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노래가 뭐 어때서

주제 에세이 #17. 음악

by 어슬

신나는 노래도 좋지만 가슴 아픈 노래가 더 취향이다.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가사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외국곡보다 한국곡이 좋다.


한창 연애에 열을 올리던 시절에는 세상 모든 사랑노래가 다 내 이야기 같았다. 이별이라도 할라치면, 버스 창 밖을 멍하니 응시하며 마치 내 얘기만 같은 노래 가사에 참 많이도 울었다. 메신저 상태메시지에는 그때그때 마음에 와닿은 가사를 수시로 바꿔 적었다.


가요는 너무 사랑노래 일색이라며 질색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사랑노래가 좋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격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때 중 하나가 이별했을 때일 것이다. 그 감정을 표현할 수단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위로받고 싶기도 하다. 이 모든 걸 음악이 대신해준다. 그래서 그 옛날 음유시인들도 모험담이 아니면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고 다녔을 것이다.


이제는 사랑노래나 이별노래를 들으며 누굴 떠올릴 일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을 잘 안 듣는다. 외국곡을 더 자주 듣고, 가사를 잘 안 듣는다. 그렇지만 아직도 여전히, 무심코 듣던 노래 가사가 마음을 두드려서 울음이 터질 때가 있다. 눈물이 나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게 또 음악의 매력이다. 우리 감정의 어느 부분을 톡, 하고 건드린다. 나조차 거기 있는지 몰랐던 내 감정을 대변해준다.


언젠가는 그 어떤 노래 가사를 들어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별노래를 들으면서 진부하고 지루하다고 느낄 날이 올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나는 역시 말랑한 마음이 좋다. 가뭄에 쩍쩍 갈라진 마른 논바닥 같은 마음이 아닌, 물기를 잔뜩 머금어서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 들어가는, 씨앗을 심기 좋은 흙바닥 같은 마음이 좋다.


그래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것을 느끼고 공감하며 살 수 있길 바란다. 평범하고 어찌 보면 뻔한 보편적인 마음에 여전히 반응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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