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Snap Feb 11. 2018

파리 #5

한 폭의 그림 같은 파리 야경

야경이 안 예쁜 곳은 없다. 다만, 기억에 남는 곳이 많지 않을 뿐.


오랑주리 미술관을 나오자, 황금빛 에펠탑이 보였다.

오랑주리 미술관을 나왔더니,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져 있었다. 그리고 눈 앞에는 황금빛 에펠탑이 서있었다. 나는 국내를 여행하던, 해외를 여행하던 야경에 대한 로망과 낭만이 있다. 특별난 것이 없어도 좋다.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도 좋지만, 적당히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 정도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하다.


대표적으로 이번 파리의 에펠탑 조명쇼, 샹젤리제 거리 또는 홍콩의 '심포니 오브 라이트', 바르셀로나 '몬주익 분수쇼'와 같이 화려한 조명쇼도 좋지만, 반대로 거리를 밝힐 정도의 불빛따라 걷는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나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나 스플리트, 교토의 기온 거리 같은 것들도 좋아한다.


나는 항상 어디를 여행하든 간에 그 나라의 야경에 대해 모두 만족했었다. '겨우 이 정도?'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순간에 나만의 방식으로 항상 즐겼다. 특히,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들고 야경을 감상하는 것은 정말 최고였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을 감상할 때, 맥주 한 캔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음에 방문하면 맥주 챙기는 것을 안 까먹기 위해서 계획에도 없는 스페인 여행을 계속 리마인드 한다. '그라나다에서는 맥주 한 캔을.. 그라나다에서는 맥주 한 캔을...'


그러나, 너무 임팩트 강한 것들을 감상하고 나면 그 모습이 그 나라의 대표적인 야경으로 머리에 박혀버린다.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좋았던 다른 기억들이 큰 것 하나에 묻혀버리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적당히 밝은 골목길을 걷는 것도 나에겐 좋은 추억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몬주익 분수쇼를 항상 거쳐야 한다. 분수쇼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항상 나중에 생각난다. 그리고, 람블라스 거리에서 고딕지구를 산책했던 것도 나중에야 떠오른다.


이런 곳들이 꽤 많이 있다. 그래서 가끔 사진들을 보면서 그 추억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계속 리마인드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래, 여기서 이랬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한동안 또 떠오르게 된다. 야경에 대한 기억이 유독 이렇다 보니, 나의 야경 즐기는 방식이 잘못되었는지 가끔 생각해본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질 때.


파리는 유독 밤이 기다려지는 도시이다.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올 때마다, 점점 화려하게 변하는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야경만 봐도 그렇다.


밤이 되면, 피어나는 화려한 조명들.

미술관에서 모네, 피카소의 작품들을 만나고 나왔더니 눈앞에 펼쳐진 야경들 때문에 발걸음을 바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바라봤다. 에펠탑에 조명이 들어온 것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너무 예뻐서 그냥 한참 쳐다보다가, 발걸음을 움직이려고 하자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매 정시마다 펼쳐지는 조명쇼였는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정원을 가로질러가면, 루브르 박물관이 나온다. 내일 박물관을 구경하기 위해 여기 올 예정이었지만, 그 삼각뿔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잠시 시간을 내서 구경하기로 했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길에, 낮에 봤던 대관람차가 화려한 빛을 내고 있었다.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듯 걷다 보니, 저 멀리 삼각뿔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나 티비에서만 봤던 그 삼각형이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뿔


루브르 박물관은 나에겐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건물 중 3순위 안에 드는 곳이다. 1위는 당연히 에펠탑이다. 여기를 항상 오고 싶어 했었다. 수없이 전시된 문화유산들이나 모나리자를 보는 것보다 이 야경을 찍고 싶어서였다. 그래도, 삼각뿔 바로 앞까지 다가가진 않았다. 적당히 미련을 남기기로 생각했다. 오늘 모든 모습을 다 보고 나면, 내일 새로운 모습을 못 볼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길 건너편에서 한동안 바라봤다.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오늘 밤의 메인이벤트는 사실 바토무슈였다. 센 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파리의 야경을 감상하는 유람선 투어인데 필수 코스 중 하나이다. 버스를 타고 선착장 근처에 내렸다. 눈 앞에는 멀리서 바라봤던 에펠탑이 서있었고, 뒤에는 화려한 조명들이 빛나고 있는 거리가 보였다. 파리의 야경은 어느 도시보다도 화려했다.



센 강 물결따라 파리 야경 감상하기



바토무슈에 올라서면 눈 앞에 에펠탑이 자리 잡고 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에펠탑을 감상했다. 꼭대기에서 돌고 있는 레이저 빛을 시간 삼아 그저 바라만 봐도 좋았다.



바토무슈가 출발하면, 센 강 주변의 건물들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하면서 지나가게 된다. 조명이 들어와 화려함을 뽐내는 파리 시내가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다. 다들 자리 잡고 그저 바라보고 감상하기 바쁘다. 센 강의 물결따라 야경을 감상하는 이 시간 동안은 말이 필요 없다.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여기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테니깐.



반환점을 돌고 다시 내려오면, 처음 탔던 선착장을 지나서 에펠탑 밑으로 지나가서 다시 되돌아온다. 이때가 가장 하이라이트인 것 같았다. 에펠탑 바로 밑으로 지나가는데, 그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마 지금까지 여러 나라들을 다니면서 봤었던, 앞으로 다른 나라에서 볼 탑들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탑일 것이다.



그리고 에펠탑 밑을 지나갈 때, 정각마다 시작하는 조명쇼가 시작되었다. 마치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에펠탑의 모습은 이번 파리 여행을 하면서 만난 최고의 야경이었다.



센 강을 따라 파리의 야경을 만나고 나서, 다시 와이프의 친구를 만나러 갔다. 이번에는 남편이 될 프랑스인도 같이 나왔다. 'Chartier'라는 유명한 맛집에 가자고 했는데, 웨이팅 줄이 어마하게 길었다. 저녁 8시부터 줄을 섰는데, 9시 반에 테이블에 앉고 식사 주문할 수 있었다.


보이는 줄이 전부 아니다. 건물 안에서도 꼬불꼬불 줄이 있고,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와서 가게로 들어간다.

추천 메뉴들을 주문받아서, 와인과 같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근처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 한잔과 대화를 나누며 오늘의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베르사유 궁전을 시작으로, 바토무슈까지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 오늘도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뻗어버렸다. 내일은 드디어 루브르 박물관에 가는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