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은 넘었다.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선배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얼마 전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한 번도, 존경할 만한 선배를 만난 적이 없구나. 그 사람을 따라가서 그곳이 어디든 함께 일하고 싶을 만한, 그런 선배가 참 없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최근에 함께 일했던 선배님이 대단한 분이셨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능력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 후배들을 대하는 자세, 심지어 사소한 작은 습관들 하나까지도 허투루 보아 넘길 것이 없었다. 나보다 십수 년은 더 선배이신 그분은, 평생에 걸쳐 나쁜 것들은 모두 버리고 좋은 습관만을 남기기 위해 노력해오신 것 같은 분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완벽할 수 있나 싶었다.
똑똑하고 유능하고 일처리가 깔끔한 것은 기본이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누굴 다그치거나 화를 내는 법이 없고,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내신다. 아주 큰 권한을 가지고 계심에도 절대 사사로운 감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법이 없이 늘 공정하고 정직하셨다. 좋은 것이 생기면 꼭 가장 아래의 후배에게 그것을 나누어 주시고, 일에 있어서도 솔선수범하셔서 후배인 내가 늘상 하는 불평들이 그분을 보고 있으면 마냥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누굴 대할 때나 똑같이 친절하게 예의를 갖춰 대하셨고, 후배가 틀리고 잘못했을 때에도 야단치거나 무조건 본인의 뜻대로 고치려 하지 않고 혹시 상대가 마음 상하지 않을까 살피는 다정한 분이셨다. 격무에 시달리고 숨 쉬듯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서도 짜증을 내거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법이 없으셨다.
아... 저런 분들이 성공을 하셔야 한다, 그분의 밝은 미래를 저절로 응원하게 되었다. 그런 선배를 만난 것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가끔, 직장에서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선배를 만나서 오래도록 함께하는 경우를 본다. 서로에 대한 단단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도 더 수월하고, 나의 판단에 의문이 들 때 판단을 맡길 수도 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소중한 관계다. 그런 선배를 만난다는 건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 보다도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언젠가는, 내가 처음으로 존경하게 되었던 그 선배 같은 사람에게 오래도록 함께할 만한 후배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도 직장이라는 험난한 전장에서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동지를 얻고 싶다. 그리고 그의 등을 내가 지켜주고 싶다. 언젠가는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오늘 하루를 버텨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