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Day4) #2

트래킹#3 : 피르스트 & 국경일 불꽃축제

by MySnap

새벽에 은하수를 감상하고, 눈을 뜨니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카메라 속 사진을 보니 어제 새벽에 내가 은하수를 보긴 했구나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보통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숙소를 안 바꾸는 편인데, 이번에는 숙소 2군데를 예약했었다.


처음 예약한 여기는 호텔 뷰가 너무 안 좋아서 실망했었는데, 옮기는 호텔은 뷰가 좋기를 기대했다. 제발 눈 앞에 아이거 북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오늘은 숙소를 옮기고 피르스트 트래킹을 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에, 조식을 든든하게 챙겨 먹었다. 체크아웃도 빨리 해야 했기에, 가장 부지런했던 아침이었다.



캐리어를 챙기는데, 어제 장 봤던 맥주가 냉장고에 그대로 있었다. 챙겨갔다간 미지근해질 것 같아서 가장 맛있을 때 그냥 마시기로 했다. 물론, 그린델발트 역을 안주 삼아서 말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지도로 확인했을 땐 금방일 것 같았던 호텔이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서 꽤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드디어 다음 호텔이 나왔다. 도착 전에 보이는 아이거 북벽의 풍경에 이번 숙소에 대한 기대가 꽤 커졌다.

아침 10시도 안된 시간이었는데 염치없이 얼리 체크인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다행히 된다고 했다. 안되면 캐리어만 보관하고 바로 피르스트로 출발할 생각이었는데,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하니 일단 방에 짐을 나 두고 재정비하고 가려고 했다. 방을 준비해주시는데, 너무 궁금해서 혹시 아이거 북벽 뷰냐고 물어봤더니 '물론'라고 한다. 원했던 뷰를 받았기에 기분이 좋아서 땡큐라고 말했다. 예약한 방 배정을 받는 건데 뷰가 좋아서 나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그만큼 첫 번째 숙소의 뷰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방에 들어와서 뷰를 보는데 너무 예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원했던 뷰가 눈앞에 펼쳐져있으니 기분이 좋아 한동안 감상하다가, 이내 짐을 재정비하고 피르스트로 가기 위해 출발했다. 숙소를 옮긴 탓에 걷는 거리는 더 늘어났지만, 그래도 뷰가 주는 만족감에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았다. 피르스트 케이블카 타는 곳을 향해 걷다가, 스포츠 매장에 잠시 들렸다. 이틀간 사용했던 얇은 끈으로 된 가방이 너무 불편해서, 적당한 금액대에서 트래킹용 가방을 하나 사려고 들렸다. 나름 유명한 브랜드인 '도이터' 가방을 한화로 약 5만 원 돈 주고 구매를 했다. 확실히 제대로 된 백팩이 어깨 부담이 덜했다.


가방을 계산하는데, 직원이 '오늘(8월 1일)은 스위스 국경일이야. 밤 10시부터 모든 곳에서 불꽃 축제를 하니까 즐기길 바래. 그리고, 2주간 축제기간이야'라고 말해줬다. 8월 1일이 국경일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오늘 밤 10시부터 불꽃축제가 있다고 하니, 내심 큰 기대를 가지게 되었고 피르스트 다녀와서 한번 즐겨보기로 했다. 만족스러운 가방 쇼핑을 마치고 피르스트로 올라가는 케이블 타는 곳에 도착했다.



First는 피르스트라고 읽어요. 퍼스트가 아니에요.


First를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퍼스트라고 읽었다가 이상한 사람 됐다. CHANNEL을 샤넬이 아닌 채널로 읽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동안 몇 번 헷갈렸지만 그래도 어느덧 피르스트라고 익숙해졌다. 습관이란 확실히 무서운 것 같다. 융프라우 VIP 쿠폰이 있으면 구매한 기간 동안 줄 설 필요도 없이 그냥 바로 케이블카를 타러 가면 되었다.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여유 있게 풍경을 감상하면서 목적지까지 올라갔다.


케이블카에 앉아서 점점 멀어지는 그린델발트와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여유 있게 있다 보니 목적지인 피르스트에 도착했다. 피르스트에서 '바흐알프제 호수'까지 약 1시간 정도 트래킹을 할 수 있고, '플라이어', '마운틴 카트', '트로티 바이크'의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 짧은 트래킹 코스와 액티비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 중 하나라서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제일 먼저 나를 반겨주는 곳은 역시나 소종 소리였다. 하루라도 안 들으면 스위스가 아닌 것 같았다. 입구에 내려서 조금만 걷다 보면 '클리프워크'로 갈 수 있는데 절벽에 다리를 놓아서 걸을 수 있게 해놓았고, 전망대를 만들어서 경치도 바라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갈까 하다가, 일단 제일 먼저 한번 들려보기로 했다. 놀이기구도 제대로 못 타는 나도 걷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어느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곳 같았다. 애기들도 재미있다며 그냥 걷는 곳이다. 간혹 무서웠다는 사람이 있는데, 강풍만 불지 않는다면 그냥 경치 좋은 길을 걷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뻥 뚫린 곳에서 아이거 북벽, 융프라우를 바라보니 속이 다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며 경치를 즐기다가, 다시 목적지인 '바흐알프제'호수 까지 스위스에서의 3번째 트래킹을 시작했다.


