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를 즐기는 방법
시드니에서 맞이하는 둘째 날, 오늘은 현지 여행사의 투어가 있는 날이기 때문에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렀다. 날씨가 궁금해서 창밖을 바라봤더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맑은 날씨 덕분에 오늘 하루도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호주 여행하기 전에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몇 가지의 현지 투어를 예약했는데 오늘은 그중 하나인 돌핀 투어와 포트 스테판(포트 스티븐스) 투어를 하는 날이다.
여행사에서 알려준 픽업 장소에 도착해서, 이름을 체크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앉은자리가 화장실 뒤쪽이라 찝찝했지만 그래도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는 것은 처음 봐서 신기하게 보기도 했다. 우리나라 고속버스에도 도입이 되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일정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동물원에 갔다가, 돌핀 투어를 하고 포트 스테판으로 마무리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중간중간에 특정 포인트를 지날 때마다 설명도 해준다. 하지만, 그냥 주요 일정만 듣고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시드니 시내를 구경했다.
한참 밖을 보며 구경하면서 가니 첫 번째 목적지인 동물원에 도착했다. 사실 난 동물원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어릴 때 동물원 가본 것이 전부였지만, 딱히 좋아하는 동물이나 보고 싶은 동물이 없었기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었다. 패키지 투어였기 때문에, 동물원에 어쩔 수 없이 들려야 했지만 나올 땐 만족을 하고 나온 곳이었다.
코알라를 만나다.
동물원 티켓을 받으면서, 가이드가 미팅 시간을 알려주었다. 그 시간까지 동물원 내에서 자유시간이었다. 처음 만난 동물들은 파충류였다. 처음 보는 동물들이 눈앞에 보이자, 동물원에 안 와도 된다는 나의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동물들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서, 동물원에 놀러 온 아이들 마냥 여기저기 구경 다니기 시작했다.
구경하다 보니, 호주 하면 떠오르는 동물 캥거루, 코알라, 펭귄 중 캥거루 우리가 나왔다. 더워서 그런지 그냥 바위 위에 앉아있기만 했는데, 캥거루를 실물로 본 것은 이번에 처음이었다. 나름 관심을 끌기 위해 손도 흔들고 해봤지만, 그냥 관심 없는지 딴짓만 하길래, 사진만 찍고 자리를 이동했다.
천천히 걸으며 신기하듯 걷다 보니 가금류 우리가 나왔다. 처음 보는 새들이 있는데, 유일하게 아는 새라곤 앵무새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미 호기심이 가득한 나는 한 마리씩 자세히 살펴보면서 특이점을 찾으려고 나름 분주히 관찰했다.
신난 아이처럼 구경을 하다가, 드디어 코알라를 만났다.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눈앞에서 코알라를 보니 너무너무 귀여웠다. 하루의 20시간 이상을 자는데 쓴다고 한다. 코알라의 먹이인 유칼립투스 잎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우리 안의 코알라가 기대어 자는 모습이 마치 학생이 책상에 기대어 자는 모습과 같아서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사육사가 안고 있는 코알라는 직접 안아보거나, 만져볼 수 있는데 난 그냥 몇 번 쓰다듬는 것으로 만족을 했다. 털이 거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아주 부드러운 털이었다. 기분 좋은 푹신함을 가지고 있어서 몇 번 쓰다듬다가 다음 사람을 위해 비켜주어야만 했다. 뒤에 사람들도 다들 귀엽다며 사진 찍고 난리도 아니었다. 코알라를 처음 본 사람들은 아마 모두 이와 같은 반응일 것이다.
뜨거운 햇볕을 피해, 그늘로 다니면서 여러 동물들을 구경하다가 악어가 있다는 문구를 보고 유심히 살펴보니 저 멀리 악어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 처음 본 악어에 신기했지만, 그 크기에 깜짝 놀랐다. 실제로 야생에서 저런 녀석들을 만나면 죽었다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옆 우리에는 코끼리 거북 한 마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큰 바위구나 싶어서 가다가 다리가 있는 게 이상해서 봤더니 거북이였다. 그늘 밑에서 쉬고 있는데, 행동도 굼뜨고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하게 만들었지만, 저 덩치를 짧은 다리로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약속 시간까지 30분 이상이 남았는데, 동물원 한 바퀴를 다 둘러보았다. 그래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천천히 걷고 있는데, 내 앞으로 뭔가 점프하면서 지나갔다. 놀래서 쳐다보니 캥거루 한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캥거루와 놀기
지루해 질려던 찰나 나타난 녀석 덕분에 이내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도망가지 않고 먼저 사람에게 다가가기도 하고 사람들의 손을 피하지도 않았다. 탈출한 녀석이 아닌 동물원에서 이렇게 풀어둔 녀석 같았다. 이미 사람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여러 사람이 만져도 그냥 가만히 누워서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사육사가 먹이를 나눠주길래 받아서, 입에 가져갔더니 손에 있던 먹이를 순식간에 먹어 해치웠다.
서로 사진을 찍겠다며 카메라를 들이대도 피하지도 않고 자세 잡고 가만히 누워있는 게 신기해서,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래서 캥거루 앞에서 남은 시간을 모두 소비했다. 약속된 시간이 되어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동물원 밖으로 나왔는데, 뜨거운 햇볕과 눈부시게 밝은 햇살이 반겨주었다.
