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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Sep 20. 2017

크로아티아 여행(Day6~7, End)

다시 자그레브, 마지막 크로아티아

사진의 개수와 여유는 반비례한다.


크로아티아 여행의 6일 차, 두브로브니크를 떠나는 날이다. 여행 첫날에 도착했던 자그레브로 가는 날이었다. 저녁 비행기로 예약이 되어있었기에 오후까지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사진도 찍지 말고, 계속 보던 풍경이니 카메라도 가방에 넣고 한껏 숙소에서 여유를 부렸다. 여행 내내 자투리 시간을 내주지도 않았었는데, 마지막 날에서 그동안 못 누렸던 여유를 한껏 누렸다. 거리로 나와서 식사도 하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여행 중인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 막 도착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구경했다. 그리고 성벽 위를 걸으면서 어제의 나처럼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여행객들의 모습도 보면서 말이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다가, 공항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 시간도 넉넉하게 있는 게 아니라 오후 4~5시면 마감이 되었는데, 정류장에 도착하니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이 여러 있었다. 10여분쯤 기다렸을까, 공항버스가 도착했다. 


그런데, 이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질 않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세워줄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버스가 도착할 때 다들 미동이 없어서 버스 기사가 그냥 지나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생각 없이 지나간 것인지는 모르겠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버스를 쫓아 뛰어갔지만 그냥 무시하고 가버렸다.


이 버스를 놓치면, 비행기 시간도 당연히 놓쳐버리기 때문에 당황하던 순간 버스 뒤따라오던 택시가 보여서 그냥 바로 잡아탔다. 내 뒤를 쫓아 외국인들이 합석을 하기 위해 타려고 했지만 이미 일행이 있어서 만석이라 그 무리들 중에서 먼저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앞서 가는 버스 뒤를 쫓아가면서 화가 났지만,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이렇게라도 공항에 가고 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도 나왔다. 


공항에 도착해서 티켓팅하고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순탄히 일이 잘 풀린다 싶었더니, 결국 마지막 날에 하나가 터진 것이었다. 하지만, 한번 더 닥쳐올 시련은 생각지도 못한 채 자그레브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붉은 지붕의 요새, 아드리아해의 진주 드브로브니크를 점점 멀리하며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눈뜨고 코베인다는 말이 이 뜻이었구나.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해서, 캐리어를 찾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예약한 호텔로 가기 위해서는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서 걸어가야 했다. 공항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버스 앞에서 버스비를 받는 아저씨에게 돈을 냈는데, 또 돈을 내라고 딴 소리를 한다. 방금 돈을 냈다고 하니 돈을 안 받았다고 한다. 환장할 노릇이다. 뒤에 있던 다른 일행이 버스비를 냈다. 근데 또 안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언쟁이 높아졌고, 주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난 그냥 동양인에 불과했다. 어느 누구도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친절한 외국인 한 명이 영어로 상황을 물었고, 그 상황을 다시 그 버스기사에게 설명하고 한참을 얘기하더니, 결국은 마지못해서 타라는 표정을 짓는다. 너무 기분이 안 좋았지만, 말도 안 통하고 그래서 그냥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두브로브니크에서 공항버스가 말썽이더니, 자그레브에 도착하자마자 또 말썽이다. 하루에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도 신기했다.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밖을 보며 한참을 가다 보니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일단 적당히 번화가로 보이는 곳에 내렸다. 그러나 잘못 내려서, 트램을 타고 한번 더 이동을 해야 했다. 


트램을 타야 하는데, 티켓팅 하는 곳이 없었기에 타서 요금을 내는 줄 알았다. 그래서 트램을 타고 요금을 내려고 보니 내는 곳이 없다. 탑승권 가는 것을 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디서 구매했는지 조차 몰랐다. 결국 무임승차가 돼버려서 뻘쭘하게 가는데, 앞에 있던 시민이 엄청 열을 내면서 뭐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보는 언어라서 이해를 하나도 못했다. 그래서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으니 그냥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대충 무임승차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것 같았는데, 늦은 밤에 뚝 떨어져서 공항버스에서부터 틀어져서 트램도 무임승차를 하게 된 내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라서 창밖을 보면서 그냥 하염없이 갔다.


