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에세이 #10. 만화
10살 즈음이었다. 내가 만화를 보기 시작한 것은. 물론 그 전에도 삼국지 같은 고전을 만화로 읽었지만, 나를 만화의 세계로 이끈 것은 순정만화였다. 그때는 한국 순정만화의 황금기였던 것 같다. 여기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작가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부모님 몰래 책가방에 숨겨 나르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만화를 그렸다. 그 매력에 빠져서 10년은 훌쩍 보낸 것 같다.
그리고 뒤를 이어 웹툰의 시대가 왔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웹툰은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다. 당시 그 작품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내 또래들에게 마음의 소리는 통쾌함 그 자체였다.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그 개그에 자꾸 웃음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사무실을 나와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숨어서 읽곤 했다.
그렇게 만화와 함께 한 시간이 만화를 몰랐던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고, 지금까지도 웹툰은 나의 휴식이다.
만화가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모른다. 만화가는 혼자서 스토리와 그림 모두를 책임진다. 자기 안의 무한한 상상력을 끄집어내서 완전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누구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감동적일 수도, 미치게 웃길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을 단 한 사람이 모두 해낼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한 편 완성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숫자의 사람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면, 만화가의 역량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수많은 제작진들의 시간과 자원을 쏟아부어서 영상물을 제작하기 전에, 만화는 그 흥행성을 미리 알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대단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인간의 상상력은 끊임없이 기존의 것에 조금씩 새로운 것을 덧붙여 나갈 수 있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고, 지구 반대편의 인간들과 연결되었으며, 우주로 진출하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양자의 세계를 탐구한다.
만화가들은 그 상상력 하나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 매력에 모두들 빠져든다. 웃고 운다. 공감하고, 위로받고, 그 힘으로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