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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Nov 29. 2017

교토&오사카(Day 1)

20년 지기 친구와 떠난 첫 해외여행

2016년 4월. 내 생일을 맞아 오랜 친구와 같이 첫 여행을 떠났다. 20년이 넘은 친구인데 같이 여행을 떠난 것은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여행 당일 설레는 내 마음과 달리 궂은 날씨 때문에 진한 안갯속을 뚫으며 공항을 향해 열심히 갔다.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수속을 밟고 면세점과 게이트 앞을 계속 왕복하며 정차 중인 비행기나 찍고 있었다. 평소의 나라면, 라운지에 가서 밥을 먹고 여유를 부려야 하지만 친구에게는 라운지 이용 가능한 카드가 없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나왔던 터라 배가 고팠기 때문에, 게이트 근처에서 간단하게 짬뽕을 먹었다. 외국 가면 항상 짬뽕이 생각난다. 빨간 국물에 얼큰한 맛이 한국에 있을 땐 생각이 안 나더니 항상 외국에만 있으면 먹고 싶다고 난리다. 더군다나 창 밖의 하늘도 흐려서 괜히 더 생각이 나기도 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20년이 넘은 친구이지만 비행기를 같이 타는 것은 처음이다. 서로 이런 상황이 신기하기도 했고, 서로의 생활이 바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처음 떠나는 것이지만, 늘 같이 했던 것 같은 편안함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20년이 넘어서 처음 같이 떠나지만, 늘 같이 한 듯한 편안함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이 많았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었기에 여행 내내 비가 오던 구름이 많던 큰 상관은 안 하기로 했다.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는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친 뒤에 캐리어를 찾고서 여러 번 와본 사람처럼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며 교토로 가기 위한 '이코카 하루카' 기차 티켓을 수령하기 위해 이동했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나하나 준비를 하는 편이다. 여행지에서 헤매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하지만, 나는 반대로 그 시간마저 아깝다란 생각을 하기 때문에 미리 시간 있을 때 하나하나 다 체크를 한다. 그래서 같이 가는 사람은 편하지만 나로서는 굉장히 피곤한 노릇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친구도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내가 교통편과 여러 사항에 대해서 체크하면, 친구는 맛집과 숙소를 담당했다. 덕분에 여행 내내 하나같이 맛있는 음식만 먹을 수 있었다. 물론 교통편도 불편함 없이 바로바로 이동 가능했다. 이러니 20년이 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겠지..


티켓을 받고 교토로 가는 기차를 탑승하러 갔다. 깔끔한 열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착하니 저녁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친구가 배고프다고 플랫폼 내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주먹밥 같은 것을 사 왔다. 일본에 와서 처음 먹는 음식이다. 일본은 편의점 도시락과 음식들이 매우 잘 되어 있다고 해서, 이번 여행 중에 편의점에서 식사 해결하기가 있을 정도였다. 첫 일본 음식의 맛은 역시나 맛있었다.



주먹밥을 먹고 있으니 열차가 곧 출발했다. 본격적인 투어 시작이다. 어두워진 밖을 바라보며,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의 시작을 즐기기 시작했다. 설렘과 기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나를 여행을 하게 이끄는 것 같다.



창 밖을 보며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보내다 보니 금세 교토역에 도착했다. 몇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밥같이 먹던 게 전부였는데, 오랜 시간을 같이 하게 되니 서로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시간을 지금에서라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 : 교토



교토역에 내려서 나오니,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잡기도 쉽지 않았다. 구글 지도에 내 위치를 찍어놓고, GPS로 보면서 이동하기로 했다. 숙소는 친구가 에어 비엔비로 예약을 했고, 첫 번째 식사로 유명한 규카츠 집을 알아놨기에, 일단 허기진 배부터 달래고 숙소로 가기로 했다.



걸어가는 내내 거리 구경을 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고 한다. 쉽게 올 수 있는 곳을 이제야 오게 된 것이다. 일본 영화에서 보던 택시라던지 버스 등 모든 것을 신기하게 보면서 식당 앞에 도착했다. 인기 있는 집이라서 그런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일본말과 영어가 섞여 있었기에, 적당히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뭐가 그렇게 미안한지 계속 스미마셍이라고 한다. 기다리는 것은 크게 상관없었다. 왜냐면 카메라로 사진 찍느라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2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드디어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에이징 중인 고기가 선반에 놓여있었고 가득 찬 손님들을 보니 갑자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메뉴판에 그림이 있어서 쉽게 주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원하는 굽기만큼 익혀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 고기 양은 그람 수로 보통 또는 곱빼기로 주문할 수 있었다. 돈가스를 먹을 때 몇 그람을 먹을지 주문한 적이 없었기에, 그냥 제일 많은 것으로 했다. 교토에 오면 먹어야 한다는 교토 맥주도 같이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앙증맞은 개인 불판과, 맥주와 규카츠가 세팅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잘 나와서 만족스러운 비주얼이었다.



