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촬영

바다가 얼었다.

by MySnap

토요일 아침 6시. 새벽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시간에 알람이 울렸다.


파리 여행을 다녀온 뒤로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서 다시 예전처럼 열정을 불태워보고 싶어서였다. 급하게 장비들을 챙기고, 방한 준비까지 했다. 마스크, 장갑, 대장급 패딩에 따뜻한 차까지 보온병에 담았다.


그리고,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탄도항으로 향했다. 전날 눈이 와서 길이 좋지는 않았지만, 나의 열정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20180203_071505.jpg 미처 확인을 못햇다.


탄도항 출입이 막혀있었다. 바다가 얼어있는 모습을 담고 싶어서 왔는데, 그 이유 때문에 출입이 안된단다. 저 멀리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기에, 곧바로 근처에 있는 전곡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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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


도착해서 바다부터 점검했다. 유빙들이 바다 위에 수없이 많이 떠있었다. 내가 원했던 모습이었다. 한 때, 이 장면에 오해한 적이 었었다. 2~3년 전 겨울에, 바람도 쐴 겸 사진도 찍기 위해 이 곳에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바다 위에 하얀 물체가 둥둥 떠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 스티로폼을 버린 줄 알고, 욕을 하면서 내렸었다.


"어떤 인간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린 거야!?"


이 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내렸는데,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꽁꽁 언 바다였다. 부산이 고향인 나에게 얼어있는 바다의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북해도나 아이슬란드, 남극 또는 북극에서야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내 눈앞에 서해 바다가 얼어있는 것이었다. 그 뒤로 이 모습을 담기 위해 한 번씩 방문했었다.


이른 아침 바닷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장갑에 마스크를 하고, 패딩 모자까지 썼지만 이마와 광대뼈 주면은 마비가 올 것처럼 추웠다. 그래도 굳어서 천천히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열심히 유빙이 떠다니는 겨울 바다를 열심히 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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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가니 배들이 얼어있는 바다 때문에 출항도 못하고 그대로 묶여있었다. 그러다, 때마침 떠오르는 아침 햇살 덕에 몸이 조금 녹으면서, 주변의 유빙들도 빛을 받아 예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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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우면 차에 들어와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몸을 녹이기도 했다. 몸이 녹아서 혈액순환이 되는 기분이 들면 다시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파도에 유빙이 밀려와서 선착장 위에까지 얼음이 올라와있었다. 위에 올라가 보기도 했는데, 성인 남성 여러 명이 올라와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두껍게 얼어있었다. 그리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은, 마치 빙하를 항공 뷰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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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빙하 덩어리가 모여있는 남극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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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가량 살이 터지는 듯한 매서운 바람과 맞서서 사진을 찍다 보니, 온몸에 마비가 올 것 같았다.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이 되어서, 차에서 마지막 차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집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 방한 마스크를 주문했는데, 과연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제대로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아이슬란드나 북해도에 빙하 촬영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기회가 오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실현할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은 아쉬운 대로 전곡항 촬영으로 대리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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