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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Snap Jan 30. 2018

파리 #3

드디어 에펠탑을 마주하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


베르사유 궁전에서 택시를 타고, 트로카데로(Trocadéro)로 향했다. 여기에는 에펠탑을 보기 가장 좋은 샤이요 궁(Palais de Chaillot)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곳에서 에펠탑을 바라본다. 밑에서 보는 모습보다 여기에서 보는 모습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 그렇다 보니 파리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최소 1번 이상은 방문을 하게 되는 곳이다. 비수기인 겨울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성수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을지 상상을 해본다. SNS에 올리기 위한 인증샷을 찍을 때 주변에 사람들이 안 나오게 찍으려면 아마 한참을 기다려야 겨우 한, 두장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광장에는 이미 수많은 인파들이 있다.

택시에서 내리기 전부터 에펠탑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택시 안에서 잠깐 스치듯 본 모습이 전부였는데, 드디어 내 앞에 에펠탑이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번 파리 여행의 타이틀 '회색 도시 파리'에 걸맞게 날씨는 좋지 않았다. 하늘은 내가 기대했던 파란 하늘이 아닌 회색빛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런 날씨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질 그 모습만 매우 기대되었다. 


드디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나의 첫마디였다. "드디어!". 가슴 한 구석이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TV와 사진에서만 봤던, 누가 프랑스 여행을 다녀오면 부럽게 쳐다만 봤던 에펠탑을 드디어 대면하게 되었다. 에펠탑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바라만 보고 걸었다. 저 멀리 목표지점을 정해놓고, 걷는 것처럼 말이다.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날씨가 흐리더라도, 여행 일정이 짧더라도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느 사람들처럼 수없이 많은 인증샷을 찍었다. 손바닥에도 올려보고, 손가락으로 눌러도 보고 추억이 될만한 사진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나를 설레게 했던 에펠탑.

가나에서 넘어왔다는 기념품 파는 흑인이 유창한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다. 강요하지도 않고, 가격 협상도 하고 나름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관광객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는 것이 아닌 정말 살기 위해서 이렇게라도 해야만 하는 사람 같았다. 몇 번 거절을 하다가, 에펠탑 모양의 기념품과 자석을 구매했다. 


나중에 기념품 샵에 가보니, 여기에서 산 것들이 훨씬 더 퀄리티가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현재 컴퓨터 바탕화면인 사진이다.

다른 관광지와 달리 돌아다니면서 볼 필요가 없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그냥 바라만 볼뿐이었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내적 갈등이라고나 할까. 저 타워에 올라가 볼 것이냐 아니냐의 고민이었다. 올라가겠다고 하면, 이후 오후 일정은 다 비워야 한다. 무작정 가서 기다려야 하는데 최소 1시간은 기본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에펠탑 위에 올라가서 파리 시내를 바라볼 것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탑 위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수많은 결정을 번복하고 있다가, 다른 날에 에펠탑 구경하러 왔을 때 사람이 없으면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늘 그래 왔듯이, 여행을 마칠 때까지 올라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후회하는 중이다. 


이렇게 점점 그때 해볼걸이라고 후회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성에 올라가는 것을 미룬 것과, 에펠탑 위에 올라가는 것을 미룬 것. 다른 나라에서도 하나둘씩 쌓이고 있다. 다시 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다.


에펠탑에서 오랜 시간을 머무를 순 없었다. 와이프가 미술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모네를 좋아한다. 모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다음 목적지는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정했다. 나의 아쉬움이 와이프에겐 만족을 줄 수 있기에 다음날을 기약하며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펠탑이 중심이든, 배경이든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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