버스에 탑승해서 인원 점검 후에, 다음 장소인 돌핀 크루즈 투어를 하기 위해 항구로 이동했다. 항구에 도착하니, 정박한 요트들과 바다에 비친 맑은 하늘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가이드가 오늘 날이 좋아서, 돌핀을 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하는 말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우리가 탑승할 배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안에서 뷔페식 점심을 먹고, 출발하겠다고 했다. 아침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나와서 한참 허기진 상황이었기에, 돌핀을 볼 수 있다는 말보다 뷔페식 점심이 더 와 닿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서, 미리 밖으로 나와서 돌핀 구경하기 좋은 자리를 잡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배를 타기 위해서 길게 줄 서있었다.
지정한 시간이 되어, 크루즈는 출발하였고 시원하게 바다를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중간중간 요트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 페러 세일링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고, 해변가에서 썬텐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야생 돌고래를 처음 만난 날.
돌핀을 찾을 수 있는 지역에 도달하자, 크루즈는 멈추었고 사람들은 열심히 둘러보며 찾기 시작했다. 이내, 한 곳에서 돌핀을 외치자 사람들이 몰려가기 시작했다. 나도 빨리 쫓아가서 구경했다. 미리 자리 잡을 필요가 없었다. 언제 어디에서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계속 여기저기 이동해야 했다. 선장의 말로 오늘 생각보다 돌핀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운이 좋은 날에는 무리들이 크루즈 주변에서 같이 헤엄치며 따라온다고 했는데, 오늘은 한 두 마리를 겨우 발견할 수 있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허탕 치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항구로 돌아왔다. 버스에 탑승하자 오늘의 메인인 포트 스테판을 하러 출발했다. 호주에서 사막투어라니 신기했지만, 막상 목적지라고 도착한 곳을 보니 더욱 신기했다. 왼쪽에는 바닷가와 해변이 있고 오른쪽에는 바로 사막이 있었다. 난 사막은 내륙 쪽에만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바로 옆에 바닷가가 있으니 그냥 넓은 모래 해변은 아닐까란 의심도 했지만, 때마침 눈앞에 낙타들이 무리 지어가는 것을 보고, 사막이 맞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 옆에 사막, 그리고 낙타
포트 스테판은 사막에서 보드를 즐길 수 있어서 유명한데, 타는 곳까지 특수 개조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차량에 탑승해서 울퉁불퉁한 사막 위를 질주해서 목적지에 도착하자, 큰 모래 언덕이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드판을 하나씩 받아서 열심히 타러 올라갔다.
모래 보드는 처음 타보는데, 막상 언덕 위에 올라가서 밑을 바라보니 서서 탈 자신이 없었다. 앉아서 썰매처럼 타려고 했는데, 앉는 순간 그냥 미끄러지듯 모래 언덕 밑으로 내려갔다. 옷 속에 모래 범벅이 되었지만, 그 짜릿함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착지를 잘못해서 굴렀지만 푹신한 모래 덕분에 아프기는커녕 너무 재미있었다. 다시 재정비하고 올라가는데, 힘들었다. 잠깐 내려오기 위해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모래라서 발이 쑥쑥 빠지기 때문에 힘은 몇 배로 더 들었다. 다섯 번 정도 타고났더니, 더 이상 탈힘이 나지 않아서 보드 들고 사진 찍고 버스 앞에서 시간이 다 되기를 기다렸다.
모든 투어가 끝나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오는데 너무 피곤해서 잠들어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시드니에 막 도착해서 하버 브릿지로 진입하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오페라 하우스는 정말 멋있었다. 내가 시드니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 나게 해주었다.
시드니 시내로 진입해 목적지에서 내렸다. 돌아다니려고 했더니 온 몸이 모래와 땀범벅 이여서 숙소 가서 재정비를 하고 나오기로 했다. 가는 길에 큰 마트가 있어서 장을 보고 가기로 했는데, 소고기 가격이 돼지고기 가격보다 싼 것을 보고 의아했지만 호주산 소고기는 좋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고민도 안 하고 저녁으로 스테이크 해 먹기로 결정하고 사들고 들어갔다.
씻고 나와서 고기를 굽고 나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야경을 바라보며 맥주와 스테이크로 든든한 저녁을 했다. 멋진 야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과 안주로 스테이크를 먹고 있으니, 그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고층 숙소가 때론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전망만 좋다면 최고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여행지 숙소를 정할 때 일부러 고층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드니에서 처럼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을까란 기대 때문이다. 같이 장 봐온 과일로 디저트까지 하고 다시 짐을 챙기고 시드니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어제는 시간 때문에 달링하버의 야경을 봤지만, 오늘은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을 보고 싶었다. 어두워진 시내를 걸으며 서큘러키에 도착해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조명이 들어온 하버 브릿지는 정말 아름다웠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서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감상했다.
조금 더 걸어가서 오페라 하우스 근처를 구경하다가,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전체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 자리를 옮겨서 카메라를 세팅하였다. 너무 정신없이 급하게 찍다 보니, 세팅값이 엉망이었다는 사실을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의 모습은 담을 수 있어서 아쉬운 데로 만족해야 했다.
화려한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를 한참 바라보다가, 저 무리에 같이 껴서 시드니 마지막 밤을 즐기고 싶었지만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워서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내일은 다음 도시인 멜버른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이번 여행에서 머무는 비중을 시드니보다 멜버른에 조금 더 투자했다. 하고 싶었던 투어가 멜버른이 더 끌렸기 때문이다.
시드니 IN, 멜버른 OUT이기 때문에 이번 호주 여행에서 시드니는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시드니에서 새해를 맞이하면,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대의 불꽃 축제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일정을 짜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시드니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고 멜버른의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새해는 멜버른에서 맞이하기로 하고 일정을 양보했다.
다음번에 새해를 해외에서 맞이한다면, 꼭 시드니에서 그 불꽃 축제를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