그러다, 목적지인 곳에 겨우 내려서 지도를 보면서 숙소를 찾아갔다. 골목 사이에 있는 작은 호텔에 새벽이 다 되어서 체크인을 하고, 피곤한 나머지 그냥 잠들어버렸다.


심심한 도시, 자그레브


전날의 기분 나쁜 일들도, 아침이 되니 아무렇지 않게 덤덤해졌다. 오늘은 크로아티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밤 비행기로 떠나기 전까지, 자그레브 시내를 둘러볼 예정이었다. 큰 일정을 잡지도 않았다. 어디에 가고 싶다는 것도 없었고,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도 없었다. 자그레브에 대한 여행 정보를 사전에 검색해봤지만, 딱히 이거다 하는 것은 없었다.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호텔이라서,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여태 봤던 크로아티아 도시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도착하자마자 갔었던 류블랴나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냥 무작정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반옐라치치 광장이 나왔다. 그리고 유명하다는 무슨 장군 동상이 있었는데, 사전 정보가 하나도 없다 보니 그냥 앞에서 인증샷만 찍고 다시 그늘로 들어왔다. 내리쬐는 햇빛이 너무 따가웠다. 동상 근처에 트램 정류장이 있었는데, 앞의 노상 매점에서 트램 티켓을 파는 것 같았다. 타볼까 싶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지켜만 보는 걸로 만족했다.



사람과 거리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여태 도시에서 바다를 보며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들을 보며 여행을 하다가, 이렇게 세련된 신식 건물들을 보고 있으니 시간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었다. 걷다 보니 시장이 열려있어서 구경할 수 있었다. 대부분 상품들이 라벤더와 관련된 것이었다. 라벤더 오일, 향수, 방향제, 향초 등 다양한 것들이 있었으나 딱히 살만한 것들이 없었다. 그래도 기념이라 생각하고, 수공으로 만들었다는 라벤더 오일을 샀는데 깎아달라고 하니,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고 단호히 거절하는 바람에 그냥 그 가격에 구매했다. 결국 한국에 가져와서 어디 뒀는지 몰라서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구경하면서 과일 한 봉지를 사서 먹으면서 구경을 했다. 그러다 길을 따라 또 걷다 보니 공사 중인 자그레브 성당이 나왔다. 상당히 큰 규모의 성당이었는데 내부로 들어가 보진 않았다. 앞에서 사진만 찍고 왔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크로아티아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사진을 찍으며, 성당 앞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다가 배가 고파져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디가 맛집인지 그런 정보도 없어서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곳에 가서 먹기로 했다.


레스토랑들이 이제 막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고를 수 있는 곳도 몇 군데 없었다. 그래서 바로 음식 주문 가능한 곳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했다. 여태 음식들이 대부분 파스타와 피자가 대부분이었기에 다른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결국 마땅한 음식이 없어서 한국에서 잘 사 먹지도 않는 햄버거를 주문했다.


하나에 3천 원 정도 가격이라 기대를 안 했지만 맛이 아주 좋았다. 국내에서 먹는 브랜드 햄버거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맛있었고, 감자튀김도 정말 맛있었다. 국내에서 비싼 돈 주고 사 먹었던 햄버거와 감자튀김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졌다. 가격은 훨씬 저렴한 테 퀄리티는 두배 이상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공항버스 타기 전까지 큰길을 따라 걸었다. 잘 가꾸어진 공원이 나왔는데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참 여유로워 보였다. 그늘에 있는 벤치에는 이미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그냥 지나가며 보기만 해야 했다.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이렇게 걸으면서 구경하고 있으니 정말 심심했다. 여태 여행했던 도시들만큼 감흥이 없었다. 


생각 없이 의무적으로 걷다 보니 기차역이 나왔다. 그늘 한점 없는 정오 시간이 되니 살이 벗겨지는 느낌이 들어서 호텔에 가서 짐을 챙겨서 그냥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지금 내가 크로아티아를 여행한다면 자그레브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얻어서 여행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루 이상을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들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 즐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런 도시에 하루라도 더 투자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는 참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었고,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준 여행이었다.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을 둘러보았지만 아직까지 생각이 많이 나고,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면 고민 없이 대답하는 곳이 크로아티아다. 


다시 한번 더 방문할 나라임은 분명하다. 수년 내에 방문을 해서 이때 못한 많은 것들을 더 해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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