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왜 마셔요?

와인 에세이 #1.

by 어슬

예전엔 샴페인이 가지는 형용사적 의미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기념하고 싶은 날, 파티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로 마시는 샴페인이 그냥 화이트 와인이어서는 안 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탄산이 조금 더 들어있다고 더 비싸고 접근성도 떨어지는 샴페인이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치이고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화이트 와인도 그닥 취향은 아니었다. 드라이하고 바디감 있는 레드와인이 취향이다.


그래서 늘상 레드와인을 마셨다. 처음 와인의 매력에 빠져든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까베르네 쇼비뇽의 발랄함과 경쾌함 대신 말벡의 묵직함과 몬테풀치아노의 중후함을 사랑했다. 그러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친구의 권유로 화이트 와인의 매력을 처음 느끼게 되었다.


모엣은 늘 선물용이었다. 돔을 사기엔 너무 비싸고 그냥 와인으로는 부족해 보일 때, 모엣은 매우 실용적인 대안이었다. 뵈브 끌리꼬는 와인을 좀 아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품목이었다. 그러던 내가 어느새 샴페인을 마신다. '뻥'하고 열리는 샴페인 마개의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취향이라는 게 대게 그렇다. 어떤 것을 매우 선호하는 것 같다가도 금방 다른 것으로 관심이 옮겨간다. 고집스럽게 취향을 지킨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길고 긴 인생을 한 가지 경험으로만 물들이는 것일 수도 있다. 고집할 때와 받아들일 때를 알아야 취향도 발전이라는 걸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샴페인을 즐긴다. 특히 더운 날 휴양지에서의 샴페인 첫 잔은 더할 나위가 없다. 그 성취감과 짜릿함으로 또 한 해를 버틸 힘을 얻는다. 샴페인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 인생도 조금은 더 둥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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