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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Dec 14. 2017

교토&오사카(Day 3)

교토를 떠나 오사카로.

어제까지 교토의 일정이 마무리되고, 오늘 오사카로 가면서 들리기로 한 후시미이나리도 미리 다녀왔더니 오전부터 여유가 있었다. 급할 것도 없기에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어제까지 눈에 안 들어오던 방의 창문을 열어보니, 아침 햇살이 기분 좋게 테라스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나갈 채비를 다 마치고, 캐리어도 마저 정리하고 오사카를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3일 차가 되다 보니 어느 여행지에서나 그렇듯 교통수단 타는 것이 늘 타 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졌고 눈에 안 들어왔던 노선이나 목적지를 가는 코스들이 쉽게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사카의 숙소를 예약할 때 대부분의 숙소가 너무 비싸 한참을 탐색하던 중, 비즈니스 파크 쪽에 괜찮으면서도 저렴한 호텔을 발견해서 메인 관광지역과는 거리가 좀 멀더라도 가격만 보고 예약을 했었다. 그래도 오사카성이 바로 앞에 있어서 많이 나쁜 위치는 아니었다. 배가 고팠지만 아침 먹을 마땅한 곳이 없었기에, 오사카로 이동해서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하고, 호텔로 먼저 가서 얼리 체크인이 되면 캐리어를 넣어두고, 아니면 짐이라도 맡기고 나오자란 생각에 호텔로 향했다.


오사카



지하철을 타고 오사카로 향하는데, 일본인들의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나는 여행을 위해 왔지만 지하철 내에는 하루를 시작하러 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직장인, 학생, 나와 같은 여행객 등등.. 이런 일상의 모습을 여유롭게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오사카에 도착해서 구글 지도를 보며 호텔로 향했다. 교토에서 늦은 밤에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헤매다가 멀리서부터 나 여기 있어라고 위치를 뽐내는 호텔을 보고 있으니, 무조건 숙소는 호텔로 예약을 하겠노라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었다.



다행히 얼리 체크인이 된다고 해서, 짐을 다 넣어두고 간편하게 나왔다. 배가 많이 고팠기 때문에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친구가 찾아놓은 스테이크 덮밥 집으로 가기로 했다. 지하철로 이동을 해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다며, 다시 지하철을 타러 이동했다.



교토보다 오사카에 벚꽃이 많이 남아있었다.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면서 벚꽃 사진도 찍고 천천히 산책을 하듯 걸어갔다. 오사카에서는 교통편으로 주유패스를 사용하는데, 유명 관광지 및 교통편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2일권을 미리 한국에서 예약하고 왔기에, 첫 개시를 하며 식당을 향해 이동했다.



오늘의 점심 목적지인 'CAMEL DINER'에 도착을 했는데, 오픈하기 전이었다. 사전에 검색을 했을 때 가게 내부에 좌석수가 몇 개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운이 좋은 건지 몰라도 1번으로 대기할 수 있었다. 곧이어 뒤에 다른 무리들이 오기 시작하면서 자리를 비울 수 없이 가게 앞에서 주변을 구경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10여분을 기다리니, 가게가 오픈되었다. 1등으로  좁은 가게 속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주문했다. 고기 양에 대해서만 선택할 수 있었는데 무조건 고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이기 때문에 제일 많은 양으로 주문했다.



잠시 후에, 스테이크 덮밥이 나왔고 그 비주얼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고기 한 점을 먹는데 정말 맛있었다. 배가 무척 고프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맛이 꽤 좋았다. 특히, 일본 음식들이 대부분이 달고 짰는데 입에 안 맞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음식의 최대 단점은 밥과 고기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난 고기를 먼저 즐기다가 밥 양 조절에 실패했고, 흰 밥에 비벼진 계란 노른자와 양념들로만 나머지를 먹어야 해서 결국 시작은 맛있었지만, 끝은 느끼하게 마무리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오사카 성을 구경하기로 했다. 오늘은 오사카에서 걷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싫었다. 전날에 어마하게 걸었던 탓에 걷는 것도 질린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곳으로 다시 가서, 강 건너에 있는 오사카성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밥 먹으러 가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한 벚꽃을 즐기면서 유유자적 걸었다.



걷다 보니 저 멀리 오사카성이 보였다. 벚꽃에 둘러싸인 모습이 오사카 하면 떠올랐던 딱 그 모습이었다. 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가까워지는 오사카성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했다.


벚꽃에 둘러싸인 오사카성


오사카 성 주변에 만들어진 인공 연못을 따라 산책로와 벤치가 있었다. 음악을 듣는 사람, 사색을 즐기는 사람, 애완동물과 산책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서두르는 것 없이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천천히 그 틈에 껴서 여유를 즐기면서 벤치에 앉아 조용히 오사카성을 바라보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감상하다가, 다시 일어나서 오사카 성을 향해 걸어갔다. 멀리서 보이는 것과 달리 가까이 다가갈수록 성의 크기는 생각보다 많이 웅장했다. 주유패스가 있으니, 성 내부에 들어갈 수 있어서 이왕 온 김에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전망을 바라보기로 했다.



