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Day4) #1

새벽 산책에 은하수를 만나다.

by MySnap

전날 융프라우와 트래킹 코스 2개를 완주하고, 숙소에 와서 씻고 나가려고 하다가 잠깐 누운 사이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새벽 3시였다. 자기 전에 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기에, 설마란 생각으로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봤다.


예상한 대로,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이 기다리고 있었고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위스에 여행을 오면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은하수였다. 국내에서는 광해를 벗어나서 은하수 촬영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은하수를 만날 수 있는 조건도 상당히 까다롭고, 직장인이 시간을 맞추기는 특히 어렵다.


그래서, 스위스에서는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란 기대감에 별자리와 은하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로 확인해보니 머리 위에 은하수가 있었다.


이미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일어난 것이 다행이란 생각에 떨리는 마음으로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고 나갈 채비를 하였다.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잠에서 깬 와이프가 어디 가냐고 물어보길래,


"은하수 보러 갈래?"


라고 물어보니, 바로 좋다고 옷 챙겨 입고 같이 따라 나왔다. 가로등 불빛 때문에 별이 잘 안보였지만, 이를 피해 공터에서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자 쏟아질 듯이 많은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연하지만 은하수가 보였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났으면, 화려한 은하수가 눈앞에 펼쳐졌겠지만 이미 아이거 북벽 뒤로 넘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끝 부분이라도 이렇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은하수를 나도 처음 봤고, 와이프도 처음 본다고 했다. 신기하다며 계속 하늘을 올려다봤다. 내가 기대했던 선명한 은하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도 오고 구름이 자주 끼는 산속에서 이렇게라도 볼 수 있는 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이 사진을 보자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진짜 은하수가 이렇게 보이냐고. 정확히 말하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위치는 확인이 가능하다 '저렇게 띠를 형성하며 펼쳐져있구나'라고. 은하수를 선명하고 화려하게 보려면, 주변에 빛 공해가 전혀 없어야 한다. 달도 떠있으면 안 된다. 그러나 내가 본 날은 달도 떠있었고, 주변에 숙소들과 가로등이 많아서 광해가 많았기 때문에 선명하게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별이 쏟아지는 것은 볼 수 있었다. 아는 별자리들도 보였고, 처음 보는 별자리들도 보였다.

그게 뭐 중요할까. 그냥 지금 내 머리 위에는 별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한번 은하수 촬영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도 구름이 많아서 결국 실패하고 돌아왔지만, 보통 천문대나 황매산, 벗고개 등 몇몇 포인트에 은하수가 나오는 시간에 맞춰서 많은 사람들이 가서 촬영한다. 그래도 몇 번의 경험은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은하수 모습을 담아보고자 카메라를 세팅하였다.


이리저리 위치도 옮겨가고, 나름 구도도 잡아보면서 했지만 쉽지 않았다. 조금만 더 일찍 나올 걸, 아이거 북벽 뒤로 가면 어마한 장관일 텐데 아쉽다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여러 번 세팅을 바꾸면서 최대한 선명한 모습을 담아보고자 했다. 은하수가 1시간만이라도 빨리 오지 그랬니라고 하는 것 같았다. 제일 핵심 부위가 아이거 북벽 뒤로 가려져서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그린델발트에 도착하자마자 아이거 북벽을 중심으로 은하수를 담아보고자 했으나, 역시 이미 많이 지나가서 이 또한 구도상으로 쉽지 않았다. 특히, 가로등 불빛 때문에 원했던 구도를 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원하는 구도로 못 담아도 괜찮다. 모두 잠든 시간에 홀로 나와서 이렇게 은하수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지 못했겠지. 스위스에 여행을 온다면, 미리 날씨를 체크하고 은하수 보는 것도 한번 계획을 짜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한국보다 훨씬 관찰하기 쉽다.


스위스에서 은하수를 본 것은 잊지 못할 광경이었고, 추억이었다.


중간중간 카메라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삼각대가 기울어지면서, 재미있는 사진들도 촬영이 되었다.


1 시간 좀 넘게 밖에서 은하수도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점점 추워졌다. 산속의 새벽 공기를 얇은 옷을 입고 나와 한 시간 넘게 버티고 있으니, 감기 안 걸리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때마침 구름이 점점 몰려오기 시작했다. 멀리 해가 떠오르는지 은하수도 조금씩 가려졌고, 구름도 몰려서 그만 철수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와이프가 정말 좋아했다. 새벽에 나와서 차가운 새벽 공기를 느끼며, 은하수를 바라보고 있다니 정말 좋다고 한다. 특히, 이렇게 많은 별을 보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은하수였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원했던 그 풍경들을 하나씩 하고 있으니, 이번 여행의 만족도는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따뜻한 숙소에 들어오자, 온몸이 나른해지며 다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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