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파기

마음의 감기?

by 혜안

우울증더러 마음의 감기라고들 한다. 나는 그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걸린다는 점에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지만, 누구나 쉽게 낫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감기가 가볍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감기도 잘못하면 폐렴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마당에 경중을 따지자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한다.


왜 감기라고 말하기 시작했을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마음병이니까. 또 다른 예시로 질염은 여성이라면 얼마든지 걸릴 수 있는 감기라고 말하는 것처럼. 질염이 더러운 생활 때문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지면 쉽게 걸리는 것이라고, 이상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말하는 것처럼. 그럼 우울증은 무슨 오해를 달고 있는가.


특별히 정신적 이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굉장한 사연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걸릴 수 있다고. 그저 마음이 회복할 힘을 잃었을 때 쉽게 걸리는 것이라고. 그 오해를 바로잡고자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이 자리잡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질염은 항생제를 먹고 생활습관을 고치면 금방 낫는다. 만성으로 넘어가면 골치 아프지만 완치 개념이 그리 멀리 있지도 않다. 하고 싶은 말은, 우울증을 감기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을 먹고 생활습관을 고쳐도 나는 운다. 울고 또 울고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내 감기는 왜 이렇게 안 낫는 건데. 우울증을 보고 수근덕거리는 시선과 편견이 잘못된 거지, 그 병증을 낮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안 좋은 걸 안 좋다고 하지 그럼 뭐라 하느냐는 말이다. 병이 악화되어 약이 추가됐다는 말은 안쓰럽게 여기면서, 우울증이 심해져서 항우울제가 하나 더 추가됐다는 말에는 회피하려 한다. 아픔을 떠안기 싫으니까. 내 아픔을 나눠 받아달라는 말도 아니고 그저 그렇다는 사실 전달일 뿐인데, 왜 마음이란 이유로 듣기 불편한 말이 되는지 도통 모르겠다.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되기 싫고 모두가 되기 싫을 거다. 다만 우울증이란 단어를 꺼낸다고 해서 넌 이제부터 내 감정 쓰레기통이야 라는 말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그저 그렇다는 것. 그뿐이다. 좋아질 때도 있지만 나빠질 때도 있는 것. 잘 낫지 않는다는 것. 그게 답답해서 한 번씩 토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조용히 설득시키고 싶다. 병이 낫는 과정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조금만 너그러이 봐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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