한 점은 안 익히고 먹어보고, 다른 한 점은 다 익혀서 먹어보면서 나에게 맞는 입맛을 찾아나갔다. 결론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였다. 하나하나 줄어들 때마다 아쉬움이 가득해졌다. 시원한 교토 맥주 한 모금에 규카츠 한 점을 익혀서 소스에 찍어서 먹으니, 하루의 피로가 다 사라지는 듯했다. 항상 여행 첫날은 긴장을 해서 꽤 피곤하게 지내는 편이다. 이런 긴장감을 풀어주는데 최고는 맛있는 음식과 호텔 체크인할 때인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구글 지도를 보면서 예약한 숙소를 향해 열심히 걸어갔다. 호텔이 아닌 일반 집을 예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교토 거리를 구경하며, 어두운 밤에 조용한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지는 호주 여행을 마치고 열 받아서 구매한 캐리어(이번 여행이 첫 개시였다.) 바퀴 소리에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숙소 위치와 주변 거리를 계속 확인했다.


4월에 일본을 방문하면 화려한 벚꽃을 볼 줄 알았다. 내심 그런 기대도 하면서 왔는데, 벚꽃이 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오는 바람에 2% 부족한 벚꽃들만 볼 수 있었다. 1주일만 빨리 왔어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직장인들이 일정을 일주일이나 당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서로 알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달래야 했다.



첫 번째 난관, 숙소 찾기


시끄러운 캐리어 바퀴 굴러가는 소리를 내면서, 집주인에게 받은 지도대로 도착했다. 당차게 보이는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TV 소리가 들렸다. 주인을 찾기 전에 뭔가 이상함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누군가가 들어왔는데,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낌새가 이상해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는 일반 가정집인 것 같았다. 우리는 방금 일본까지 날아와서 교토의 한 작은 마을 내에 있는 어느 가정집에 무단침입을 한 것이다.


늦은 밤 시간이었는데, 숙소는 못 찾아서 환장할 노릇이었다. 주변에 다 둘러봐도 지도상으로 여기는 확실했다. 거리에 사람이라도 있으면 물어보고 싶었는데, 사람조차 다니질 않았다. 용기를 내서 초인종을 눌렀더니, 반응을 해서 당신의 집을 예약한 사람이라고 했다. 일본어로 뭐라 뭐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일반 가정집인데 무슨 소리냐라고 했을 것 같다. 에어 비엔비에서 집을 예약을 했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한다. 점점 밤은 깊어가는데 당황스러웠다. 


다시 한번 더 용기를 내서, 초인종을 눌렀다. 그리고, 당신의 집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역시나 일본어로 짧게 뭐라 말하고 끊어버렸다. 아마 욕했을 것 같다. 일본어를 모르니 이게 욕인지 아닌지 몰라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집 앞에서 5분을 서성이면서, 지도를 보며 당황하고 있으니 집주인이 나왔다. 목소리와 반대로 상냥한 모습으로 맞이해주길래 순간 흠칫했으나, 나의 예약 내용과 지도를 보니 집 옆에 나있는 골목길을 안내해주었다.

마침내 내가 예약한 숙소를 발견할 수 있었고, 예약 내용에 적혀있던 자물쇠 비밀번호로 집 열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분께 너무 죄송스럽고 고마워서 내가 할 수 있는 감사함을 최대한 표현했다. '감사합니다. ' Thank you',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무려 3개국으로 3번씩 반복하면서 말이다. 괜찮다고 하시면서 다행이라고 하시는데, 30여분을 길가에서 당황해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 분이 아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숙소는 깔끔하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1층은 부엌이었고 2층은 침실이었는데 숙소 예약할 당시에 가격이 매우 비쌌던 것 대비 저렴하게 찾은 숙소 치고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짐을 대충 풀고, 맥주 한잔을 하기로 했다. 역시나 구글 지도로 편의점을 검색해서 골목길을 천천히 구경하며 교토의 밤거리를 느꼈다. 호텔과 달리 가정집을 예약하면,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다만, 오늘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서 다음부터는 무조건 호텔로 예약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말이다.



편의점에 들어가니 상당히 많은 메뉴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특히 도시락과 삼각김밥 같은 것은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될 만큼 종류가 다양하게 있었다. 맥주들도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아서, 한참 의논을 하면서 국내에서 마셔보지 못한 것들로 겨우 골랐다. 안주는 간단하게 가라아게와 오뎅이 있는 도시락과 고구마 과자로 선택했다.



숙소에 들어와서 맥주와 안주를 세팅하고 교토에서 첫 번째 밤을 천천히 즐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못했던 얘기들도 나누고, 내일 일정에 대해서도 간단히 얘기를 하면서 말이다. 남은 일정 동안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후회 없이 보내기로 했다. 교토의 첫 번째 밤은 생각보다 길었지만, 내일을 위해서 적당히 즐기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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