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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Nov 16. 2017

호주 여행 (Day 6, End)

여행이 끝난다는 것은..

좁은 호텔 방 안의 작은 창문 틈으로 햇빛이 나의 잠을 깨운다. 이틀 연달아 무리한 강행을 한 탓인지, 온몸이 너무 무거웠다. 보통 여행의 마지막 날들은 여행의 아쉬움도 있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가볍기 마련인데 연달아 투어를 한 탓이었는지, 뭔가 나를 꽉 누르는 기분이었다.


오늘 늦은 비행기로 홍콩을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덜 아쉬울려면 조금이나마 부지런해야 했다. 호텔에 캐리어를 잠시 맡기고, 미사의 거리로 유명한 호시어 레인으로 걸어갔다. 항상 여행할 때 들고 다녔던 커다란 카메라는 꺼내지도 않았다. 그냥 작은 똑딱이 카메라 하나로만 오늘 하루를 버틸 생각이었다.


멜버른에 도착한 첫날 야경을 찍었던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도 잠깐만 들렀다가 그냥 곧바로 지나갔다.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면 익숙해진 풍경에 흥미가 떨어지는데, 꼭 한국에 돌아와서 그 순간을 후회하곤 한다. 물론 지금도 후회 중이다.




역 옆의 큰 광장을 지나다 보면 앞에 화려한 건물이 있는데 성당인 줄 알고 멋있어서 촬영하다 보니 공연장이었다.  그러나 공연장보다 나의 시선을 이끄는 것이 있었는데, 아주 오래된 클래식 카였다. 내가 여행하고 싶은 나라 중 하나가 쿠바인데, 그 이유는 헤밍웨이나 체게바라와 같은 유명인사에 대한 궁금함이 아니라 바로 오래된 클래식 카 때문이었다.


그런 클래식카가 성당같이 생긴 공연장 앞에 주차되어있었다. 누가 주인인지 싶어서 유심히 봤더니 중년의 여성이 앉아있었다. 처음 본 자동차였기에,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지나가는 척하면서 몰래 셔터를 누르고 지나갔다. 



미사의 거리로 유명한 호시어 레인 (Hosier Lane)


클래식카를 뒤로 하고 조금만 더 걸어가니 오늘의 목적지인 호시어 레인이 나왔다. 화려한 그래피티가 골목길에 도배되어있는데,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모습과 달리 깨끗하진 않았다. 사진을 찍으면 특색이 있긴 했지만, 좋은 냄새가 나는 곳도 아니었고, 실제로 관광객들도 많지 않았다. 


한국에서만 드라마 때문에 유명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가면서 쳐다보는 사람들만 많았지 우리처럼 들어와서 포즈 잡고 사진 찍고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찍은 기념사진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안 좋았다. 찍을 땐 몰랐는데, 돌아와서 보니 이 날의 피곤함이 그대로 다 표현되어있었다. 억지웃음이라도 지을걸 그랬나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만큼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하버 타운에서 쇼핑도 할 겸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하버타운에 도착하니, 배가 너무 고팠다. 주변에 마땅히 먹을만한 식당이 없어서 한참을 헤매다가 저 멀리 보이는 코스트코가 보였다. 여기에서 간단하기 식사를 일단 하기로 해서, 시선을 코스트코에 고정시키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커다란 피자 한 조각씩 주문해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체력이 회복되자마자 하버타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모르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나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공항 가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퀸 빅토리아 마켓으로 가서 쇼핑하기로 했다. 과일이나 기념품 등 다양한 물품들을 싸게 구할 수 있는 곳인데, 여러 품목 중 나의 시선을 이끈 것은 캥거루 가죽이나 소가죽, 양가죽으로 만든 가방들이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커다란 캥거루 통가죽 보스턴백이 20만 원 수준이었다. 가죽 가방 치고는 꽤 괜찮았고 여행용으로 들고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고 싶었지만, 당장 들고 다니기 큰 짐이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고민하다가, 그냥 안사고 패스 했다. 이 결정을 한국에 와서도 몇 달 동안 후회했었다. 


그 뒤로는, 후회할 것 같은 물건들이 있으면 예산 한도 내에선 그냥 사기로 했다. 물론 그 나라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일 경우 말이다. 


퀸 빅토리아 마켓도 둘러보고 나서 호텔 근처로 돌아와 그냥 한 바퀴를 걸었다. 차이나 타운도 보였지만 시드니와 마찬가지로 큰 흥미는 생기지 않았다. 대신, 예쁘게 생긴 트램들이 많이 다녀서 트램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시간을 보니, 공항 가는 버스를 타러 가야 했다. 호텔에 들려서 캐리어를 받고 공항버스 탑승장까지 걸어가는데 끌고 가다 보니 바퀴가 고장 났다. 호주에 도착했을 때부터 불안 불안했는데 결국 고장 난 것이다. 앞으로 안 가고 계속 옆으로 이동하는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은 정말 고통이었다. 심지어 매우 무거웠기 때문에 한 손으로 들고 갈 수도 없었다. 욕이란 욕은 다 하면서 모든 짜증을 참아가면서 겨우 버스에 탑승했다. 


한국 오자마자 이 캐리어는 버려버리고, 새로운 캐리어를 샀다. 그 뒤로 캐리어를 볼 때는 디자인보다 바퀴 성능부터 보게 되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 전까지 시간이 남아 남은 돈으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비행기 탑승 시간을 기다렸다.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해외에서 보내고 싶다고 결정한 호주 여행도 이렇게 끝이 났다.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새해 카운트다운 하기, 사막에서 보드 타기, 배 타고 오페라 야경 보기, 그레이트 오션 로드 헬기 투어, 야생 코알라와 앵무새 구경, 캥거루 밥 주기 등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할 수 있는 추억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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