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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Sep 06. 2017

크로아티아 여행(Day2)

바다 오르간, 자다르

플리트 비체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정말 상쾌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기온 덕분에 정말 쾌적하게 잠을 잤는데, 오늘 자다르로 출발하는 발걸음 조차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호텔 조식을 챙겨 먹고 캐리어를 끌고, 렌터카로 갔다. 그런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당장 출발해야 하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해봐도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제 주차를 하면서 라이트를 안 끈 것이었다.


유럽 렌터카 여행 시, 라이트는 꼭 확인하세요


국내 자동차는 Auto 기능이나, 시동을 끄면 알아서 잠시 뒤에 오프를 해주지만 유럽의 자동차는 직접 손으로 돌려줘야 하는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렌터카를 빌리면서 보험에 가입했지만, 유심도 없을뿐더러 어디로 전화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한참을 헤매었다. 그러다 호텔에 가서 도움을 청했는데, 도와주겠다고 오는 사람마다 차가 고장 났으니 어쩔 수 없다라며 돌아가는 것이다. 딱 봐도 방전된 것인데, 아니라고 그냥 고장 난 것이라고 한다. 짜증이 극에 달해있는데, 다시 도와주겠다고 온 직원이 자신의 차를 가지고 와서 바로 배터리 점프를 해주는 덕분에 시동이 걸리게 되었다. 너무너무 고마워 팁을 주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제일 작은 돈이 10유로 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생한 것 대비 적당하다 싶어서 팁으로 주고 차를 출발했다.


굿바이, 나의 아쿠아 슈즈


20여분 달렸을까, 싸한 느낌이 들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옆 차 지붕에 올려놓은 아쿠아슈즈를 두고 그냥 온 것이다. 이미 일정이 많이 딜레이 되어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아침부터 다이내믹하게 보내고,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니 크로아티아 여행의 두 번째 도시 자다르에 도착했다. 진입하자마자 옆으로 푸른 바다가 보였다.


크로아티아 렌터카 여행의 묘미는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드라이빙하는 것인데, 나의 여행 일정 중 바다를 보는 드라이빙 코스의 시작점은 자다르였다. 내년이나 다음에 크로아티아를 다시 가게 된다면, 로빈, 풀라, 리예카 등 못 가본 도시를 중점적으로 해서 아드리아해 드라이빙을 할 생각이다.


자다르의 첫 느낌은 무채색의 도시에 주황색 지붕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옆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와 여유가 넘치는 조용한 도시였다. 예약한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니, 주인이 1층에 자기가 운영하는 펍도 있으니 나중에 와서 맥주도 즐겨라고 한다. 밤에 가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결국 들리진 않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자다르를 구경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뜨거운 햇볕을 피해서 골목골목 구경도 하고, 성 도나투스 교회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구경하며 든든히 식사도 하고 여유를 즐겼다. 중간에 햇볕이 너무 더워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기도 했다. 다들 자신 있게 바다에 뛰어 들어가는 것 보고, 수영을 못한다는 것을 망각한 채 뛰어 들어갔다가 죽을 뻔했지만, 튜브 하나에 매달려 더위를 식히며 놀기도 했다.

그러다 해가 질 때쯤 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하자, 자다르에서의 하이라이트 바다 오르간을 들으러 갔다. 시간대가 정해져 있어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멋진 일몰을 바라보며 그냥 가만히 바다 오르간 소리를 듣고 싶었다.


크로아티아 여행 중,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는 일몰을 바라보며 들은 바다 오르간 연주 소리다.


바다 오르간은 처음부터 파도가 칠 때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오르간 소리가 나도록 설계가 되었다. 바닥에 있는 동그란 구멍으로 소리가 나오는데, 가만히 앉아서 울려 퍼지는 이 소리가 정말 환상적이고 매력적이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일몰을 바라보며 듣는 이 소리는 이번 여행에서 잊지 못할 추억 중 하나다. 여행을 다녀온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워하는 중이다.




1시간 정도를 가만히 바다를 보며 오르간 소리를 듣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사람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낮에만 해도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인 줄 알았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여행객들이 모였는지 신기했다. 자다르뿐만 아니라 스플리트에서도 낮에는 한가하다가, 밤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일몰이 지는 바닷가를 옆에 두고 거리에는 버스킹 하는 사람, 공연하는 사람 등 볼거리들이 많아졌다.


오르간 소리를 들으며, 바로 옆에 있는 태양의 인사로 걸어갔다.  원형으로 된 광장 같은 곳에 태양열 전지판과 LED를 설치해서 낮에 모은 전기에너지를 밤에 LED 조명을 발광하는 데 사용하는데, 화려하게 변한 광장에서 사람들이 구경하는 모습 또한 가히 장관이었다.


태양의 인사를 구경하고, 자다르의 야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어디 높은 곳으로 가서 볼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아서 천천히 도심 속을 거닐었다. 밤이 되니 화려해진 자다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치 카니발 분위기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게 일상이라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밤이 깊어지고,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숙소로 갔다. 주인이 운영하는 펍도 한창 분위기가 오를 때였지만, 이를 즐기기 위한 체력이 방전되어서 그냥 쉬기로 했다.


바다 오르간을 보고 걷는데 발가락이 계속 어디 베인 것처럼 따끔거렸다. 처음엔 무시했는데, 따끔거림이 심해져서 살펴보니 칼로 베인 자국이 어마하게 많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낮에 바다에 들어갔다가 허우적거리면서 생긴 상처였다. 벽에 붙은 따개비들을 밟고 일어서려고 했던 흔적이었다. 한국 가면 수영부터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안 배우고 여전히 바다를 무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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