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가가 있는 삶이란

주제 에세이 #7. 소설

by 어슬

한국인의 가장 흔한 취미 중 하나가 독서다. 2019년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취미가 등산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11%로 가장 많았고, 독서는 5%로 5위를 차지했다. 아직도 개인정보의 취미란에 독서라고 적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좋아하는 소설가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소설을 좋아했다. 중고등학교 필독도서로 선정되는 고전문학부터 연애소설, 추리소설, 판타지 소설 등등 소설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인생의 경험이라는 게 아직 그다지 많지 않았던 어린 나이에, 소설을 통해 엿보는 타인의 인생은 꽤나 흥미로웠던 것 같다.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밀란 쿤데라다.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어린 내가 선뜻 펼쳐 들기엔 너무 두꺼웠다. 책장에 늘 꽂혀있었지만 읽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만큼이나 두꺼운 '농담'을 사서 읽게 된 것이다. 아마도 그 시절에 유독 팽창했던 지적 허영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이 울었다. 무엇이 그렇게 슬펐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우리의 인생이 그저 농담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너무 서글펐던 것 같다. 인생을 뭐 얼마나 안다고, 그게 그렇게 슬펐다.


그 후로 그 책을 여러 번 더 샀다. 그리고 여러 번 더 읽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웠고, 각기 다른 부분이 내 마음을 울렸다.


소설의 매력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같은 책이라도 그 책을 읽을 당시의 내 삶의 단계에 따라 다른 구절이 마음에 와닿고 다른 감정이 인다. 그렇게 읽히는 소설이 고전이고, 명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좋아하는 소설가가 있는 삶이란 그렇지 않은 삶보다 조금은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삶일지도 모른다. 아무렇지도 않은 늦은 오후에 별안간 펑펑 울어버릴 수 있는 풍부한 감정선이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 깨닫는 것이다.


일에 치이고 보고서에 치이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을 멀리하게 되었다. 하루 업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활자 따위는 쳐다도 보기 싫고, 누워서 영상이나 실컷 보다 잠이 든다.


소설과 멀어진 그 거리만큼 감정의 습도도 낮아진 것 같을 때가 있다. 마침 장마철이니 다시 소설을 펼쳐봐야겠다. 뜬금없이 웃고 울며, 버석거리는 내 감정에 물을 부어줘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를 키운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