성 내부에는 역사에 대한 여러 설명들이 있었으나, 사실 크게 관심이 없었다. 분명 왜곡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충 훑어보기만 하고 꼭대기로 바로 올라갔다.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꽤 좋았다. 시원시원한 모습에 오사카 시내가 한눈에 보여서 한 바퀴를 둘러보며 파노라마처럼 감상했다.



위에서 바라보니 여의도 모습과 비슷하기도 했다. 앞에 흐르는 강과 높은 건물들이 많이 유사했기에 몇 번 보고 나니 감흥은 금방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성 주변을 산책하며, 시원한 것이나 마시기로 하고 내려왔다.



내려와서 공원에서 바라본 반대 방향에서 성을 바라보니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애완용 올빼미를 데리고 오신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사람들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지만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보니 만질 엄두가 나질 않아 다들 멀리서 보기만 했다.



오사카 성을 완전히 빠져나와 다음 일정으로는 우메다 지역으로 이동했다. 햅파이브와 백화점 등 쇼핑과 여러 구경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우리의 목적은 쇼핑이 아닌 먹거리 때문에 이동했다. 역시나 친구가 미리 유명한 스시집을 알아왔다며 거기를 가자고 했다. 나와 친구는 입맛도 많이 비슷하다. 특히, 스시를 아주 좋아한다. 수요미식회나 다른 요리프로 보는 것을 즐기며 실제 국내에서도 그 맛집을 찾아갈 만큼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항상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믿고, 스시집을 찾아 우메다로 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기차나 지하철을 타기 전에 역 플랫폼과 철로 사진 찍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구도 잡기도 쉬우면서 대충 찍어도 꽤 있어 보이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친구는 앉아서 기다리고 나 혼자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신나게 사진을 담았다.



우메다에 도착하자마자, 건물 위에 햅파이브를 쳐다보며 나중에 시간 되면 타봐야 지란 생각만 하고, 주변을 둘러볼 틈도 없이 나의 배를 채워줄 스시집을 향해 돌진하는 친구 뒤를 따라 열심히 갔다.



골목골목을 다니며 몇 번의 고생 끝에 겨우 도착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보는데 전부 일본어라서 알 수 없었다. 적당히 그림과 모르는 것들은 물어보면서 먹고 싶은 것과 호기심이 생기는 것들을 주문했다.


한 접시 먹고, 또 주문하는 방식이어서 바로바로 만들어주는 신선한 스시를 맛볼 수 있었다. 여기에서 맛 본 스시로 인해 국내에서 먹는 스시에 대한 기준이 확 올라가버렸다. 그동안 내가 맛있다고 먹었던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었다. 음식을 먹을 때 보통 어떤 맛인지 생각을 하고 먹게 되는데, 그 상상했던 맛보다 뛰어나면 감탄이 나온다고 한다. 먹다가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스시집가서 안 먹는 것이 계란스시였다. 왠지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서 안 먹었는데 이 곳에서 먹었던 계란스시 때문에 국내에서도 항상 먼저 맛을 보는데 여기만큼 맛있지 않았다. 폭신하고 달달한 그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다.



가격은 일본에 와서 먹었던 음식들 중에서 가장 비쌌지만,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오사카에 온다면 이 집은 꼭 올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저녁을 먹고 나서, 오사카의 야경이 궁금해서 햅파이브 관람차를 타고 천천히 야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관람차를 타본 적이 없었다. 오사카에서 처음 타보는 것인데 남자 둘이 타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관람차에 앉아서 천천히 올라가면서 높아지는 전망에 시선을 고정하고 야경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가장 높은 곳에 정점을 찍을 때, 이대로 멈추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도 했었다. 위에서 바라보는 그 전망은 너무 좋았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야경을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다시 천천히 낮아지는 관람차가 아쉬워서 이 기분을 다시 느끼고자 우메다 스카이 빌딩에 있는 공중 정원에 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에 검색을 잘못하는 바람에 눈앞에 보이는 높은 빌딩이 스카이 빌딩인 줄 알다가 들어가서 한참을 고생했다. 아무리 찾아도 공중 정원 가는 길이 없길래 다시 검색하고 찾아봤더니, 스카이 빌딩은 한참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뭐 별수 있나 싶어서 무작정 길을 따라 걸어서 갔다. 다리가 저려 올 정도로 걷다 보니 저 멀리 공중 정원이 있는 스카이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는 곳을 따라서 갔다. 주유패스 덕분에 햅파이브부터 공중정원까지 입장료 없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공중정원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또 달랐다.


눈앞에 보이는 고층 빌딩들의 야경을 보니 서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4월의 날씨인데도 매섭게 불어오는 찬 바람 때문에 추워서 오랫동안 있지는 못하고 하루 종일 짐처럼 들고 다니던 삼각대를 빨리 세팅하고 사진을 몇 장 찍은 후에 바로 철수를 해야 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사람들 틈에서 힘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피해서 더 이상 찍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했기에, 다음번에 오사카에 오면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추운 바람 때문에 야경을 감상하고나니 피로가 심하게 몰려왔다. 친구랑 오사카에 가면 전통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즐겨보자고 했는데, 지금의 몸 상태로는 자칫하다간 몸살이 날 것 같아서 호텔에 가서 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래도 아쉬웠는지, 호텔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마실 맥주와 안주는 사들고 들어가서 즐기면서 셋째 날의 일정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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