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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Sep 10. 2017

크로아티아 여행(Day3)

렌터카로 자유롭게, 스플리트로

여행의 5일 차 아침이 되니 몸이 점점 무거워진다. 슬로베니아부터 플리트비체를 거쳐 자다르까지 왔더니, 슬슬 몸에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하지만 침대 위에서 조금 더 뒤척이며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서 한걸음이라도 더 걷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나의 여행 철학 때문에, 오늘도 내 몸은 혹사를 당한다. 


이번 여행에서 바닷가에 숙소를 잡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아침 일찍부터 바닷가 산책을 하고 싶었다. 바다 오르간의 아침 풍경도 보고 싶었고, 자다르의 전체 모습을 한번 보고 싶었다. 그래서 차에 짐을 다 실어놓고 바닷가 산책을 시작했다.



나의 고향은 부산인데, 25년 이상을 바다를 바라보며 살았다. 그래서, 국내 여행을 하더라도 바닷가를 보면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해외에 나와서 이렇게 바다를 보니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바다 색깔 때문인 건지, 그냥 여행을 와서 괜히 기분이 업된 건지 아침부터 바다를 보며 산책을 하니 너무 상쾌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 일찍 산책한 기억은 없었는데, 여기에서 처음 해 봐서 이렇게 좋은 것을 몰랐던 것 같다.


이른 아침 바다 오르간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는 것은 자다르의 큰 매력이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 오르간 소리를 한번 더 들어보며 어제 걸었던 길을 다시 한번 더 걸었다. 밤에 봤던 풍경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바다 오르간 소리는 여전히 환상적이었다.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차를 타고 다음 여행지로 출발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스플리트였다. 역시 바닷가에 있는 도시였는데, 역사가 깊은 도시로 그리스의 거주지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여러 건축 양식에 의해 화려하면서도 상당히 올드한 느낌이 나는 도시라는 말에 꼭 방문해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였다.


자다르에서 스플리트까지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하는 중에, 지도를 보니 눈길을 끄는 도시가 하나 있었다. 시베니크였는데, 크로아티아 여행 정보를 알아보면서 여러 번 본 도시였다.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한번 구경하기로 했다. 중간에 이정표를 잘못 보고 한번 지나쳤지만, 다음 이정표에서 시베니크가 나오길래 겨우 방문했던 곳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도시는 시베니크다.


시베니크에 도착은 했지만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부터 목적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지도를 인쇄해오지도 않았었다. 유심비가 아까워 데이터도 없었기 때문에 구글 지도 확인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미리 한국에서 다운받아와서 GPS 신호만 활용해 충분히 볼 수 있었겠지만, 이 당시에는 그런 머리는 없었기에 너무 무식한 방법으로 여행을 했었다. 그래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냥 길을 따라 걸었다. 마을이 상당히 조용했다. 걷는 동안 사람은 다섯 손가락 꼽을 정도밖에 마주치지 못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 것인지, 원래 이렇게 조용한 곳인지 알 수 없었다.



어느 정도 걷다 보니, 시베니크에서 확실한 매력을 느꼈다. 바로 빈티지함의 끝판왕이었다는 것이다. 길을 따라 보이는 마을이 왜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였는지 모르겠다. 머문 시간이 1시간도 안될 정도로 짧게 있었는데, 지금도 사진을 보고 있으면 며칠 머물면서 사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야경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봤는데, 빈티지함에서 뿜어 나오는 또 다른 화려함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크로아티아 여행 때는 꼭 한번 넣고 싶은 곳이다.


지금 와서 시베니크를 검색해보니, 난 정말 새발의 피만 보고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 속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가장 외곽 쪽만 잠깐 보고 왔을 뿐이었다. 심지어, 내가 들어온 곳이 어딘지 아직도 찾을 수 없다. 그 당시에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에, 볼 것이 없다고 판단되어 다시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중간중간에 경치가 좋다고 판단이 되면, 차를 세워서 한참을 바라보며 감상했다. 그렇게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즐기면서 가는 중간에 트로기르란 도시가 보였다. 역시나, 계획된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었지만, 점심시간이 다 되었기에 잠깐 들려서 간단히 점심만 먹고 나오기로 했다. 하지만, 트로기르의 매력에 빠져 몇 시간을 머물다 나온 곳이기도 했다. 신기한 것이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머무른 도시들이 각자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어딜 가더라도 각 도시만의 특색이 있었다. 그래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 시베니크도 제대로 찾아갔다면, 금방 나오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트로기르는 진입하는 순간부터 운하(?) 같은 곳에 잘 정박된 보트들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차를 주차하고, 점심식사할만한 곳을 찾기 위해 레스토랑들을 보면서 틈틈이 트로기르 구경도 하기로 했다. 항구에 정박된 큰 유람선부터, 길 따라 심어진 야자수들을 보니 마치 동남아나 하와이 온 기분도 들었다. 물론 하와이는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시베니크의 빈티지함이 머릿속을 떠나기 전에 휴양지 같은 느낌의 도시를 보니 점점 크로아티아 여행의 매력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주변에 펼쳐진 레스토랑의 메뉴판들을 보면서, 가성비가 좋은 곳을 찾기로 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는 곳에서 먹기로 했다. 애매할 때는 그냥 사람 많은 곳이 대부분 맛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징어 요리와 시원한 코로나를 주문했다. 크로아티아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바닷가 나라이므로 최대한 해산물 요리를 많이 먹기로 다짐했었다. 아무래도 재료들이 다른 음식들 대비 많이 싱싱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주문한 음식의 비주얼은 합격점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 그대로였다. 시원한 맥주와 같이 먹는 그 맛은 정말 맛있었다. 주변 경치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배를 채우고, 소화도 시킬 겸 트로기르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따라 걸었다.


