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에세이 #9. 집
잠깐 요즘 하고 있는 게임 얘길 해야겠다. <project makeover>라는 거창한 이름의 게임인데, 메인은 사실 블록 맞추기이고, 그렇게 블록을 열심히 맞춰서 획득한 돈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집과 외모를 바꿔줄 수 있다.
갑자기 웬 게임인가 싶겠지만 이 게임을 통해 뜻밖에 나의 인테리어 취향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노랑 계열이나 초록 계열의 따뜻한 색을 바탕으로 목재와 벽돌, 패브릭 등을 적절히 사용해 꾸민 집을 좋아한다. 소파는 패브릭보다는 가죽이 좋다. 너무 모던하면 정 없어 보이고, 화이트와 파스텔 톤과 골드가 과하면 집이라기엔 너무 화려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집안에 갇혀있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작년부터 인테리어 수요가 폭증했다고 한다. 가끔 들여다보는 인테리어 정보공유 플랫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마치 카페나 호텔처럼 잘 꾸며놓은, 흰 벽에 미니멀 인테리어, 아기자기한 소품이 돋보이는 집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나는 역시 집이란 cozy(아늑)하고 homey(안락)한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조금 촌스럽고 조금 구식이라도 상관없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는 집이 좋다. 밖에서 가져온 짐은 문 밖에 내려놓고, 들어와서 씻고 근심 걱정 없이 널브러져도 좋다고 말해주는 집이 좋다. 너무 깨끗하고 너무 정돈되어 있으면 내 집인데도 왠지 어지럽혀서는 안 될 것 같아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는, 요즘 유행하는 가구들로 채워진 카페 같은 집은 좀 별로다. 집 같은 집이 좋다. 이제야 내가 어떤 집을 원하는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집을 차근히 만들고 가꾸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