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공감하고 있습니까?
주제 에세이 #1. 공감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싶어 한다. 타인이 자신과 같은 처지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똑같이 경험한 것처럼 느끼고, 이해하고, 함께 즐거워하고, 상처를 어루만져주길 바란다.
그렇지만 모두가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고, 내 경험은 타인의 것과 똑같을 수 없으며, 같은 경험도 그것을 겪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섬에 혼자 살고 있으며, 쉽게 다른 사람의 섬으로 갈 수 없다.
어려서 나는 공감을 참 잘하는 사람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감정이입이 너무 잘 되어서 펑펑 울기도, 깔깔 웃기도 잘했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여주는 것도 주로 내 몫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공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때로는 얼마나 큰 오해의 소산인지 새삼 느낀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의 경험과 감정에 대해 말할 때, 나는 자주 오해를 하고, 열심히 노력해보지만 그의 마음은 나에게 와 닿지 않는다.
어떤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문제로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답답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그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을 괴롭히는 대상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나의 섬은 타인의 섬에서 한층 더 멀어지고, 섬을 건너가기는 불가능한 일이 되어 간다. 그렇게 점점 더 나만의 작은 섬에 갇혀 살게 된다. 누굴 만나도 어떤 이야기를 나눠도 그 말들은 허공을 떠돌다 흩어질 뿐이다.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우면 괜한 소리를 했다는 후회와 사무치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타인의 감정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우선 경험이 많아야 한다. 이때 경험이란, 단순히 많은 일을 겪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번 곱씹고 삼켜서 내 것으로 만든 경험을 말한다.
똑같은 일을 겪었어도 그 일에서 의미를 여러 가지 찾아내고 곱씹어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었어도 그냥 잊어버리고 마는 사람도 있다. 글이나 영상 등을 통한 간접경험이라 해도, 그 글과 영상을 보고 난 후 다시 떠올리며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내 것이 된다. 그렇게 쌓아 올린 경험들은 다른 이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다음으로는, 생각이 열려있어야 한다. 섣불리 내가 상대의 마음을 안다고 자신해서는 안되고, 그의 처지가 나의 상상과 꼭 같을 거라고 단정해서도 안된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조심스레 말을 골라가며,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렇게 타인의 섬과 나의 섬이 가까워지는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이 외로운 세상에 살아나갈 용기를 얻는다. 그만큼이나 공감이란,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