거리의 블록들이 전부 광이 나있었다. 인위적으로 광을 낸 것이 아닌 돌 자체가 광이 나는 재료인 것 같았다. 햇빛이 비치는 곳은 눈이 부시기도 했다. 시원한 젤라또도 사 먹으며 천천히 거리를 둘러보니, 바닥 재료 때문인지 오래된 세월 속에서도 빛이 나는 특이한 매력에 밥을 먹기 위해 들린 이 곳에서 뜻밖의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것이 여행의 매력이고, 렌터카 여행을 하면서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스플리트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크로아티아 여행의 웬만한 도시들은 전부 1박만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늦게 도착하면 제대로 구경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 관리에 신경을 좀 써야 했다. 중간중간 여유를 부리며 소모한 시간들이 결국엔 목적지에서 지내는 시간들을 뺏는 거였기에, 무작정 여유로움을 즐길 수도 없었다.


역사와 세월이 느껴지는 도시, 스플리트


1시간 정도 달려서, 오늘의 목적지인 스플리트에 도착했다. 숙소까지 차로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야 했다. 예약 바우처와 지도를 보며 스플리트의 골목골목을 헤매며 겨우 도착했다. 체크인하자마자 짐을 풀지도 않고 쉴 틈도 없이 바로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숙소를 찾기 위해 걸으면서 둘러본 스플리트 특유의 느낌이 나를 이끌었다고 해야 할까.


동유럽이지만 그리스 같은 느낌이 드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에서 여태 다른 도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역사와 세월을 몸소 느끼며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았다. 걷다 보니 15세기에 건축된 아르니르 교회와 한 손에는 성경책과 나머지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그레고리우스닌 동상이 보였다. 특히, 이 동상의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미신이 있어서 사람들이 만지다 보니 맨질맨질 광이 나 있었다.



걷는 곳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시선을 이끄는 곳이 많이 있었다. 동상 같아서 다가가면 사람이 행위 예술 중인 경우도 있었다. 

광이 나는 바닥과 좁은 골목이 수없이 많은 스플리트를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싶어 종탑 전망대로 올라가서 보기로 했다.

화려한 겉과 다르게 속은 철계단 하나만 의지한 채 올라가야 했는데, 녹이 슬어있어서 살짝 불안하기는 했다. 그러나 한층 한층 오를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스플리트의 풍경이 계속 발걸음을 나아가게 만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스플리트는 마치 동화 속 세상 같았다. 주황색 지붕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밑에서 바라봤을 때 보다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 또한 새로운 매력이었다. 자그레브 다음으로 큰 도시라고 하는데 위에서 바라보니 그 규모가 실감이 났다. 1박 2일 동안 이 전체의 일부만 둘러본다는 것이 많이 아쉽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를 여행에 포함하면서 일정을 조금씩 조절했는데, 그중 한 곳이 스플리트였다. 여기에서 흐바르 섬이나 다른 지역도 둘러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전부 다음 기회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스플리트 종탑 전망대 위에서 쓸데없는 생각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도시만의 느낌이라던지 그 나라만의 느낌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건축물이다. 스위스의 샬레, 크로아티아의 주황색 지붕 등 각 나라만의 느낌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옥, 초가집도 특정 도시에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정도다. 외국인들에게 한국 와서 받은 느낌이 뭐냐고 물어보면, 초고층 빌딩들이라고 한다. 이런 게 한국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홍콩, 중국만 가더라도 그런 건물들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진을 찍기 위해 국내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건물 사진을 찍은 적은 거의 없었다. 불규칙함과 자기만의 개성이 너무 강하다고 해야 하나, 그냥 왠지 모르게 정이 가지 않는다. 나만의 편견 때문인 걸까. 건축물이 일정한 나라들의 특징은 몇 세기를 지나면서도 지켜온 전통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오래된 건물들을 다 허물어버리고 신축 건물들을 급하게 올리면서 다 바뀐 것 같다. 급격한 산업화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종탑을 내려와서, 내부 박물관 같은 곳도 구경을 했다. 아는 정보와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둘러보는 수준밖에 안되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 나라에 대한 간단한 공부라도 하고 간다. 여행을 다니면서 깨닫는 것 중 하나가 아는 만큼 보인다이다.




천천히 스플리트를 둘러보면서 느긋하게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나자,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더위가 어느 정도 사라지자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낮에는 여유롭게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면, 밤이 되니 사람에 치이면서 걸어야 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낮에는 어디에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 전부 집안에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밤이 되면 다 여기로 넘어오는 것인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밤이 되어 활발해진 스플리트를 조금 더 즐기기로 했다.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것도 보고,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버스킹 구경도 했다. 맥주 한잔에 점점 좋아지는 기분으로 스플리트를 즐겼다.




밤이 깊어지고, 쉬기 위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야외 바에서 들려오는 색소폰 연주 소리가 너무 좋아서 칵테일 한잔을 하기 위해 들리기로 했다.

흥겨운 연주 소리와 달달한 칵테일을 한잔하며 즐거운 수다와 함께 스플리트의 밤을 마무리 짓고, 숙소로 갔다. 길었던 여행도 내일이면 렌터카 여행의 마지막이자, 최종 목적지인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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