에서부터 출발해서 2개의 소도시를 둘러 본 나는 오후 5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13년도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리셉션 위치와 숙소 위치가 달라서 찾는데 애먹었었는데, 이번에는 저번과 같은 숙소를 예약했기 때문에 길을 헤매지 않고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잠깐의 휴식을 가지고 짐만 대충 풀고 곧바로 해가 지는 스플리트(Split)의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Tip : 스플리트(Split)는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바닷가 쪽에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운이 좋으면 바로 주차를 할 수 있지만 아니라면 주차 자리를 찾아서 계속 돌아다녀야 한다. 난 유니 렌트카(Unirent) 스플리트(Split) 지점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저렴한 가격에 하루를 주차할 수 있었다.
다만, 주차 기계에서 미리 예상 주차 시간을 입력하고 출력 된 티켓을 자동차 앞 유리 쪽에 올려놔야 주차위반 벌금을 안 물게 된다. 혹시나 시간이 지나서 주차 위반 딱지를 끊게 된다면 벌금은 약 40만 원 정도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붉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배를 달래기 위해 간식거리를 구매하고 바닷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장시간의 여정에 대한 피로를 잠시 풀었다.
여름의 스플리트(Split)는 태양이 수평선 너머가 아닌 마르얀(Marjan) 언덕 방향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자다르처럼 바닷가에 앉아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을 멍하니 바라볼 수 없다. 그래서 나도 적당한 휴식을 가진 다음 일몰 감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리바(Riva) 거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리바(Riva) 거리부터 열주 광장을 통과해 올드 타운을 걷다 보면 내가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크로아티아가 처음이라면 스플리트(Split)에 꼭 들려 이 길을 통해 올드 타운을 한번 산책해보는 것을 정말 추천한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 후에 크로아티아를 떠올릴 때 한동안 여기에서 만났던 수많은 장면들로 인해 그리움으로 가득 찰 것이다.
리바(Riva) 거리를 따라 걷다가 끝나는 지점이 되면 눈앞에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말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건물 사이에 지하 통로로 들어가는 입구가 하나 보인다. 여기를 들어가는 순간부터 중세 시대의 모습을 더욱더 체감할 수 있다. 비록 입구로 들어가면 기념품 샵들이 즐비해있어 실망할 수 있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세월의 흔적을 느끼며 길 따라 계속 걸어가도록 하자.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면 눈앞에는 스플리트(Split)의 꽃이라고 부르고 싶은 열주 광장과 벨 타워(성 도미니우스 대성당, Saint Domnius Bell Tower)가 나타난다. 크로아티아에서 내가 가장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열주 광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많은 관광객들이 감탄을 한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시간 여행을 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데 이곳이 너무 그리웠던 나는 6년 전의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서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서 옛 추억을 떠올렸다. 반가움도 잠시, 나는 다른 곳을 다 둘러보고 제일 마지막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스플리트(Split)에서 최고의 밤을 즐기기 위해 잠시 아껴두고 길을 따라 다시 천천히 걸으며 시간 여행을 시작했다.
그저 발길 가는 대로 걷다 보면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소원을 들어 준다는 그레고리 닌스키(Gregory of Nin) 동상이 있다.
Episode : 13년도에 같이 여행을 했던 일행이 여기에서 나에 대한 소원을 빈 적이 있었다. 바로 옷을 갈아입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4명이서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떠날 때 렌터카 트렁크에 캐리어 4개가 안 들어가기 때문에 모두 작은 캐리어를 가지고 오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 말을 믿었던 나는 2주 가까이 떠나는 여행에 20인치 캐리어에 신발과 몇 가지 용품을 넣다 보니 옷 넣을 공간이 없어서 가서 매일 세탁해서 입을 생각으로 아주 소량의 옷만 챙겨갔었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일행들은 28인치 캐리어에 수많은 옷들을 가져온 덕분에 여행 사진을 보면 항상 나만 매번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나의 희생(?)과 렌터카 회사의 인심으로 예약한 차량보다 더 큰 차를 준비해준 덕분에 캐리어 4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골든 게이트(Golden gate)가 있는데 그 사이로 다시 들어가면 올드 타운 외곽이 아닌 내부로 들어가서 못 봤던 모습들을 보며 구석구석 구경할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걷다 보면 다시 눈앞에 열주 광장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까보다 점점 더 많아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오늘의 밤은 여기에서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기 때문에 다시 발걸음을 옮겨 놓쳤던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의 뒷부분을 둘러보기 위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편에서 바라보는 야경의 모습도 아름답기 때문에 시간이 있다면 나처럼 다양한 곳에서 벨 타워(Bell Tower)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천천히 발길 가는 대로 놓친 곳이 혹시 있을까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배가 고파져서 숙소 주인이 추천해준 가성비가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스플리트(Split)의 하이라이트, 시원한 맥주와 함께 버스킹 공연을 보며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즐기기 위해 열주 광장으로 돌아와서 자리를 잡았다.
