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 장난 아니다. 너무 덥다. 장마가 그렇게 길 거라고 으름장을 놓더니 장마는 짧고도 짧았다. 덕분에 길고도 긴 폭염이 끊이질 않는다. 에어컨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날씨… 씻고 누워 에어컨 밑에서 잠드는 순간이 그렇게도 행복할 수 없다.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덥다고 하면서. 에어컨 좋다고 하면서. 죽고 싶네 마네 이런 생각을 하기도 귀찮아졌다. 모든 게 귀찮고, 모든 걸 모르겠다. 정신과 진료를 볼 때도 말했다. 모르겠다고. 정말 아무것도, 나에 대해서도. 자아를 잃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루틴을 어떻게든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베이스를 치고, 글을 읽고, 종종 글을 쓰고. 집안일을 꾸준히 하며 나만의 시간을 지키고자 애를 쓴다. 집을 조금 더 깔끔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인테리어용으로 놔둔 각종 술병을 치웠고, 관상용 이끼도 치웠다. 그냥 그렇게 산다. 뭐라도 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텅 비어버린 느낌을 받는다. 황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 모든 사랑을 파내기 위해 살아내고 있었는데, 사랑을 모두 파기해 버렸다. 더운 날씨 탓을 하며, 내가 가꿔온 루틴을 지키며, 나를 지키기 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생각을 하며 나를 쥐어짜내고 깊은 고뇌에 빠지는 게 아니라, 그저 나를 죽이지 않는 하루를 택했다.
울컥 치밀어 오른 분노는 결국 나를 향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뭘까. 왜 이렇게 밉고도 싫은 걸까. 무엇이 미운지 감도 안 온다. 그저 가장 가까운 게 나니까 나를 괴롭힐 뿐. 세상을 인지하는 나와 동떨어져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내가 나인데, 내가 아닌 느낌. 이제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사실 우울하다는 게 뭔지도.
나을 듯 낫지 않는 병과 싸우며. 더운 여름을 보내며. 마음은 너무나 쓸쓸해서 죽어버릴 것만 같은 하루를 살며. 그저 단 한 가지 목표, 죽지만 말자. 이렇게만 살자.
불교에서는 덕을 많이 쌓으면 다음 생이 없다고 한다. 그만큼 사는 게 고통이라고. 주문처럼 매일매일 외운다. 제발 제게 내생이 없도록 해 주시고. 제발 제게 다음 생을 주지 말아 주시고. 내가 나를 끝내지 않는 삶을 택한 만큼 다음 삶은 시작조차 하지 않도록 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