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 (Day 5)

2015년 1월 1일. 새해 아침을 멜버른에서.

by MySnap

2015년 1월 1일의 아침이 밝았다. 지금까지의 새해 아침은 전날의 새해 다짐이 무색할 만큼 늦잠을 자고 1년이 바뀐 것이 아닌 그냥 하루가 지난 것처럼 지내왔었다. 그러나, 2015년의 새해는 멜버른의 좁은 호텔 방에서 맞이했다. 전날 카운트 다운을 하면서 느꼈던 그 전율과 기쁨의 느낌이 마치 한참 지난 과거처럼 느껴지면서, 오늘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단데농 퍼핑빌리와 야생 펭귄을 볼 수 있는 필립아일랜드 투어를 하는 날이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나 멜버른에 관련된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 항상 나오는 곳 중 하나가 퍼핑빌리이다. 증기기관차를 타고 그냥 달리는 것이지만, 창가에 앉아서 발을 내밀고 풍경을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는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도 모임 장소에 도착해서, 이름을 체크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늘 투어 장소는 멜버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외곽 지역으로 가는데, 먼저 원시림 같은 리저브 국립공원을 먼저 들려서 야생 앵무새도 구경하고, 어마하게 높은 나무들과 정글들을 체험하며 트래킹 하는 코스이다.


나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일부러 무리의 제일 마지막으로 쫓아갔다. 하지만 가이드가 혼자 다니면 길을 잃을 수 있다는 말에, 주변 풍경을 보니 쥐라기 공원에서 보던 그런 원시림이었기에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계속 신경 쓰면서 다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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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나무와 유칼립투스 나무를 보며 트래킹 하는 리저브 국립공원


첫 발을 내딛기 전에 보이는 울창한 숲과, 잘 보존된 원시림을 보고 있으니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걷는데, 난 웅장한 그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담고 싶어서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내가 가져간 광각렌즈로도 전체를 담을 수 없었다. 어마하게 큰 유칼립투스 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한참 젖혀야 볼 수 있었고, 나보다 키가 큰 나무들을 보며 고사리 같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고사리가 맞았다. 반찬으로 먹던 고사리가 지금 내 주변에는 나무로 자라 있는 것이다. 몇 번이고 의심을 했지만 고사리가 맞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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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쓰러져 하나의 문처럼 된 곳도 있었고, 마치 아바타에서나 봤을 법한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져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가이드의 설명은 귀에 드리지 않을 정도로 주변 풍경들을 둘러보는데 집중을 해야 했다.

특히, 유칼립투스 나무의 끝은 보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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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을 둘러보고 나오면 야생 앵무새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야생에서 생활하는 앵무새들인데, 먹이를 먹기 위해 이곳으로 날아온다. 관광객들은 특정 요금을 지불하고 먹이를 들고 입장하는데, 나도 해볼까 하다가 한 외국 관광객이 앵무새들에게 습격(?)당하는 모습을 보고 이내 마음을 접기로 했다.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한 마리씩 먹이를 주는 것을 상상했는데, 그냥 앵무새 떼에게 약탈당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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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구경까지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은 퍼핑빌리로 가서 기차를 타는 것인데, 그전에 점심 먹을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가이드가 당황하면서 오늘은 새해라서 문을 연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창밖을 봐도 수많은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다. 전화를 하며 정보를 얻더니, 결국 맥도널드로 가서 밥을 먹어야겠다고 한다. 그래도 애매한 음식들보다 실패할 수 없는 맥도널드 햄버거가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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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조금 수정하자면, 햄버거를 먹으면서 본 풍경이 더 마음에 들었다. 길게 뻗은 도로를 보면서 이대로 지나갔다간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미련이 남을 것 같아서 급하게 햄버거를 먹고 주변에 사진을 찍으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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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 기관차를 타고 낭만을 즐기다. 단데농 퍼핑 빌리


점심을 먹고, 단데농 퍼핑 빌리에 도착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우리가 예약한 기차 칸에 탑승해서 즐기다가, 내릴 역 이름을 말해주고는 거기에서 만나자고 했다. 증기기관차가 들어오기 전까지 주변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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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저 멀리서 기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그 전역에서부터 타고 온 관광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들이 먼저 내리길 기다렸다가, 예약된 기차 칸에 탑승해서 이들처럼 난간에 앉아서 창밖을 향해 다리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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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큰 단점이 있었는데 난간이 매우 좁아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는 것이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 모두 웃고 있는 표정이어서 앉는 공간이 따로 있던가, 쿠션이 마련된 줄 알았는데 그냥 얇은 나무로 된 창에 모두 고통을 참으며 앉아 있는 것이었다.


