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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Sep 18. 2017

크로아티아 여행(Day5)

두브로브니크를 즐기는 방법

이른 아침 눈뜨자마자 뭔가에 쫓기듯 부지런해졌다. 두브로브니크에서 꼭 해야 하는 성벽 투어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신없이 부지런을 떠는 이유는 정오가 되면 그늘이 완전히 사라져서 땡볕에서 성벽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을 뜬 시간이 9시가 다돼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정신은 있었는지, 매일마다 집주인이 채워주는 라면을 끓여먹고 급하게 나갔다. 그리고 매표소에서 바로 티켓팅을 하고 성벽 투어를 시작했다. 살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려면 아침 일찍 성벽 투어 하는 것을 정말 추천한다. 오후에는 로크룸 섬에 가서 해수욕을 해야 하니깐.



입구는 매표소 옆에 있는 성벽 위로 가는 좁은 계단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길목을 고양이 한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 정신없이 왔더니 여유라도 가지라는 것일까, 비키 지도 않고 자리를 지키고 가만히 쳐다본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성벽 투어는 이른 아침에 다녀오세요. 오후에는 해수욕을 해야 하니깐.


열심히 고양이 사진을 찍고, 괜히 꼬리라도 밟을까 두 계단을  한 번에 올라갔다. 그리고 성벽을 천천히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오른쪽에는 푸른 바다, 왼쪽에는 붉은 지붕이 펼쳐져있는데, 크로아티아하면 떠오르는 색깔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단언컨대 파란색과 주황색이야 말로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색깔이라고 하고 싶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면서 성벽에서 두브로브니크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느끼고자 했다.



진한 푸른빛을 띠는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낡은 벽돌들과 햇빛에 진하게 보이는 붉은 지붕을 옆에 두고 걷고 있으니 두브로브니크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그리고 성벽 밖에 있는 부자카페도 보였다. 꽃보다 누나에서 여기에서 일몰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못해보고 온 것이 정말 아쉬웠다. 항상 지나갈 때마다 들리긴 했지만 매번 사람이 많아서 계속 기다려야 했다. 시원한 코로나 한잔을 하면서 일몰을 한 번은 바라볼 줄 알았는데, 떠나기 전까지 결국 하지 못했다.


성벽 투어를 하는데,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중간에 쉴 틈도 없이 쉬고자 한다면 성벽에 잠시 앉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햇볕이 강해지고, 그늘도 사라져서 더 더워지기 전에 성벽 투어를 마쳐야 했다. 그래서 점점 따가워지는 피부를 참으며, 계속 걸었다.


성벽 투어를 하면서 바라보는 붉은 지붕은 정말 장관이었다. 특히, 푸른 바다 빛 때문에 더욱더 진해 보이는 듯했다. 그림 같은 두브로브니크를 성벽을 타고 크게 둘러보고 나서, 전날에 예약한 파노라마 투어를 하기 위해서 선착장으로 갔다.


시가지를 구경하면서, 처음 공항버스에 내렸던 곳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여행 샵에 잡혀서 한번 구경했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배를 타고 주변 구경할 수 있는 것이 꽤 괜찮은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성벽 투어를 마치고 한번 해보기로 하고 예약을 했었었다.


무제한 술과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는 말에 혹해서 예약은 했지만, 배는 10명 정도만 타면 꽉 찰 정도였다. 그래도 그늘막과 테이블이 있는 배에 앉아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이하며 아드리아해 위를 신나게 누볐다.



중간에 어떤 섬에 내려줘서 자유시간을 준다. 여기에도 마을이 작게 형성되어있는데, 엄청 맑은 바닷물 속으로 수많은 성게들이 보였다. 성게를 이렇게 쉽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신기하긴 했지만 들어가서 놀 엄두는 나지 않았다. 혹여나 성게를 밟으면 남은 일정을 그냥 포기해야 해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만족했다.


자유시간을 즐기고 나서, 다시 배에 오르면 사전에 예약했던 음식들이 나온다. 치킨과 생선 요리를 고르는데 난 고민 없이 생선 요리를 주문했다. 바닷가에서는 항상 해산물 요리라는 나의 고집이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다.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술과 함께 즐겼는데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점점 알딸딸해지는 기분과 시원한 바닷바람과 선장이 때마침 틀어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기분을 더욱 북돋아주었다. 여행할 당시 한참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열풍이었는데, 여기서 배 안에 한국인이 있다고 싸이 노래를 틀어준 것이 참 신기했다. 더 놀라운 광경은 배안에 있는 작은 아이들이 말춤을 추는 것이었다.


선장의 선곡 덕분에 한층 더 흥겨워진 배 안에서 다시 두브로브니크 선착장으로 들어갔다.



로크룸 섬에서 해수욕을 즐기다.


선착장에서 10여분 배를 타고 나가면 로크룸 섬에 도착한다. 여긴 공작새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곳이기도 한데, 해수욕을 할 예정이라 카메라를 두고 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남은 사진이 없다. 로제 와인 한 병과 숙소에서 빌린 튜브를 챙기고 로크룸 섬으로 갔다. 투명하게 맑은 바닷가에서 즐긴 해수욕은 아직까지 잊히지 않은 추억 중 하나다. 사실 오늘이 두브로브니크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내일이면 비행기를 타고 자그레브로 가야 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워서인지 최선을 다해서 놀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부터 오늘 성벽 투어까지 휴양을 제대로 즐기진 않았었다.


자다르에서 잠깐 바닷가에 들어가 본 것이 전부였는데, 그 아쉬움을 여기서 다 털어버리고자 했었다. 처음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했을 때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짧은 일정 동안 큰 문제도 없이 (플리트비체에서 렌터카 방전된 것이 큰 고비였지만) 잘 마무리된 것이 정말 좋았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와인과 함께 한 해수욕은 여행의 피로를 모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오후 내내 로크룸 섬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해가 질 때쯤 다시 시가지로 배를 타고 들어갔다.


숙소에서 깔끔하게 씻고, 다시 마지막 밤을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저녁 식사도 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마지막 저녁 식사였다.



이런 음식 외에도 스테이크 등 많은 음식을 즐겼었다. 비록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서 많이 아쉽긴 하지만 그 기억은 계속 남아 있어서 아직까지 생각이 난다.


내가 살면서 먹어본 피자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피자는 두브로브니크에서 사 먹은 조각 피자이다.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한 조각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으려고 했었는데 한입 먹어본 순간 너무 맛있어서 그 자리에서 다 먹어버릴 정도였다. 대략적인 위치는 생각이 나는데, 다시 두브로브니크에 온다면 꼭 와서 사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이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눈 다음에, 숙소로 돌아와서 해수욕을 즐기고 남은 와인을 마저 마셨다. 그리고 아쉬운 두브로브니크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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