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에세이 #6. 서울
평생을 한 도시에서 살아왔다. 사실 한 도시라고 하기엔 조금 지나치게 크다. 서울 얘기다.
아주 어려서는 집 근처 동네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서울이라는 공간의 경계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걸어서 오갈 수 있는 거리, 버스로 오갈 수 있는 거리를 지나 지하철로 오갈 수 있는 거리까지 나의 생활 영역이 확대되는 데에 거의 20년이 걸렸다.
스무 살이 되고 매일 지하철을 타게 된 후, 나는 2호선이 가로지르는 한강을 사랑하게 됐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강물에 반사되는 태양빛은 늘 마음을 울렁이게 했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서울에는 가봐야 할 곳이 너무나 많았다. 어딜 가도 사람이 넘쳤고, 음식과 술과 말이 넘쳤다. 그렇게 어지럽게 흘러 다니며 십 년을 보냈다. 나는 누구인지 고민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하며, 사랑에 빠지고, 상처 받고, 울고, 웃었다.
그리고 이제야, 서울이라는 공간의 경계가 살갗에 와닿는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 믿고 있던 것들, 추구해 온 것들, 그 모든 것들이 서울이라는 경계에서 한 치도 벗어나 본 적 없었던 것이다.
나는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삶을 모르고, 지방 도시의 삶을 모르고, 시골의 삶은 더더욱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 지극히 좁은 인식의 한계 안에서만 삶을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자라 온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에 와서는 비로소 서울이 나라는 것을 안다. 서울 안에서도 내 고향 동네, 내 이웃들, 그리고 내 가족이 나라는 것을 안다. 그것들이 나를 만들었고, 나는 한평생 그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