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 (Day 1)

따뜻한 겨울, 호주

by MySnap

여행을 다니면서 해외에서 새해를 맞이해보는 것이 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맞이하는 새해가 아닌 해외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느낌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나라가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호주로 선택했다. 따뜻한 겨울이 궁금해서... 그렇게 난 2014년 겨울 마지막 주에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홍콩에서 7시간 경유를 해야 했기에, 이미 한번 경험이 있는 홍콩 시내를 포인트만 찍어서 먹고 구경을 하고 다시 시드니로 향했다.


착륙하기 2시간 전부터 이미 난 호주 상공에 있었지만, 워낙 큰 나라다 보니 한참을 더 날아가야 했다. 사막 같은 땅을 내려다보며 드디어 시드니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센트럴 역에 가기 위해서 공항 기차역으로 향했다.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길은 마치 지하 동굴로 들어가는 것처럼 좁고 기분이 묘했다. 플랫폼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차가 도착했는데, 처음 보는 2층 기차였다.



장시간 비행을 해서 피곤할 법도 했지만, 도착하면 체력이 회복되는 신기한 몸을 가졌기에 이내 신이 나서 기차 내부와 밖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센트럴 역에 도착해서 예약한 호텔로 가기 위해서 역 안으로 들어왔는데, 여태껏 봐왔던 기차역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예뻤다.


구글 지도를 보니, 호텔까지 도보로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까 하다가 구경도 할 겸 걸어서 가기로 했다. 시드니의 고층 빌딩 숲 내부를 천천히 걸었다. 시드니라고 하면 오페라 하우스 밖에 몰랐던 나는 이렇게 높은 건물들이 자리 잡은 것을 보고 꽤나 놀랬었다. 우리나라나 홍콩처럼 땅이 좁은 나라의 경우는 위로 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넓은 땅을 가진 나라에서는 고층 빌딩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시드니에 내려서 본 첫 모습은 고층 빌딩 숲이었다.



예약한 호텔에 도착해서 방을 배정받으니 44층이었다. 캐리어만 넣어두고 방 구경할 틈도 없이 바로 내려왔다.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은 본다이 비치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 것이었다. 구글 지도에서 알려주는 데로, 뮤지엄 역에서 버스를 타고 본다이 비치 해변으로 향했다.


30여분을 달리면서 시내 구경도 하고, 추모 현장도 지나갔다. 내가 시드니에 입국하기 며칠 전에 테러가 발생했었다. 그래서 내심 걱정도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가기로 했었는데 막상 그 현장을 지나가니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자유로운 바다, 본다이 비치


본다이 비치에 도착해서 마주친 첫 느낌은 상당히 자유로워 보였다는 것이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바다에서 휴식을 보내고 있었다. 서핑하는 사람, 수영하는 사람, 썬텐하는 사람, 독서하는 사람 등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데로 보내고 있었다. 여름만 되면 파라솔이 즐비한 국내 해수욕장과 달리 그냥 편하게 즐기고 있었다.



해변을 걸으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주변을 둘러보니 여행 온 기분이 났다. 난 고향이 부산이라 바다를 한없이 봤는데도, 이렇게 바다를 보면 또 기분이 좋다. 국내에서 보는 바다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바다색 때문인 건지, 그냥 기분 탓인 건지 모르겠다.


기내식 이후에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서, 배가 많이 고팠다. 본다이 비치에 온 이유 중 하나는 '허리케인 그릴'에서 립을 먹기 위해서다. 여기 후기를 보니 하나같이 맛있다고 했다. 지도를 보며 찾아갔더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립을 주문하려고 메뉴판을 보니 사이즈와 종류도 다양했다. 소/돼지/양 중에서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격이 더 비싼 돼지고기를 선택했다. 사이즈도 고민하다가 먹고 부족하면 더 주문하고자 하프 사이즈로 주문했다. 12월이 여름인 호주는 많이 더웠다. 반팔 반바지를 입고 땀을 흘리며 걷다가 한 번씩 날짜를 보면 12월 말이라는 게 어색할 정도였다.


