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에세이 #5. 편지
글씨를 정말 못 쓴다. 내가 손으로 쓴 글씨를 보는 사람마다 웃음을 터뜨린다. 국민학교 때 선생님이 내 글씨를 보고 '네가 공부를 못하는 아이인 줄 알았다'는 말씀을 서슴없이 하실 정도였다.
그래도 편지 쓰기를 참 좋아했다. 중학교 때는 친구와 당시 유행하던 교환일기도 썼다. 못 쓰는 글씨지만 색색가지 펜들로 최선을 다해 예쁘게 썼다. 그림도 그려넣고 열심히 꾸몄다.
가끔 뜬금없이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 마음 속에 정해 둔 친구 목록을 꺼내들고 한 사람 한 사람 편지를 써내려갔다. 그렇게 밤새 쓴 편지는 어떨 때는 받는 사람에게 전해졌고, 어떨 때는 새벽 감성이 부끄러워 고이 접어 간직하고 말았다.
연애를 할 때에도 늘 편지를 썼다. 사랑을 말하기에 편지만한 수단은 없었다. 애인을 향한 나의 마음을 꼭꼭 눌러적다 보면 어느새 편지지는 두 장, 세 장 넘어가고 쓰여진 글자의 수 만큼 내 마음도 커지는 것 같았다. 답장을 받으면 그렇게나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내가 가장 편지를 많이 쓰는 대상은 부모님이다. 그래봤자 기념일에 선물과 함께 써드리는 게 전부다. 앞으로 얼마나 더 그날들을 함께 기념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 마음에 돌을 얹은 듯 하다. 얹힌 돌을 들어내려 편지를 쓴다. 그 때의 내 마음을 꼭꼭 눌러쓴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그 편지를 읽는 순간 만큼은 알아주시길 빈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나를 내보인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끄럽고 어색한 일이다. 늘 가면을 쓰고 짐짓 아는 체를 하며 살아가는 생활 속에 잠시 가면을 내려놓고 내 진짜 얼굴을 보이는 것, 내 진심을 보이는 것, 점점 어려워지기만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편지를 써야 한다.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고, 수줍은 고백을 하얗고 노랗고 빨간 종이 위에 꼭꼭 눌러 적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