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놀부일 수밖에 없는 이유

권선징악은 왜 고전이 되는가

by 어슬

흥부전을 안 읽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화목하게 살던 마음씨 착한 흥부는 제비의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고 엄청난 복을 받는다. 반면 동생인 흥부가 찢어지게 가난해도 모른 척하고 자기만 잘 살면 그만이던 욕심 많은 놀부는 흥부 얘기를 듣고 제 손으로 제비 다리를 부러뜨린 후 치료를 해준다. 제비는 놀부에게도 은혜를 갚는 척 하지만, 결국 놀부가 받은 것은 엄청난 벌이다.


흥부전은 대표적인 권선징악의 이야기이다.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이야기들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착하게 살아야지 복을 받는구나'라고 믿게 만든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흥부전은 적어도 조선시대부터 구전되었는데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흥부보다는 놀부가 많아 보인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부처럼 가난해도 착하고 화목하게 살며 어려움에 빠진 이를 도와주는 삶을 산다면, 흥부전이 지금까지도 널리 읽힐 이유가 없을 것이다. 흥부 같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흥부전은 아직도 고전으로서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권선징악의 이야기는 흥부전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많다. 이솝우화나 천일야화, 그림형제 동화나 우리 전래동화들도 많은 부분이 권선징악을 주요 줄거리로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전해져 왔음에도 인간은 아직 선보다는 악을 더 쉽게 행한다.


이쯤 되면 인간의 본성은 우리가 선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악이라고 부르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렇다면 사실 '악'이라고 불리는 것은 정말 악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인간들이 무리 지어 살다 보면 발생하는 문제들을 무리가 해체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하기 위해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발명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 안의 놀부 심보를 너무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마음속에 놀부 한 명쯤은 키우면서 살고 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 한 번이라도 흥부같이 행동하고자 노력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살 만 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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