더위도 식힐 겸, 시원한 맥주를 주문하고 한 모금 마시니 주문한 pork 립이 도착했다. 어마한 사이즈의 립이 도착했는데, 혹시나 주문이 잘못 들어갔나 싶어서 확인하니 하프사이즈가 맞다고 한다. 풀사이즈로 주문했다면 그냥 못 먹고 남겼을 것 같다.


본다이 비치에 들린다면, 허리케인 그릴의 립은 꼭 먹어보길.



우선 맛으로 따진다면, 내가 먹어본 립 중에서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뚜껑을 열면 멈출 수 없다는 모 광고처럼 한번 맛보기 시작하자, 멈출 수 없을 정도였다. 말도 안 되게 맛있는 립을 뼈까지 빨아먹고 나니 배가 불러왔다. 그래도 더 주문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또 다른 음식을 즐기고자 아쉬운 마음으로 가게를 나왔다.


여행을 다녀온 지 3년이 다돼가는 지금도, 이 립을 먹기 위해서 다시 시드니로 가고 싶을 정도다. 이 맛을 국내에서 비슷하게 맛을 내는 집이 있나 싶어서, 한동안 찾아봤지만 모두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첫끼부터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을 다지면서 미식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다음 일정인 왓슨스 베이와 Gap Park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왓슨스 베이에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Gap Park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절벽 옆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서 구경했는데,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부산에서 살던 나는 항상 봐왔던 풍경이어서 큰 감흥이 없었다.



태종대를 가던, 이기대 공원을 가던 또는 동해에 여행을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기에, Gap Park는 이런 느낌이구나 정도만 보기로 했다. 그래도 여기에 오길 잘했다고 느낀 것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 저 멀리 보이는 시드니의 모습 때문이었다. 고층 빌딩 숲과 하버브릿지의 모습이 상당히 멋있어서, 오히려 난 이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절벽에서 술 마시는 젊은 사람들 때문에 경찰이 오고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태연하게 못 들은 척 자기 할 일 하는 그 사람들의 멘탈에 한번 감탄하고 왓슨스 베이로 향했다. 오늘 일정은 본다이 비치와 왓슨스 베이를 제외하고는 딱히 뭐 없었다.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과 달링하버 야경을 보는 것이 남았는데, 해만 지면 되는 거였기에 천천히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가 서큘러퀴로 가기로 했다.



피쉬 앤 칩스를 사서 그늘에 자리를 잡고 사람 구경을 하다가, 시계를 보니 일몰이 질 시간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맞춰서 배를 타고 서큘러키로 이동하면서 시드니의 일몰 모습을 감상하기로 하고, 항구에서 배를 기다렸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줄이 꽤 길어서, 한 번에 배를 못 타고 결국 한대 보내고 그다음배를 타야 했다.



일몰이 지는 바다 위에서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다


이번 호주 여행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얘기한다고 하면, 그중 하나가 바다 위에서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며 일몰을 즐긴 것이다. 다들 배 위에 나와서 그 모습을 감상하고, 사진으로 남기고자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나도 역시 사진으로 남기고자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특히, 더운 날씨에 배 위에서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은 기분마저 좋게 했다.



서큘러퀴에 도착해서 바다를 바라보며 조금만 걸으면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길을 따라 오후 시간이 되자 거리에 공연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바다 위로 보이는 하버 브릿지를 한참 바라보며 시드니의 풍경을 감상하다가, 점점 구경거리가 많아지는 오페라 하우스 주변을 천천히 구경하며 항상 사진으로만 봤던 오페라 하우스를 향해 걸어갔다.


