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Snap Feb 02. 2018

파리 #4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을 만나다.

에펠탑을 잠깐 마주하고, 모네를 만나기 위해서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르세도 가고 싶었지만 선택과 포기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오르세는 다음에 파리에 오면 방문하기로 하고 오랑주리로 향했다.


트로카데로역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콩코드 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대관람차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잠시 타고 파리 시내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흐린 날에 타봤자 아쉬울 것만 같아서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기로 했다. 



뙬르히 가든으로 진입을 하니, 연못이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에 벤치가 있어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데 이미 좋은 자리들은 만석이여서 걸으면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쪼개서 여러 군데를 둘러보기 때문에, 여유를 즐길 수 없었다. 미술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 반나절은 투자해야 하는데, 나는 이 반나절도 다시 반으로 쪼겠기 때문에 벤치에 자리가 있었더라도 잠깐 쉬는 정도밖에 안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파란 하늘에 푸른 잔디밭과 풍성한 나무들을 상상해봤다. 파리는 꼭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많은 요소들이 있는 곳이다.


공원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부리고 싶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를 만나다.


길을 따라 오랑주리 미술관에 도착했다. 뮤지엄 패스가 있었기 때문에, 따로 줄 설 필요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 들어가면, 모네, 피카소, 폴 세잔, 앙드레 드랭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오늘의 주인공인 클라우드 모네는 프랑스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라고 한다. 지베르니 정원에 수련을 심고 수련을 즐겨 그렸는데, 그 작품들이 여러 군데 흩어져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는 가장 많은 여덟 점을 기증하였으며, 이 작품들은 굽은 캔버스에 그렸기 때문에 이를 전시하기 위해 홀도 타원형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여기에서 감상할 수 있는 모네의 작품은 '수련 : 아침', '수련 :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맑은 아침', '수련 : 녹색 그림자',  '수련 : 일몰', '수련 : 버드나무 두 그루', '수련 : 구름'. '수련 : 나무 그림자'를 감상할 수 있는데, 모네가 오랑주리 미술관에 작품을 기부하면서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조금 더 섬세하고 자세히 보게 하기 위해 조명에도 신경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붓터치까지 섬세하게 볼 수 있었다.


2개의 방이 존재하는데, 벽면따라 모네의 수련 연작들이 전시되어있다.


수련 : 아침
수련 : 녹색 그림자
수련 : 구름


수련 : 일몰


수련 :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맑은 아침
수련 : 버드나무 두 그루
수련 : 나무 그림자


천천히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했다. 처음에는 한눈에 안 들어왔다. 그러다가 다시 보니, 작품을 그린 시간대가 눈에 보였다. 다음으로는 그림에 표현이 안된 다른 모습들이 보였다. 위에 나무가 있어서 그림자가 진 것을 표현했다던지, 하늘에는 구름이 있다라던지, 집중해서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들이 보였다.  그림에 무엇을 그리고 싶어 하고, 표현하고 싶어 했는지를 오래 볼 수록 하나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이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서 뚫어지게 쳐다보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모네를 감상하고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르누아르, 세잔, 피카소, 드랭 등 여러 화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피카소를 제외하고 나에게는 다들 생소한 화가들이다. 미술에 대한 지식도 많이 부족하기에 붓터치, 표현력 등을 느끼기보다 눈에 보이는 그 자체만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각자만의 느낌과 표현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감상은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한 번의 기회로 실력이 확 늘어나진 않겠지만, 조금 더 다양한 관점과 나만의 표현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도해야겠다는 마음은 먹게 되었다. 그리고, 미술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많이 올라갔다. 다시 방문하기 전에 많은 공부를 통해서, 이러한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기로 생각했다. 


감상 중에 방송이 나왔다. 곧 폐장된다는 멘트였다. 급하게 나머지 작품들을 감상했다. 집중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놓치는 작품 없이 끝까지 다 감상을 했다. 


준비성 부족이 주는 아쉬움과, 이 아쉬움이 주는 교훈들


많이 아쉬웠다. 첫 번째로 시간이 촉박했다. 이런 작품들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미술관과 박물관에 왜 하루씩 투자하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두 번째로 지식이 너무 없었다. 모네의 수련 작품이 왜 유명한지, 오랑주리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으며 오르세에서는 모네의 어떤 작품을 볼 수 있는지 조차 몰랐다. 인상파, 추상파 등 화파에 대한 지식도 없어서 이런 작품들을 나만의 방식대로만 감상했다. 국내 역사박물관에 가서,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를 보면서 그냥 청색 도자기구나, 백색 도자기구나 정도로만 본 것과 똑같은 것이다. 다음 방문 때 제대로 둘러보고 감상하기로 다짐했다. 파리에 다시 한번 와야 하는 명백한 이유가 생겼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술관 밖을 나오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그리고, 눈 앞에는 화려한 조명이 들어온 대관람차와 저 멀리 금빛을 하고 있는 에펠탑이 눈에 들어왔다.


본격적인 파리의 야경을 즐길 시간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