이 광장에는 버스킹 공연으로 아주 유명한 룩소르 카페(Café & Restaurant Lvxor)가 있다. 늦은 밤 시간까지 계속 노래를 부르며 주변 관광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데, 광장의 계단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공연을 보고 있으면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스플리트(Split)에 왔다면 밤에 숙소로 바로 돌아가지 말고 열주 광장에 들려 잠시라도 즐겨보도록 하자.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면서 잊지 못하는 순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Tip : 열주 광장 계단에는 방석들이 깔려 있다. 여기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돌아다니는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다주는데,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금방 서빙해준다. 금액 지불은 선불이기 때문에 미리 돈을 준비하고 있도록 하자.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에 멋진 추억을 위해 조금 투자하도록 하자.
기분이 상당히 업이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광장에서 맥주와 음악을 즐기다가 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다. 숙소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이 밤이 이렇게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서 서서 좀 더 구경하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힘들게 돌려 다시 한번 올드 타운을 크게 한번 돌아보고 숙소로 들어갔다. 피곤했는지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들어버렸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다른 도시들처럼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산책을 시작했다. 전날 많은 사람들과 같이 걸었던 리바(Riva) 거리를 조용하고 여유 있게 걸으며 스플리트(Split)의 아침 모습을 감상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늦은 밤까지 노랫소리와 함께 춤을 추던 열주 광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주 조용했고, 금방이라도 병사가 달려 나올 것만 같은 광장의 고요한 분위기를 느껴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겨 어젯밤과는 또 다른 느낌의 거리를 둘러봤다.
올드 타운의 정취에 흠뻑 빠져 걷고 있는데 눈앞에 아침 시장이 열려있었다. 하얀 건물들 사이에 열린 시장이 아주 화려하게 보였다. 시장 구경은 항상 재미있고 현지인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아가는지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늘 흥미로운 곳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구경을 하는데, 싱싱해 보이는 과일들이 너무 맛있게 보여서 결국 아침 식사 겸 오후에 두브로브니크(Dubrovnik)로 넘어가는 길에 먹을 과일들을 구매했다.
Tip : 아침에 열리는 시장이라고 해서 모든 품목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마트 콘줌(konzum)이 시장보다 더 저렴한 경우도 있으니 마트에 들른다면 미리 가격대를 파악하고 기록을 해주도록 하자. 여행지에서 가격들을 정리하다 보면 나중에 여행 경비 정산할 때도 좋고 다른 도시에서 물가 비교하기에도 매우 용이하다.
간단한 쇼핑을 끝내고 걷다 보니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동상을 다시 만났는데, 세 번째 크로아티아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빌어 본 후 올드 타운 내부로 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봤다. 발길이 가는 데로 좁은 골목길 따라 걷다 보니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났다.
로빈(Rovinj)에서부터 자주 이용했던 빵 가게였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뚜레xx, 파리바xx 정도의 느낌) 과일과 함께 먹을 빵을 구매하기로 했다. 크로와상이나 바게트 빵처럼 눈에 익숙한 것들 외에는 대부분 생소했기 때문에 복권을 구매한다는 기분으로 맛있기를 기대하며 매번 새로운 빵을 구매했다. (딱 한 번 실패했는데, 안에 아주 짠고 기름진 소시지가 있었다.)
빵 냄새를 맡고 난 뒤부터 급격히 배가 고파져왔다. 숙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아예 짐을 다 챙겨서 차에 넣어두고 이른 시간이라 오픈을 안 했던 벨 타워(Bell Tower)에 올라가 전망을 한번 바라보고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두브로브니크(Dubrovnik)를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그렇게 숙소로 향하는 길에 다시 코 끝을 자극하는 냄새가 느껴졌다. 좋은 냄새가 아닌 아주 비릿한 냄새였다. 신기하게도 길거리에 어 시장이 열려있었다. 크로아티아 바닷가에는 어떤 생선들이 잡히는지 너무 궁금해서 한번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다 챙기고 체크아웃까지 완료한 다음 벨 타워(Bell Tower) 전망대에 올랐다. 좁은 입구를 진입해 오래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탑의 꼭대기에 도착하면 스플리트(Split)의 전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는데, 멋진 전경을 감상한 후에 탑에서 다시 내려오면 열주 광장에는 로마 병사의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다. 약간의 팁만 주면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한껏 활용해서 스플리트(Split)에서의 추억을 남기도록 하자.
Tip : 벨 타워(Bell Tower) 입장료는 2018년 8월 기준 20kn, 2019년 8월 기준 30kn. 정확한 가격은 방문하는 시즌에 따라서 가격 변동이 있으니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으로 보고 가면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대기하는 줄이 길수 있으나 금방 금방 빠지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벨 타워(Bell Tower)의 전망대를 마지막으로 스플리트(Split)에서 일정을 마친 나는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두브로브니크(Dubrovnik)를 향해 출발했다. 여행의 끝이 다가옴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은 항상 여러 가지 기분이 교차한다. 어떤 나라(인도 같은 나라)는 드디어 집으로 간다는 기쁨이 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추억만 남긴 나라에서는 지난 일정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Tip : 스플리트(Split)에서 두브로브니크(Dubrovnik)로 구글 네비를 설정하면, 여러 개의 길이 나온다. 무조건 해안 도로를 따라서 가는 길로 택하도록 하자. 그 길이 정말 예쁘고 중간중간에 내려서 감상하기에도 너무 좋다. 그리고 두브로브니크(Dubrovnik)로 넘어가는 길에 중간에 국경을 지나가기 때문에 여권 검사를 한다. 운이 좋으면 금방이지만 시즌에 따라서 30분 이상 소요되기도 하므로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출발을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