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에세이 #8. 미분과 적분
고등학교 수학의 처음이 집합이라면 끝은 미적분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기호들과 그래프로 머릿속이 복잡해지지만, 미분과 적분은 사실 간단한 개념이다. 면적을 아주 가늘게 쪼개서 선으로 만들면 미분이고, 그 선을 다 붙여서 면적을 만들면 적분이다.
평소에 미적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수학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자면, 퇴사의 변을 준비할 때도 나는 그동안 나를 좌절시킨 모든 것들과 내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예의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세심히 고쳐가며 머릿속으로 말을 만드느라 밤을 새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말을 모두 모아서 가상의 리허설을 시작한다. 그 말을 할 때의 나의 목소리, 몸짓, 표정 등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몇 번이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머릿속에 그려본다.
또, 마음이 힘든 날에는 내년의 계획, 그 후년의 계획, 10년 뒤의 계획, 은퇴 후의 계획, 죽을 때까지의 계획을 세워본다. 은퇴는 언제쯤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다면 은퇴할 때까지 얼마나 모아야 먹고살 수 있을 것이며, 은퇴 후에는 뭘 할 것이며, 갑자기 아프거나 할 경우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그렇게 인생을 열심히 미분했다가 적분하기를 반복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다.
인간은 참 신기한 존재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같지 않고,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간의 연속선 상에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같은 존재로 인식한다.
얼마 전에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제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의 난 어제의 내가 아니거든요."
내가 오늘의 나에게서 어제의 나와의 동일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눈 뜨는 매일이 처음 시작하는 날이고, 어제의 좌절과 우울과 분노는 과거에 머무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을 더 홀가분하게 보낼 수 있다. 어제 나를 괴롭히던 많은 문제들이 오늘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인생은 미분만 해야지 적분할 일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지켜봐 온 바로는, 어제의 일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이며 성공하는 사람이다. 과거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오늘을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괜히 과거와 미래의 일들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걱정해봐야 소용없다. 미적분을 배우던 고등학교 수학 시간처럼 골치가 아플 뿐이다. 앨리스처럼, 어제의 나와 단호히 결별하고 오늘의 나로서만 존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