가는 길이 소똥 때문에 엉거주춤 서로 피하기 바빴지만, 길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너무 쉽게 걸을 수 있었다. 소와 같이 사진도 찍고, 경치도 바라보고 걸으며 누릴 수 있는 여유는 다 누린 것 같았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멋진 풍경에서 사진도 찍고, 쉬기도 하고 와이프와 같이 추억을 남기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친절하구나 싶었는데, 와이프와 나의 모습을 담아 주겠다는 것이 아닌 자신과 나를 같이 찍자고 하는 뜻이었다. 그래서 순간 당황했지만, 사진을 같이 찍고 쿨하게 떠나는 외국인을 바라보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상황 파악을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평소에 한국에서 신던 운동화를 가지고 와서, 트래킹을 했는데 첫 트래킹 할 때 살짝 발끝에 무리가 오는 것을 느꼈었다. 그래도 괜찮겠지란 생각에 그냥 무시하고 진행했었는데, 오늘 아침에 발가락 끝의 통증이 심해서 살펴보니 피멍이 올라오고 있었다. 신발끈도 조이고, 두꺼운 양말을 두 켤레 신었는데 그래도 걷다 보니 통증이 시작되어서 생각보다 빨리 걸을 수 없었다. 샌들을 신을까 하다가 그래도 트래킹이란 생각에 운동화를 신었는데, 다음 트래킹에선 무조건 샌들을 신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내리막길에서 통증이 심해지면, 뒤로 걷기도 하고 옆으로 걷기도 하며, 바흐알프제까지 열심히 걸었다. 물론, 중간중간 펼쳐지는 멋진 풍경에서 사진을 찍는 핑계로 쉬기도 했지만 말이다. 가다 보니 언덕에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드디어 다 왔다라며 내심 기대했지만 그 자리에는 산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 서식하는 녀석들이었는데 사람들이 다가가도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사진 찍는 것을 즐겨하고 있었다.



산양을 바라보다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생각하고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사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는데, 일기예보상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되어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조급해졌다. 스위스 날씨 어플은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바흐알프제'호수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서 사진도 찍고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나도 초입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경치를 바라보다가, 배가 고파져서 준비해온 빵과 소시지, 과일들로 간단한 점심을 했다. 여유롭게 점심을 하고 있는데, 풀을 뜯던 소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혹시나 싶었지만 가방에 관심을 가지길래 순간 움찔했더니, 나의 동작에 소도 움찔하고 옆으로 피해갔다. 덕분에 바로 옆에서 소를 한참 볼 수 있었다. 순수한 마음에 다가온 소일 텐데 괜히 놀라게 했나란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라도 핥고 지나가면 그 뒤의 찝찝함은 내가 감당해야 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바흐알프제, 마치 동화 속 세상 같다


식사를 마치고, 와이프가 자기가 아는 포인트가 있다고 데려갔다. 이미 한번 다녀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예전에 찾아놓은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구도 잡고 한동안 사진을 찍고 놀다가, 또 앉아서 하염없이 주변을 구경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푸른 하늘을 보니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행복했다. 소들은 이미 익숙한지 사람들이 붙어 있어도 아무 상관없는 듯이 있기도 했다.


어느 정도 휴식을 즐기고, 천천히 돌아가 보기로 했다. 중간중간 내가 혼자 구도를 생각했던 포인트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거기에 잠깐 들려 사진도 찍으며 혼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사진 찍으며 주변을 보는데, 소들이 사람들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라이딩을 하던 사람들이 잠시 쉬고 있었는데, 소들이 자전거를 한번 다 훑고 지나갔다. 당당한 소들의 행동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다.



확실히 스위스 일기 예보는 꽤 정확한 것 같았다. 저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내려갈 때 액티비티도 할 생각이기에 조금 서둘러야 했다. 다시 돌아가는 길도 역시나 소와 멋진 풍경과 같이 함께였다.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먹구름이 머리 위에 까지 도달하더니, 결국 비가 내렸다. 다행히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우산을 꺼내야만 했다. 내리는 비를 또 맞으며, 천천히 걸었는데 이내 맑은 하늘이 다시 나왔다. 그래도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신기해서 하늘을 봐도 도대체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동안 계속 내리는 비 때문에 파란 하늘 아래서 우산을 계속 펴고 걸어야 했다.


