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생활이 안 맞아요
학창 시절 내내 학급에 잘 융화되는 편이 아니었다. 주목받고 앞장서는 것을 즐기지 않았지만,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납득이 되지 않으면 따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다루기 어려운 학생이었다. 그나마 학업 성취도가 높아서 별문제 없이 무사히 졸업을 했던 것 같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늘 조금은 아웃사이더였고, 굳이 인사이더가 되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납득이 안 되는 업무지시는 수행할 수 없었고, 대접은 곧잘 해도 접대는 잘 못 했다. 나의 성과를 위해 남의 것을 빼앗아오거나, 인맥과 같은 자원을 활용해서 업무를 성공시키는 데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다행히 재주가 있어 일은 계속할 수 있었다. 윗전에서는 가끔 나의 이런 성향을 답답해했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신념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십여 년이 흘렀다. 이제는 조직에서 중간관리자를 넘어서 관리자가 될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다. 이제야 왜 나의 선배들이 그토록 지저분하고 야비해 보이는 말과 행동들을 했는지 이해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욕망을 가지고 산다. 그 욕망의 크기가 작은 사람도 있고, 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욕망의 크기가 능력의 크기보다 작아서 자기 능력만으로도 욕망을 충족하고 남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가진 것보다 원하는 것이 훨씬 더 커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 남의 것을 빼앗아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직의 구조는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가 적어지는 피라미드 구조이다. 제일 아래층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가 도착하고 싶은 층이 있다. 그 층은 대체로 가장 꼭대기나 그 바로 아래층 정도 될 것이다. 직장생활을 처음 하면서부터 부품처럼 쓰이기만 하다가 쫓겨날 미래를 그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처음 몇 년은 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나가는 사람들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서 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퇴장하는 탓에 정체가 심하지 않다. 이 기간 동안은 대체로 자기가 가진 능력만으로도 자리를 굳힐 수 있다. 그렇지만 열심히 버텨서 몇 층 올라가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층에 도달한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 욕망 때문에 여태 버텨왔다.
그래서 결국 의자뺏기 게임이 시작된다. 음악이 나오면 빈 의자들을 가운데 두고 모두가 빙글빙글 돈다. 음악이 멈추는 순간, 모두가 의자를 차지하려고 덤벼들면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부상자가 속출한다. 부상을 입고서라도 의자를 차지했으면 중간은 간다. 반드시 몇 명은 앉을 의자를 찾지 못하고 아웃되고 만다. 아웃은 곧 실직이고, 실직한 사람에게 더 이상 월급은 없다.
이게 직장생활을 십여 년 하고 난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다. 그리고 나는 의자뺏기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의자를 차지하지 못해서 울면서 퇴장하는 친구들이 반드시 생기고 마는 이 게임이 전혀 즐겁지 않다. 그 친구들을 제치고, 혹은 머리채를 잡아 패대기 치고 악다구니를 쓰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정말 성격에 맞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쭈욱 조직생활이 잘 맞지 않는다. 혼자서, 능력껏,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