시드니의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를 눈앞에 마주하고 있으니,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서 있다는 게 참 묘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오페라 하우스는 한 건물로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와서 이렇게 보니 3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역시 인터넷으로 백번 보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한번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사진도 찍으며, 오페라 하우스를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시드니에 있고 호주 여행 중이라는 실감은 확 났지만 더 이상 할 게 없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다시 한번 배를 타고 달링하버로 이동하기로 했다. 배 위에서 이 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싶어서였다.


시드니에 있으면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배를 이용해서 이동한 것이다. 아마 버스나 지하철 등을 이용했으면, 절대 못 봤을 모습들을 많이 봐서 기억에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배가 출발하며 하버 브리지 밑을 지날 때, 그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시드니를 표현하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모습이다. 배 위의 모든 사람들이 이 모습을 담고자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매직 아워가 되면서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하늘 아래, 점점 멀어지는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와 하나 둘 불이 켜지는 건물들 옆을 지나면서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서큘러퀴 옆에 달링하버가 있기 때문에 배를 타도 금방 도착한다. 시드니에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 중 인기 있는 곳이 오페라 하우스와 달링 하버다. 특히, 달링하버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특히 맛집들이 많이 모여있기 때문에, 더욱 많이 찾는 곳이기도 했다. 달링하버에 내려서 끝까지 걷기로 했다. 바닷소리와 주변의 조명과 정박해있는 요트들이 멋있어서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곳이었다. 시드니에 가면 다들 달링 하버는 한번 꼭 가봐라고 하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제는 나도 누가 시드니를 간다고 하면 달링 하버는 꼭 가라고 추천을 하고 있다.



배 위에서 일몰과 야경을 바라보고, 달링 하버 산책도 했으니,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했다. 무엇을 먹어볼까 고민하다가, 호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캥거루 스테이크를 먹어보기로 했다.


캥거루 스테이크를 경험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찾아간 곳이었는데, 달링 하버에 있는 레스토랑은 다 분위기와 뷰가 좋아서 어딜 가더라도 다 괜찮을 것 같았다.



소고기 스테이크와 캥거루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캥거루 스테이크는 미디엄 웰던으로 주문했더니 웨이터가 질겨서 못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미디엄이나 레어로 먹는 것이 좋다고 추천해주길래, 미디엄으로 주문했는데 그래도 질겼다.


특히, 맛은 약간 누린내가 나는 맛이었는데 양고기를 먹을 때 나는 그런 향이 났다. 향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은 먹어볼 만한 음식이라고 생각된다. 나보고 또 먹으라고 하면, 난 안 먹을 것이다. 이미 한번 먹어봤고, 질겨서 차라리 소고기 스테이크나 다른 음식을 주문할 것 같다.


그래도 맥주랑 같이 천천히 먹으니, 나름 맛이 있어서 깨끗하게 접시를 비웠다. 여행 첫날부터 풀데이를 소화했더니 피곤하기도 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달링하버에서 다시 배를 타고 서큘러퀴로 가서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이미 배 시간이 마감되어서 구글 지도를 보며 걸어가기로 했다.



주변 지리도 익힐 겸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숙소에 도착했다. 피로가 몰려오는 상태에서 20여분을 걸었더니 더욱 피곤해졌다. 체크인하고 짐만 나 두고 나갔기 때문에, 방을 제대로 못 봤는데 들어가서 살펴보니 가격 대비 상당히 괜찮았다. 요리를 할 수 있었고, 거실 공간도 있었다. 베란다도 있어서 여기에서 야경을 볼 수도 있었다.



44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시드니의 야경은 정말 멋있었다. 특히, 눈 앞에 달링하버가 보이는데 그냥 가만히 보기에 아쉬워서 챙겨간 삼각대를 펼치고 야경 모습을 담았다.


시드니에 머물면서 이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런 모습을 처음부터 고려해서 숙소를 잡은 게 아니었는데, 뜻밖의 행운이 와서 여행 첫날부터 기분 좋게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내일은 숙소에서 저녁을 만들어먹기로 하고, 씻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크로아티아 여행(Day6~7,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