비가 곧 그쳤고, 우산을 넣고 다시 사진도 찍으며 걷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멋진 포인트에서 사진도 찍으며 점점 케이블카 타는 곳도 보이기 시작했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 '피르스트 플라이어'란 액티비티가 있는데 조용하길래 매표소에 가서 물어보니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마감되었다고 했다. 시원한 바람은 느꼈지만, 플라이어를 못할 정도로 바람이 불지는 않았는데, 이해는 안 되었지만 그렇다고 하니 아쉽게 발을 돌려야 했다. 여기서 그냥 내려가긴 아쉬워 매표소 위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이거 북벽과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를 한잔했다.


머리 위로 수많은 새떼들이 한 번씩 나타났다. 무슨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씩 저렇게 비상하면 장관을 이루었다. 시원한 맥주를 하며 쉬고 있는데, 나처럼 사진을 좋아하는 외국인이 자리를 잡고 사진 찍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루하게 바라보는 와이프가 보였는데, 아마 나와 와이프가 남들이 보기엔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사진 찍는 것을 이해해주는 것에 난 깊이 감사하게 생각 중이다.


플라이어는 못했지만, 그래도'트로티 바이크'는 타기로 했다. 중간에 마운틴 카트를 탈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위험해 보여서 그냥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안전에 관한 설명서에 사인을 하고 헬멧과 자전거를 받고 내려갈 준비를 했다. 안장이 없다 보니 서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자칫하다간 넘어져서 크게 다치기 쉬워 보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 속도가 빨라진다 싶으면, 계속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내려가야 했다. 괜히 스피드를 즐기다가, 남은 여행 일정도 빨리 마감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하늘을 바라보니 먹구름 때문에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폭우가 오기 전에 내려가야 했기에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며 내려갈 여유도 없어서 그냥 인증샷 정도만 남기고 바로 내려가야 했다.


트로티 바이크는 날 좋을 때 꼭 다시 한번 더 타보고 싶다.
내려오는 풍경이 정말 예쁘고 마음에 들었다.



그린델발트에 다 왔을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빨리 트로티 바이크를 반납하고 COOP에서 간단히 장만 보고 호텔에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신라면과 맥주 등을 쇼핑하고 나오니,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딱 좋은 타이밍에 피르스트 트래킹과 트로티 바이크를 타고 온 것이었다.



이런 비에 과연 불꽃축제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빗속을 뚫고 호텔에 도착했다. 침대에 누우니 온몸이 나른해졌다. 비가 많이 와서, 더 이상 할 것도 없어서 난 신라면에 물을 붓고, 테라스에서 비 오는 풍경을 한없이 바라보며 감상했다.



신라면을 먹으며, 가만히 보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다시 하늘이 맑아졌다. 불꽃 축제할 수 있겠구나! 며 다시 기대감을 가지는데, 그 이후에 펼쳐지는 말도 안 되는 날씨 변화에 그냥 덤덤히 바라봤다. 혹시나 번개가 치면 사진 찍어야 지란 생각에 카메라를 세팅하고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이 나왔다가, 아이거 북벽을 구름띠가 가리더니, 안개 때문에 눈앞에서 큰 산이 사라졌다가 다시 파란 하늘이 호수처럼 나타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날이 어두워졌다.


중간중간에 폭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일까, 화려했던 불꽃축제가 아닌 그냥 개인 집에서 하나둘 터뜨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제야 아침에 가방을 샀던 상점의 직원이 말했던 것이 이해되었다. 모든 곳에서 불꽃 축제를 한다는 것이.


진짜 그냥 모든 곳에서 하긴 했다. 규칙성 없이 폭죽 터뜨리고 싶을 때 하나 둘 터뜨리는 것이었다. 김이 빠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앉아서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폭죽 보는 게 어디냐 싶어서 바라봤다. 밖에 나갈까도 했지만, 언제 비가 올지 모르고 뷰도 너무 좋아서 그냥 숙소에서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불꽃에 실망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숙소 옆쪽에서 큰 소리와 함께 불꽃이 터졌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다되었다. 여태까지는 애피타이저였고, 지금부터가 메인 요리와 같은 폭죽인 것이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터지는 폭죽을 바라보았다. 호텔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테라스에 나와서 불꽃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실망하고 있다가, 갑자기 시작된 불꽃 축제에 감동을 받으며 바라봤다. 이제야 만족감이 들었다.



10여분 이상 지속되는 불꽃 축제를 바라보며. 스위스 국경일에 이 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번에 스위스 올 때도 국경일을 맞춰서 오기로 생각했다.


스위스 여행한다면, 국경일에 불꽃 축제를 꼭 즐겨보자


아침부터 기대했던, 불꽃 축제가 처음에 실망했지만 화려하게 마무리가 되어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고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의 여행은 불꽃을 마지막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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