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 (Day 3)

멜버른으로 가는 길

by MySnap

전날 시드니의 야경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은 오후 비행기로 멜버른으로 넘어가는 날이다. 막상 시드니에서의 일정이 끝난다고 생각하자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빨리 체크아웃을 해서 캐리어를 맡기고, 시드니의 시내를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호주에 오기 전에 봤던 추천 음식 중에서 비프 파이가 있었다. 파이 안에 고기가 들어가 있다고 괜찮다고 하던데, 때마침 들린 카페의 메뉴에 비프 파이가 있었다. 그래서 커피와 비프 파이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호주에 와서 커피를 주문할 때, 난 아메리카노가 만국 공통인 줄 알았다. 이번에도 역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길래 몇 번이고 아메리카노라고 말했는데 그런 메뉴는 없다고 했다. 혹시나 싶어서 롱 블랙(Long Black)을 주문했더니,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던 아메리카노였다. 새로운 사실을 알고 나서, 다음부터는 롱 블랙을 자연스럽게 주문하고 다녔다.


테이블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으니, 진동벨이 울려서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왔다.



비프 파이의 첫 비주얼은 나름 괜찮았다. 노릇노릇한 것이 맛있어 보여서 컷팅을 했더니 안에 듬성듬성 고기도 보였다. 큰 기대를 가지고 한입 크게 베어 먹었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맛없는 파이는 처음 먹어봤다. 너무너무 맛이 없어서 한입 이후에는 먹지 않았다. 비프 파이가 맛있다고 했던 사람들은 분명 나만 당할 수 없지의 마인드였을 것 같다. 아침식사 시작부터 망쳐서, 그냥 커피나 천천히 마시며 아침의 여유를 마저 즐기기로 했다.


커피로 힘을 충전하고, 기념품도 살 겸 패디스 마켓에 가기로 했다. 길거리의 기념품샵보다 여기에서 사는 것이 훨씬 싸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한번 둘러보고 괜찮은 것은 사기로 했다.



패디스 마켓의 지하로 내려가니 작은 샵들이 줄지어 있었다. 대부분 비슷한 품목들을 팔고 있었기에, 적당히 보고 괜찮은 곳에서 자석과 열쇠고리들을 구매했다. 가격도 비싸지 않을뿐더러, 흥정만 잘하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기에, 가격 깎는 재미도 소소하게 있었다. 난 여기에서 캥거루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동전지갑을 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행 다닐 때마다 동전지갑으로 여전히 쓰고 있다. 설마 진짜 가죽일까란 생각에 의심하며 샀는데, 몇 년 동안 안 닳고 버티는 것을 보아 진짜 가죽이 맞았나 보다.


세 바퀴 정도 둘러보고 나니, 더 이상 흥미가 없어서 차이나 타운을 가보기로 했다. 원래 큰 흥미가 있는 곳은 아니었고, 한국에서도 차이나 타운은 가지 않았는데 오늘 일정상 더 이상 무언가를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근처에 있다길래 한번 지나가면서 둘러보기로 했다.



차이나 타운이라길래, 뭔가 특이한 것이 있을까 했더니 그냥 중국어로 된 간판들만 즐비해있고 중국 음식들만 파는 것이 전부였다. 큰 감흥도 없었고 혹여나 다음번에 시드니를 오더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오진 않을 것 같았다. 구경하는데 10분도 안 걸릴 정도로 짧았고 먹고 싶은 음식들도 있지 않았다.


시드니 타워 아이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 구경을 하러 이동했다. 숙소 근처를 지나가는데 공원이 있어서 잠시 둘러가며 쉴 겸 내려갔는데, 처음 보는 새들이 풀밭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름조차 모르는 새인데, 다가가니 도망가서 사진만 찍고 자리를 이동했다.



그늘에서 쉬려고 둘러보았지만, 이미 나무 그늘 아래는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쉬고 있었다. 뜨거운 땡볕이라 쉴 곳도 없고 해서, 쇼핑몰이 더 시원할 것 같아 바로 쇼핑몰로 이동했다. 우선 유명한 시티 퀸 빅토리아 빌딩으로 들어갔다.


어마하게 넓고 잘 정돈된 쇼핑몰 내부를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티(Tea) 샵을 발견했다. 여기에서 시음할 수도 있는데, 과일과 여러 차를 섞어 만든 음료를 마시고 첫맛에 반해서 티 몇 종류와 티를 우려내는 보틀 큰 것을 샀다. 시드니에서 사 온 것 중에서 아직까지 잘 쓰고 있는 것은 동전 지갑과 티 보틀 2개뿐이다. 시드니에 방문할 계획이 있으면, 여기 들려서 티 종류를 몇 개 더 사고 싶다.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에 팬플룻이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대학교 다닐 때 동아리를 팬플룻 동아리를 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악기와 연주에 한동안 감상하며 바라보며 옛날 추억도 잠시 떠올렸다.