순간 고민했다. 고통과 싸우면서 타고 가는 것이냐, 아니면 뒤에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보는 것이냐. 출발하기 전부터 밀려오는 고통에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던 중, 사람의 몸은 신기하게도 엉덩이에 마비가 오면서 고통은 사라졌다.


고통이 사라지자, 아니 엉덩이에 마비가 오자 이내 창밖을 보며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곧,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기차는 천천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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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리저브 국립공원에서 봤던 나무 숲도 지나고, 마을도 지나고 호수도 지나고 많은 장면들을 봤다. 앉는 자리도 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사람이 없었다면, 양쪽을 오가며 구경했을 텐데, 만차 수준이었기에 반대편에 화려한 풍경이 나타나도 막혀있는 내 앞을 보면서 가야 했다. 기차가 곡선 구간을 지날 때 보이는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전부 창밖으로 향하게 앉아서 밖을 감상하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또한,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오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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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며,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가 가이드와 약속한 역에 도착했다. 난간에서 내려오니, 그제야 피가 통하는 듯 그동안 참았단 수많은 고통들이 밀려왔다. 내려서 타고 왔던 기차 사진과 기념사진도 찍고, 이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담고 싶어서 떠나기 전까지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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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와 약속한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주변을 걸으며 구경했다. 바로 앞에 호수가가 있길래 주변을 걸으며 천천히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고생한 나의 엉덩이에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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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와 다시 만난 후,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마루 코알라 & 애니멀 파크'였는데 말 그대로 코알라와 여러 동물들을 구경하는 곳이었다. 필립아일랜드에서 펭귄을 구경하려면 해가 질 때쯤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아주 좋은 곳이었다. 지금까지 동물원에서 눈으로만 봤던 곳과 달리 직접 먹이를 주며 체험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캥거루와 교감이 가능한 곳, 마루 코알라 & 애니멀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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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해서 먹이를 받고 천천히 둘러보았다. 우리에는 코알라가 기둥에 머리를 박고 귀엽게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수많은 동물들을 봤다. 들개도 실제로 처음 봤고, 당나귀 등 이미 봤던 동물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구경하면서 가다 보니 수많은 캥거루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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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들고 가면 캥거루들이 다가온다. 조금씩 나눠주면 마치 강아지처럼 핥아먹는데 캥거루 먹이를 주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내가 언제 이렇게 먹이를 줄 수 있을까. 특히, 가장 신기했던 것은 알비노 캥거루였다. 정말 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먹이를 주려고 하니 내 손을 잡고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다 먹고 나서는 더 없냐는 듯히 쳐다보는 표정이 꽤 웃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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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주머니에 넣은 어미 캥거루를 보니 신기했다. 말로만 듣던 캥거루 주머니에 실제로 새끼가 들어가 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 보기에도 커 보이는 새끼가 억지로 들어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모성애 때문에 무거워도 참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편안해 보였다.


알파카도 처음 봐서 신기해서 다가갔지만, 일정 거리 이상은 허락하지 않고 가까이 가면 계속 여기저기 빠르게 도망 다녀서 그냥 멀리서만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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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펭귄 퍼레이드를 볼 수 있는 곳. 필립아일랜드


애니멀 파크 구경까지 끝나고 나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필립아일랜드를 향해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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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는데, 조심해야 할 사항들도 이야기해주었다. 나에게는 가장 아쉬운 것이었지만 펭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한다고 했다. 바로, 사진 촬영 금지였다. 이 순간을 위해서 그렇게 기대했지만, 펭귄들의 모습을 담을 수 없다고 했다. 사진 찍을 때 발생하는 플래시가 펭귄 시력 저하의 큰 원인이 된다고 했다. 플래시 없이 촬영도 가능하냐고 물어는 봤지만, 대답은 No 였다.


수많은 관리자들이 내부에서 지키고 있기 때문에,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펭귄들의 습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줬는데, 지금 시간에는 모두 펭귄들이 바다에 사냥을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해가 질 때쯤 바다에 나갔던 펭귄들이 숙소로 들어가기 시작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 이동하는 거라며, 해변가에서부터 무리를 이루어서 올라오는 그 모습이 정말 귀엽다고 했다. 특히, 이때가 되면 굴 속에서 기다리던 펭귄들이 마중을 나온다고 한다.


