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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Jan 30. 2018

파리 #2

베르사유 궁전

몸을 혹사시킨 만큼 얻어 가는 것들.


대부분 파리에 여행 간다고 하면 최소 1주일은 계획을 잡는다. 하루 종일 구경해도 부족하다고 하는 루브르 박물관부터 1박 2일 코스로 다녀오는 몽생미셸, 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등 예술과 문화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항상 더 길게 오고 싶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 일정은 4박 5일이다. 이것도 첫째 날 파리에 아침 일찍 도착했기에 가능한 일정이었다. 


짧은 일정의 여행을 뿌듯하게 즐기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몸을 혹사시키는 것. 이러한 여행의 장점과 단점은 확연하게 나뉜다. 


장점은 짧은 일정 동안 많은 것을 보기 위해, 굉장히 최적화된 일정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버릴 것은 확실하게 버리고, 볼 곳은 제대로 투자를 하게 된다. 시간을 얻기 위해 금전적인 소비도 아깝지 않다. (이번 파리 여행에서 우버 택시 비용으로만 15만원 넘게 지출했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보며 굉장히 뿌듯할 것이다. 


단점은 육체적인 피곤함과, 정신적 스트레스이다. 매일 밤마다 침대 위에서 기절하듯 뻗어버리며 씻을지 말지 고민하는 것과, 다음 일정을 위해서 매번 시간에 쫓겨 결국 아쉬움을 남기는 여행이 된다.


이 중간에서 타협하기란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여행의 스타일이 안 맞는다면 결국 감정 소모를 하게 된다. 이런 여행을 끝나는 날까지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면, 결국 한쪽은 양보를 해야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주목적은 와이프 친구를 만나는 것과 연말 카운트다운이었기에 그 이외의 일정에 대해서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파리는 아무리 알차게 보내도 아쉬운 여행이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Here I am in Paris


전날 잠들기 전,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베르사유 궁전을 둘러보기로 했다. 궁전 도착 목표 시간은 아침 9시. 그런데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아침 9시다. 몸을 혹사시킨 대가였다. 늦은 주제에 서두르는 것 없이 당당하게 우버를 타고 가기로 했다. 사실, 원래 우버를 타려고 했었다. 못 일어 날 걸 알고 있었기에, 가는 방법 알아놓지도 않았었다. 오늘 하루 여행 시작할 준비를 마치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빵이 정말 일품이다. 파리에서 먹었던 바게트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곳은 이곳의 조식이었다.


양은 아쉬웠지만, 기본 제공되는 빵이 의외로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로비에서 우버 택시를 부르고, 편안하게 파리 시내를 구경하면서 갔다. 그리고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이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에펠탑이다!". 파리에 도착해서 첫 째날에 에펠탑을 못 봤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시내를 바라볼 때도 에펠탑만 안보였다. 그런데, 베르사유 가는 택시 안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무척 설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코너를 돌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처음 마주쳤던 그 순간에 느꼈던 기분을, 파리에서 다시 느낀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수없이 봐왔던 에펠탑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니, 뭔가 가슴 한 구석이 벅차올랐다. 정말 내가 파리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Here I am in Paris. 와이프는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본다. 택시 기사도 속으로 웃었을 것이다.


골목 사이로 에펠탑이 보였으나, 감동받는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베르사유 궁전


비록 늦잠을 잤지만, 아침 10시에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이미 한번 파리에 온 적이 있던 와이프는 이 정도는 줄이 짧은 것이라고 했다. 줄을 서서 천천히 사람들 구경하며 빨리 내부로 입장하길 기다렸다. 프랑스는 IS의 폭탄테러 등 위험한 요소들이 많아서 여행 떠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유명 관광지와 시내에 총을 든 군인들이 많이 있어서 안전도가 급격히 상승해있었다. 물론, 이들이 소매치기로부터 나를 지켜주진 않았다.


날씨는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가끔 파란 하늘이 나오기도 했다. 잠깐이었다. 아주 잠깐.

줄 서있으면서 나름 분주하게 셔터도 누르며 베르사유 궁전 외관을 담았다. 너무 넓어서 한 장에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찍는 것마다 하나같이 마음에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이번 여행 일정에서 뺄려고도 했으나, 와이프의 강한 주장에 오게 되었는데 안 왔으면 두고 후회할 뻔했다.



천천히 줄어드는 줄을 따라 드디어 내부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서 간단히 짐 검사를 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데, 다행히 한국어도 지원을 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관람할 때,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해설이 없는 영문 서적을 읽는 것과 같다. 읽기는 읽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해야 할까.



천천히 길을 따라,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본격적인 내부를 감상할 수 있는데 어릴 때 봤던 '베르사유의 장미'와 같은 애니메이션 내용이 아닌 실제 그 당시의 역사에 대해서 보고 들으며 배울 수 있었다.



박물관 내부를 걷다 보면, 여러 가지의 방을 만나는데 전쟁의 방을 지나고 나면 가장 유명한 거울의 방을 만나게 된다. 벽면 전체가 거울로 되어있는데, 수많은 이들이 여기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정신없는 곳이기도 했다. 베르사유 궁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을 꼽으라고 하면, 고민 없이 이곳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너무 화려하고 예뻐서 이 곳에서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맑은 날 창문으로 빛이 들어 왔을 떄를 상상해봤다.

거울의 방을 지나고, 다시 길을 따라 만나는 방에서 벽면과 천장에 그려진 삽화들과 각종 장식품 또는 가구들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며 그 시대에 대해서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화려한 방들을 구경하고, 밖에 으로 나오면 베르사유 궁전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정원에 갈 수 있다. 겨울이라 푸른 들판과 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산책을 하면서 구경을 하기에는 좋았다. 아쉬운 것이라면 잦은 비로 인해 땅이 젖었다는 것 정도...


그래도 웅장한 크기의 베르사유의 정원을 보고 있으니, 다음에 파리에 온다면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베르사유 궁전을 천천히 걸었다. 저 멀리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포기했다. 아마 날이 좋았고, 푸른 정원을 마주쳤다면 하루 종일 여기에 있었을 것 같았다. 파리의 겨울은 회색빛이 강했지만, 베르사유 궁전은 웅장함과 화려함을 느끼기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원까지 둘러보고, 점심을 먹기 위해 궁전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가 기다렸을 때 보다 훨씬 더 길어진 줄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베르사유 궁전을 빠져나와  Ble Noir로 이동하는 길

점심은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크레페로 유명한 맛집 'Ble Noir'로 예약했다. 사과술인 시트르와 크레페를 시켰는데 상당히 맛있게 먹었다. 디저트의 개념으로 식사를 했는데, 다 먹었을 땐 배가 부를 정도로 양이 많아서 오히려 주문 들어간 음식 1개를 취소해야 할 정도였다.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우버택시를 불렀다. 


드디어,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만나러 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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