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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Sep 13. 2017

크로아티아 여행(Day4)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아침 일찍 일어나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을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아침만 간단히 챙겨 먹고 바로 마지막 목적지 두브로브니크로 향했다. 이른 아침의 스플리트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두브로브니크 공항에서 차를 반납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맞추기 위해 포기해야 했다.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가는 길에 경치가 좋아 보이는 곳이 있으면 5분 정도만 시간을 내어 쉴 겸 구경하기도 했다. 정말 그림같이 예쁜 마을을 지날 때마다 들어가서 잠시라도 해수욕을 즐길까 했지만, 뒤처리 감당할 엄두가 나질 않아서 그냥 바라만 보며 목적지로 열심히 갔다.



두브로브니크를 갈 때는 신기하게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국경을 한번 지나야 한다. 물론 여권에도 자동차 모양이 찍힌 도장을 찍어준다. 위치적으로 바닷가에 접해있는 크로아티아는 외부의 침략을 많이 받았기에, 나라를 지켜주는 조건으로 땅의 일부를 내주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여행객인 나는 여권에 도장을 한번 더 찍어줘서 기념이 된다고 좋아했다.


국경도 지나고 계속 해안길을 따라 드라이빙하다가 두브로브니크 안내표지판이 나오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 구글 지도가 없으니 내가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확인을 못해서 매번 안내표지판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표지판을 지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두브로브니크에 진입했고, 멀리 성벽이 보이자 설레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해야 할까, 두브로브니크에서 3일 머물면서 휴양과 관광을 같이 즐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공항에 도착해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시가지로 들어오는 셔틀버스를 탔다. 공항이 외곽 쪽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버스로도 시간이 2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점점 가까워지는 성벽에 둘러싸인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그리고 머물 숙소도 저곳에 있었다.



성벽 외곽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성벽에는 여러 개의 진입 문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 문을 보며 방향을 잡기도 했다. 메인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 구경을 했다. 도시 전체가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코 끝으로 전해져 오는 음식 냄새가 더욱더 배를 고프게 만들었다.  



이번에 예약한 숙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미리 한국에서 오는 방법을 안내받았고, 그 지도를 보면서 걷고 있었는데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골목과 건물들이 비슷하게 생겨서 특정 포인트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골목이 좁고 길었는데, 캐리어 이끄는 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환기도 시킬 겸, 창문을 열었더니 바로 앞에 성벽이 있었고 빨간 지붕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잠깐 숨을 돌리고, 바로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첫날의 일정은 구시가지 전체를 한번 둘러보는 것과 스르지스 산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야경이었다. 본격적으로 두브로브니크 구경을 시작했다.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골목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인 것 같다. 수많은 골목들이 있는데, 어디로 가던지 너무 매력적이었다. 광이 나는 바닥부터 세월이 흔적이 느껴진 벽돌 건물, 포인트로 주는 지붕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있었다.


계단이 많은 길을 따라가다가, 배가 고파서 눈에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했다. 슬로베니아에서도 그랬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맥주와 피자 가격은 정말 착했다. 한국에서 먹는 것 대비 최소 40%는 싸게 먹었다. 특히, 크로아티아 물가 중에서 가장 비싼 곳이 두브로브니크였는데도 먹는데 전혀 부담되지 않을 수준이었다.



시원한 맥주와 리조또, 피자 등을 주문해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스르지스 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케이블카 티켓을 사러 갔다. 스르지스 산을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케이블카를 타면서 바라보는 그 풍경 또한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에, 1인당 약 17,000원이라는 비싼 요금이었지만 꼭 타보고 싶었다.


스르지스 산에서 바라보는 두브로브니크의 일몰과 야경은 환상적이다.



케이블카를 탈 때도 자리 쟁탈전이 매우 심하다. 다들 잘 보이는 창가 쪽에 붙기 위해서 애를 쓴다. 운이 좋게도 내 앞에서 줄이 끊기는 바람에 다음 케이블카를 제일 먼저 탈 수 있었다. 그래서 제일 좋은 자리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가 출발하자마자 사진을 찍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밑에서 보는 성벽의 모습보다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하나의 큰 요새 같았다. 이 요새 같은 구조 덕분에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스르지스 산에 도착하니, 곧 일몰이 시작될 것 같았다. 산 위에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좋은 자리들은 이미 만석이었기에 그냥 포기하고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인증샷도 찍고,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제야 두브로브니크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일몰 전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앉아서 잠시 쉴 겸 전망대 내부의 바에서 칵테일과 당보충을 하기로 했다. 항상 칵테일을 주문하는 난 모히또를 주문한다. 가장 맛있기도 하고, 사실 어려운 이름을 외우지도 못한다. 요즘에서야 피나콜라다를 알게 되어서 가끔 마시는 편이다.

모히또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밖을 보니 점점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일몰이 시작되었다. 고민 없이 바로 밖으로 뛰쳐나가서 그 모습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즐긴 일몰이었다. 스르지스 산 위에서 구시가지 위로 떨어지는 일몰은 여행을 다녀온 4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나는 멋진 광경이었다. 일몰이 지고  매직 아워(Magic Hour) 시간대는 하늘이 가장 아름다울 때라서 사진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다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점점 조명이 들어오는 두브로브니크의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완전히 어두워지고 나서야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조명이 들어온 구시가지 거리를 걸으면서 두브로브니크의 첫날밤을 즐겼다. 조명에 의해 광이 나는 거리가 화려한 조명보다도 뛰어났다. 자다르나 스플리트에서 처럼 밤이 되니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레스토랑과 공연장과 거리의 경계가 없어졌고, 모든 곳이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펼쳐져있는 이 풍경이 너무 자유롭고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것들이 나를 계속 여행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 지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은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하이라이트 성벽 투어와 로크룸 섬에서의 해수욕을 해야 했기에 체력을 보충하기로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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