필립아일랜드 가는 길에 언덕이나 길가를 보면 작은 굴들이 많이 있는데 실제 펭귄들이 서식하는 집이라고 했다. 이렇게 똑같이 생긴 굴들이 어마하게 있는데 어떻게 자기 집을 찾아갈까 의문이 들었지만 마중도 나오고, 다 찾아간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했다. 마치 다 똑같아 보이는 달동네에서도 사람들이 각자의 집을 찾아가듯이 알아보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가이드가 운이 좋으면, 이런 굴에서도 펭귄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의 눈에 펭귄 한 마리가 포착되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펭귄이다!"


차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이 향했다. 굴 속에서 작은 펭귄 한 마리가 나와있었다. 가이드도 자기가 설명은 하지만, 이렇게 가면서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면서 운이 정말 좋았다고 했다. 새해의 시작부터 운이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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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니 정말 작고 귀여웠다. 이런 펭귄들이 줄지어 올라온다고 하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필립아일랜드에 도착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주변 산책을 하면서 구경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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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대자연 그대로였다. 개발하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 호주에 와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야생 동물을 위해서 그 환경을 그대로 둔다고 했다. 같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배워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갈매기들이 수없이 자리 잡은 언덕 옆을 지나면서, 자연을 만끽했다. 이런 곳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시드니에서 도시를 느꼈다면, 멜버른에서는 어디에서도 느끼기 힘든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해가 점점 지면서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펭귄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간이 다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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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펭귄을 관람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이동했다. 저 밑에 펭귄을 관람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도 보였는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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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이드는 실제로 펭귄들이 해변가로 잘 안 올라온다고 했다. 해변 옆으로 올라오는데 저 자리에서 보면 펭귄들이 점으로만 보인다며, 실제로 올라오는 통로로 가면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는 말에 입장하자마자 가이드가 설명한 곳으로 전부 이동했다.


입장해서 하늘을 보니 점점 붉게 빛나고 있었다. 펭귄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다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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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어두워지고, 관람 데크에 약한 조명이 들어왔다. 이내 여기저기서 탄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펭귄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 때문에 펭귄이 올라오는 모습을 담을 수가 없었다. 몰래 찍어볼까란 생각도 했었지만, 펭귄 모습을 보자 그런 마음이 쏙 들어갔다. 나의 욕심을 위해서 이 작은 생명체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모두 그런 마음이었기에,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펭귄들을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귀여웠다.

작은 펭귄들이 10마리 이내가 한 조가 되어서 움직이는데, 여기에서도 리더가 있다고 한다. 걷는 길에 작은 장애물이 있으면 모두 멈춰서 리더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우리가 보기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작은 언덕이라도 펭귄들에게는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잠시 기다리면서 리더가 큰 마음먹고 건너면 뒤따라서 모두 건너기 시작하는데, 이 모습은 정말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그 귀여움을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한 무리가 올라가고 나면 잠시 후, 또 다른 무리가 올라온다. 이렇게 한참을 쳐다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보니, 이내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더 보고 싶었지만, 나는 다시 멜버른으로 돌아가야 했다.


모두 나와 같이 아쉬운 마음이었을 것인데, 약속한 시간에 버스에 모두 도착했다.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불빛 하나 없는 필립아일랜드는 칠흑이었다. 버스의 불빛에만 의존한 채,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가끔 길가에 캥거루나 왈라비가 튀어나와서 로드킬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다행히 내가 돌아갈 때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참을 어두운 창밖을 보다가, 멜버른에 다 와가니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멜버른에 도착하니 이미 많이 늦은 시간이었다. 오늘이 멜버른의 마지막 밤이다.


내일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배경이 된 유명한 호시어 레인(일명, 미사의 거리)에 들렸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야 한다. 항상 여행의 마지막 밤은 아쉽다.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이나마 이런 기분을 달래고자,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면서 짐 정리를 했다. 새해 카운트다운을 위해 왔던 호주 여행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간다.



2017년 연말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 위해 또 떠난다. 3일 전에 티켓팅 했다. 즉흥적으로.

매우 짧은 일정이지만,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호주 여행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때가 그리워졌고, 그 순간을 또 즐기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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