시티 웨스트필드 등 쇼핑몰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아이쇼핑을 즐기다가, 점심을 먹고 캐리어를 찾아 공항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 다되어서, 호텔 근처로 가기로 했다.



호텔이 상당한 고층빌딩이었기에, 멀리서도 쉽게 보였고 길을 찾는 기준점이 되었다. 점심 식사는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호텔 밑의 식당가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시드니에 온 지 며칠 안되었지만, 오전에 먹었던 비프 파이가 너무 최악이어서 철판 볶음밥을 먹기로 했다. 난 후추를 좋아하기 때문에 소고기 후추 볶음밥과 김치볶음밥 2개를 주문해서 식사다운 점심식사를 했다.



시드니에는 한인 식당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런 볶음밥 요리도 동남아처럼 날리는 쌀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특히, 후추 볶음밥은 정말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난 왜 후추가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후추 특유의 맛과 향을 정말 좋아해서 어딜가더라도 후추란 단어만 보이면 믿고 주문해서 먹을 정도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캐리어를 찾아 공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공항으로 가면서 언제 올지 모르는 시드니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저녁 시간에 멜버른에 도착했다. 공항 셔틀버스인 SKY BUS를 타고, Southern Cross 역 앞에서 내렸다. 구글 지도를 보니, 20여분을 걸어야 숙소에 도착했기에 그냥 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이 결정을 엄청 후회했는데, 캐리어 바퀴고 고장 나서 마음대로 움직이는 캐리어를 통제하며 걷느라 힘을 다 소진했다. 한국에 도착하면 캐리어부터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멜버른 시내도 천천히 구경하며 예약한 호텔을 겨우 찾았는데, 입구가 좁아서 찾는데 상당히 애먹었었다. 시드니의 숙소가 너무 좋아서 멜버른 숙소는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예약은 했지만, 시드니의 어마한 숙소와 가격 차이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을뿐더러, 공간도 매우 협소해서 상당히 아쉬웠다.


그래도 짐은 풀고, 멜버른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서 거리로 나왔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이 이쁘기로 유명하다고 해서 제일 먼저 여기로 왔다. 삼각대를 펼쳐 야경 사진을 담으며 느긋하게 멜버른의 야경을 감상했다. 시드니에서 느낀 것이 화려함과 활기참이었다면, 멜버른의 야경은 차분함과 여유였다.




역 사진을 찍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근처에 관광 안내소가 있길래, 정보를 얻을 겸 해서 갔는데 늦은 시간이라 이미 문을 닫아서 대충 둘러만 봐야 했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뒤에는 야경이 이쁘기로 유명한 야라강이 있고, 옆으로는 프린세스 브릿지가 있다. 이 다리를 건너서 반대편으로 넘어갔는데, 조용하고 사람들도 없고 한적해서 적당히 걷다가 야라강변으로 돌아왔다. 북적북적한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 오니 사람이 너무 없어서 조용하고 여유를 즐기기 상당히 좋았다. 다만, 늦게 오는 바람에 근처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아서 맥주 한잔하며 야라강의 야경을 감상하는 낭만은 즐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었기에, 삼각대를 펼쳐놓고 조용히 사진을 담았다.



사진을 어느 정도 찍다가, 더 이상 할 것도 없어서 야라강변 따라 걸으며,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걷다 보니 기차역 지하도도 있고 여러 길들이 있어서 마치 모험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녔다. 다만, 역 근처에 젊은 사람들이 군데군데 뭉쳐있었는데, 호주에는 인종차별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괜히 안 좋게 엮일까 봐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호텔 근처의 마트에서 간단히 마실 맥주와 과자를 사러 갔는데, 대부분이 감자 칩 과자밖에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과자만 먹은 것인지, 국내에서 즐기던 다양한 맥주 안주용 과자들이 생각났다. 아쉬운 데로 감자칩을 사서 호텔에 들어와 간단히 즐기며, 내일을 위해 쉬기로 했다.



내일은 2014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이며, 그레이트 오션로드 투어가 있는 날이다. 생애 첫 헬기 투어도 한 날이며, 해외에서 맞이한 첫 새해였기에 아직까지 그리워하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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